2008년 10월호

불교사찰 누락지도 제작해 물의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전방위 의혹

“사장은 인수위 실세 친분 과시, 임원은 용돈주며 정치권 관리, 국토부 개편·공직인사에 관여”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8-10-08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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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현 ‘나는 국정운영 주체세력’ 발언”
    • “1조5000억 지리정책·국토부 개편·공직 인사에 관여”
    • BH(청와대)·국무조정실 로비문건 작성
    • “맹형규 수하 상임위원 노모씨, 부사장 영입”
    • 노씨 “맹 수석과 김 사장은 잘 아는 사이”
    • “임원은 정치권에 용돈 제공하며 관리”
    • 통계청 공무원 “공간정보, 인사에 영향력”
    • “MB 기조 맞추려 교회 부각 가능성”
    정부기관 전자지도에 불교 사찰을 누락해 불교계 반발을 초래한 지도제작사 (주)한국공간정보통신의 내부 고발자는 “김인현 사장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의 친분을 과시해왔고 이명박 정부의 1조5000억원 규모 국가지리정보 국정과제 수립, 국토해양부 조직개편, 지리업무 공직자 인사에 관여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회사 임원은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총리실 산하)을 대상으로 로비 모의(謀議)를 하고 정치권에 용돈 주며 관리해왔다”고 했다. ‘신동아’는 폭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6월20일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이용 정보시스템 ‘알고가’에 작은 교회까지 자세히 표시된 반면 조계사, 봉은사 같은 대규모 불교 사찰은 누락돼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8월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서도 불국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이 누락된 점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국가지리정보유통망’에도 사찰이 홀대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8월8일 보도에 따르면, 이 지도망(網)에서 교회는 쉽게 드러나지만 사찰은 7단계까지 확대해야 나타났다. 8월13일엔 서울시 GIS 포털의 ‘내 지도 만들기’ 서비스에서 교회는 별도 아이콘을 두고 있는 반면 사찰 아이콘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교사찰 누락지도 제작해 물의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전방위 의혹

    ㈜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제작한 국토해양부 ‘알고가’ 전자지도. 군소교회(작은원들)는 표시하면서 거대한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봉은사(큰 원)의 이름은 빠져있다(왼쪽). ㈜ 한국공간정보통신이 맡은 정부기관 전자지도에서 불교사찰이 빠진 사건이 계속 터진 것은 불교폄훼 종교차별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 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인권협의회 등이 8월25일 종교차별금지법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기관의 지도 서비스에서 사찰이 교회에 비해 무시되고 있다는 의혹이 네 차례나 제기되면서 불교계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가 심각하게 대립하는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불교계는 8월27일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 대회’를 개최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 및 국토해양부 장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한나라당 대표의 사과에도 불교계 분노는 9월 현재까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불교계 분노 촉발한 ‘사찰 누락’

    그런데 이 4건의 불교 차별 지도는 모두 (주)한국공간정보통신에서 제작됐다. 이 회사는 지도 파문으로 정부에 큰 부담을 준 이후에도 행정안전부의 새주소 기반 표준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낙찰받았고, 국토해양부의 도시계획정보체계 확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이 회사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공간정보통신의 내부고발자 A씨는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사장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친분을 자랑해왔으며 2007년 12월~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국가지리정보정책을 담당한 기획조정분과 간사였던 맹 수석을 통해 이 회사 안건이 인수위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김 사장이 맹형규 수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었나.

    “김 사장은 ‘맹형규 의원과 친하고 자주 만난다’고 과시했다.”

    -정치권과의 교류에 대한 사내 분위기는 어떠했나.

    “지난해 12월 대선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누가 우리 사장님 좀 말려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다. ‘작은 회사가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면 회사 사정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회사案이 인수위 국정과제 돼”

    ▼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 후에는?

    “김 사장은 ‘이제 나는 국정운영 주체세력이다’ ‘2008년엔 막 뜰 테니 기대하라. 코스닥에 상장하자’고 했다. ‘당분간 우리 회사는 맹형규 간사가 맡고 있는 인수위 업무에 총집결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맹 의원이 인수위 전체 업무의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기획조정분과 간사라는 중책을 맡게 되자 김 사장은 임원 3명을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업무에 투입했다.”

    ▼ 해당 임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수위를 지원했나.

    “이들이 국가지리정보산업 육성과 관련된 보고서를 만들어 인수위 측에 보내면 대체로 인수위는 이를 표현만 약간 바꿔 자신의 정책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회사는 국토에 대한 지적(地籍)정보와 땅 위의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안을 냈는데, 인수위에서 그대로 채택됐다. 한 임원은 ‘공간정보산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는데 인수위는 약간 변화를 주어 이를 인수위 버전으로 바꾸는 식이었다. 회사 안(案)이 곧 인수위의 안이 되는 셈이었다. 당시 인수위는 이명박 후보의 기존 대선 공약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게 필요했다. 이런 인수위의 욕구에 김 사장이 잘 부응한 측면이 있었다.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 중 ‘디지털 대운하’도 인수위의 이목을 끌었다.”

    ▼ 디지털 대운하는 이 회사 아이디어였나.

    “디지털 대운하는 이 정부가 좋아하는 건설산업 육성과 연결되고 첨단 IT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국정 철학인 대운하도 건드리고 있어 인수위 구미에 잘 맞아떨어졌다. 어떤 회사든 자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을 정부 측에 제안하게 마련이다. 결국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인수위의 국가지리정보산업 관련 국정과제를 사실상 도맡아 만들었다는 것은 향후 한국공간정보통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책이 흐르게 됐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지리정보 구축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국토부 자체 표준을 만들고, 국가공간정보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한 것은 외국기술 의존도가 높은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이 회사에 매우 유리한 내용이었고, 이 회사의 성장엔진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디지털 대운하는 인수위 해체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융합 IT산업’의 한 축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융합 IT산업’이라는 것은 디지털방송, 로봇, 반도체 등 기술 자체보다는 이러한 기술들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와 인프라 산업, 즉 U시티, U의료, U교육, 디지털대운하 등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져 있다.”(디지털타임스 2008년 3월3일 보도)

    “이문세 ‘알 수 없는 인생’ 틀고는…”

    그런데 김인현 사장은 자신이 인수위에서 이정도 공(功)을 세운 만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결과가 이에 못 미치자 낙담했다고 한다. 다음은 A씨의 주장이다.

    “김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수위 측은 ‘자 수고했어요’라며 김 사장이 올린 안 대부분을 인수위의 국정과제로 잠정 채택했다. 김 사장은 인수위 측이 MB(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가지리정보사업 국정과제를 보고할 때 자기도 들어가는 것으로 내심 기대했으나 맹형규 간사가 보고하고 국토연구원 사공호상 박사가 배석해 크게 낙심했다. 김 사장은 회사로 돌아와 회의를 할 때 이문세의 노래 ‘알 수 없는 인생’까지 틀어가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국토정보연구센터 소장은 “인수위 시절 이명박 당선인에게 국가지리정보사업을 보고할 땐 맹형규 간사와 나만 참석했다. 김인현 사장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 민간 부동산전문가인 고종완씨가 인수위 자문위원 신분을 유지한 채 부동산 컨설팅 강의를 해 큰 물의를 빚은 터라 민간 기업인이 인수위 공식 보고에 참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돈 많이 드는데 본전 뽑겠나”

    이어 A씨는 “김인현 사장은 인수위 시절 맹형규 간사의 수하에 있던 노모 상임위원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노씨는 전자지도 관련 전문 지식은 없지만 여권과 친분이 두터워 ‘대(對)정부 로비창구’로 쓰겠다는 목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한 임원은 “노씨 영입에 돈이 많이 드는데 본전 뽑으려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씨는 한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광화문사무실 비서실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 캠프의 정책특보로 일했다.

    노씨는 이 회사 사보 인터뷰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배운다는 입장에서 한국공간정보통신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노씨는 불교사찰 누락 파문이 일자 지난 8월 말 부사장직에서 사임했다.

    A씨는 김인현 사장 측 제안이 인수위 및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대폭 반영됐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이 회사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5월 IT서비스학회에서 발표된 이 회사의 ‘공공분야 공간정보 활용과 g-biz’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사가 확산시키려고 노력하는 ‘국가공간정보망(NSDI·National Spatial Data Infrastructure)’ 기술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는 점을 적시했다. 이 발표 자료에선 ‘NSDI를 활용한 3차원 국가위기 관리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인수위 문건이 근거자료로 제시되기도 했다.

    불교사찰 누락지도 제작해 물의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전방위 의혹

    ㈜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외부에 발표한 자사 홍보물에서 자사가 자랑하는 기술사업(NSDI)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됐다며 이를 입증하는 인수위 문건을 제시했다.

    인수위 맹형규 간사 측에 제공한 NGIS(국가지리정보체계) 관련 문건에서 한국공간정보통신은 “17개 이상 정부기관에서 각각 생산하는 지리정보를 건교부(현 국토해양부)로 통합하고 현행법을 국가공간정보 관련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 제의가 인수위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인수위 백서(513페이지)는 “맹형규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특별히 보람 있었던 일로는 놓칠 뻔 했던 과제들을 다시 살려낸 것을 꼽았다.…그는 여러 부처로 지리정보가 갈라져 비효율성을 낳고 있는 NGIS(국가지리정보체계)의 통합·조정안을 마련한 것…도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고 기록했다.

    A씨는 “이면적으로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은 국토해양부의 권한 강화를 희망했는데, 인수위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까지 NGIS 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A씨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이 인수위에 제시한 국토해양부 조직개편안도 실제로 실행에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는 이 회사의 주 수익원인 정부발주 지리정보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다. 한국공간정보통신 문건은 국토해양부 내에 △국토정보정책관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국토정보기획과 △국토정보제도과 △국토정보산업지원과 △국토정보센터를 두도록 제안했는데, 이는 정부 조직개편 이후 국토해양부에 설치된 실제 부서와 기능은 물론 명칭까지 완전히 일치한다.

    국토부와 끌어주고 밀어주고?

    불교사찰 누락지도 제작해 물의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전방위 의혹

    ㈜ 한국공간정보통신의 문건. 자사 업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에 국토정보정책관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국토정보기획과, 국토정보제도과, 국토정보산업지원과, 국토정보센터를 설치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실제 이명박 정부 조직 개편결과 이 제안과 똑같이 국토해양부 부서가 설치됐다.

    이와 관련, A씨는 “국토해양부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에 우호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까지 국토해양부의 지리정보 소관 부처에 이 회사 직원이 파견 근무해 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에 맡긴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는 차원에서 이 회사 직원을 국토해양부 사무실에 상주시킨 적이 있다. 다른 뜻은 없었다”고 했다.

    김경수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정책관(국장)은 최근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온▼ 오프라인을 통해 대외홍보용으로 발행하는 사보(‘GIS Review’ 2008년 여름호)에 ‘국토정보화의 첨병, 우리나라 공간정보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앞뒤로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이 보유한 공간정보기술을 찬양하는 이 회사 김인현 사장과 직원 김모씨의 글이 실려 있었다. 지도업계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 국장이 특정업체 기술을 홍보하는 데 동원됐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일었다”고 말했다. 김경수 정책관과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 한국공간정보통신 측 홍보용 사보와 인터뷰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간정보통신 기술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민간업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응해주는 편이다.”

    ▼ 전자지도 업계에 300여 개 업체가 있는데, 한국공간정보통신 이외 동종업체와 인터뷰한 적 있나.

    “지적공사 측과 인터뷰한 기억이 있다.”

    ▼ 공기업이 아닌 민간업체와의 인터뷰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유일한가.

    “아니, 공간정보통신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 국장 인터뷰가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매체 성격을 고려했을 때 국장 인터뷰는 ‘정부가 한국공간정보통신의 특정 기술을 톡톡히 PR해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데.

    “기사 삭제와 잡지 회수를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에 요구하겠다.”

    한국공간정보통신 윤모 상무는 “업계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보겠다는 차원에서 김경수 정책관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김인현 사장이 직접 나서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알고가 사태’가 터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괜히 오해 살 일을 했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김경수 정책관의 해명과는 달리 그의 인터뷰는 이례적인 일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A씨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은 국토해양부의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 사업 입찰을 준비했으나 막상 제안설명회에 불참하여 입찰 자격을 상실했다. 그러자 국토해양부 측은 이 사업을 낙찰받은 S사 측이 핵심 솔루션 용역을 한국공간정보통신에 주도록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을 적극 배려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김경수 정책관은 펄쩍 뛰며 전면 부인했다. 김 정책관은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사업을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수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국토해양부와 이 회사 간에는 어떤 유착도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 회사는 떨어지고 난 뒤 민원을 제기해 우리 직원들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S사 측이 자사와 입찰 경쟁을 벌인 경쟁회사에 용역을 떼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공간정보통신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김 정책관의 이런 설명은 사실과 달라 의혹을 가중시킨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관계자는 “S사가 KLIS를 낙찰받은 뒤 국토해양부 측은 S사 측에 ‘국산 솔루션을 찾아보라’는 요구조건을 넣었는데, 국산 솔루션은 우리가 맡고 있어서 S사 측은 우리에게 용역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 여러 문제가 있어 우리가 용역 수주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한나라당 측이 추진 중인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등 관련법 역시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제안한 법률개정안과 거의 똑같다”고 주장했다.

    “‘알고가 사태’ 안 터졌다면…”

    A씨는 “만약 ‘알고가 사태’라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인수위에 의도했던 대로, 이 회사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정부 정책과 법률이 순조롭게 시행되면서 현 정권하에서 조용히 그 과실을 누리며 도약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인수위 시절 맹 수석 수하에 있었던 노 전 한국공간정보통신 부사장은 “맹형규 수석과 김인현 사장은 잘 아는 사이다.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때는 그 회사 녹을 먹었는데…”라고 밝혔다. ‘김 사장이 노 전 부사장을 대정부 로비 목적으로 영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 전 부사장은 “정황상 그렇게 볼 여지도 있다. 김 사장이 나를 영입한 데는 그런 목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국토해양부,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대(對)관 업무를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나는 정부를 상대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언론 창구를 맡고 있는 윤모 상무는 김 사장과 맹 수석의 친분 문제와 관련 “김 사장과 맹 수석이 잘 아는 사이인지에 대해선 답변을 못하겠다. 김 사장이 맹 수석과의 친분을 과시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불교사찰 누락지도 제작해 물의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전방위 의혹

    ㈜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자사 상품인 공간정보기술 홍보목적으로 제작한 인쇄물에 김경수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관 인터뷰가 실려있다.

    윤 상무는 “2008년엔 막 뜰 테니 기대하라. 코스닥에 상장하자” “우리 회사는 인수위에 총집결이다”라고 말했다는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김 사장은 맹 수석 문제로는 본인이 직접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 한다. 김 사장이 그런 말을 실제로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이 “나는 국정운영 주체세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선 윤 상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상무는 “김 사장이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회의에 참석한 바 있고, 박사급 회사 임원 서너 명이 인수위를 도와 여러 번 보고서를 제출한 일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NGIS, 디지털 대운하, 국토해양부 조직개편 등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제시한 안이 맹 수석을 통해 인수위 국정과제나 이명박 정부 정책으로 채택돼 집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내부 고발자 A씨는 “김인현 사장 측이 정부 부처의 자사 사업 담당 공무원의 인사이동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통계청 안모 사무관이 한국공간정보통신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자 안 사무관이 해당 업무에서 빠지도록 김 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세지는 않다”

    A씨는 그 근거로 김 사장 측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제시했다. 모 정부 당국자에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이 문건은 국가공간통계구축사업과 관련해 △통계청의 업무를 지연시켜줄 것 △통계청의 특정부서 업무를 제한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다음은 문건 내용 중 일부다.

    “국가공간통계구축사업은 통계청만의 사업이 아니라 지도와 연관된 사업임. 통계청 자체 지리정보 프로젝트는 하반기에 집행하는 방향으로 분산관리. 통계지리정보팀의 사업규모는 총 120억 규모로 한 과에서 제한된 관리체계로 운영되기 어려운 사업. 업무의 분산체계 확보.”

    A씨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이 작성한 통계청 관련 문건과 국토해양부 조직개편안 문건은 동봉되어 정부 당국자에게 함께 전달됐다. 국토해양부 조직개편안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통계청 문건도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통계청 문건에 언급된 통계청 업무의 담당자는 안모 사무관이며, 결과적으로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이 원하는 대로 안 사무관은 지리정보 업무에서 배제되는 방향으로 인사 조치됐다는 것이다.

    안모 사무관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김 사장 측에 분노를 표출했다. 다음은 안 사무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인사이동 됐나.

    “그렇다.”

    ▼ 한국공간정보통신 측과 마찰을 빚은 것이 인사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데 새삼스럽게 거론하기도….”

    ▼ 한국공간정보통신이 그렇게 힘이 센가.

    “아주 세지는 않으니 이렇게 된 것 아니겠나. 정말 막강하면 아예 밖으로 일절 소리 나지 않게 조용하게 처리했겠지. 그 회사가 주제넘게 행동한 것으로 생각한다.”

    “큰 문제 덮으려 사과했겠지”

    ▼ 인사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건가.

    “내가 문제를 제기하면 너무 파장이 커질 것 같다. 상상하기 힘들 만큼 힘들어질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한번 험하게 당한 건데 나만 참으면 상황이 잠잠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한국공간정보통신 측과는 왜 사이가 틀어졌나.

    “나는 오랫동안 지리행정을 해왔다. 그 회사는 전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 하곤 했다. 사장이 나와 같은 운동권 출신이라 한 번 훈계한 일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사의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겠지.”

    ▼ 최근 한국공간정보통신 측과 만난 일 있나.

    “그 회사 사장이 인사이동과 관련해 내게 사과하더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명예회복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인사 발령 후 사과하던가.

    “최근 불교사찰 누락 건이 폭로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이 회사에 대해 작심하고 말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듯하다. 김인현 사장 선에서 끝나기 힘든 여러 가지 일로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데 그런 걸 덮으려고 사과했겠지.”

    ▼ 문제 될 소지가 어떤 내용인지.

    “그건 내가 얘기 안 하려고….”

    ▼ 정부 실력자와 유착되어 있다는 것인가.

    “나 아니어도 확인할 길이 많을 것이다. 내가 입 열어 소란스럽게 하면 당장이야 화젯거리가 되겠지만 구조적인 것들이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좀 신중하려고 한다.”

    A씨와 통계청 공무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인현 사장 측 윤모 상무는 “우리 회사가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우리 회사가 오해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김 사장이 그 공무원에게 사과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총리실 산하)을 상대로 ‘로비 모의’를 한 점도 드러났다. A씨가 공개한 이 회사 권모 전무 명의의 문건(2008년 3월20일)에는 국토해양부가 발주하는 지리정보사업의 ‘수주 전략’으로 “기 구축 인적 네트워ㅋ 십분 활용. BH 및 국무조정실 기타 외곽 조직을 통한 지속적인 측면 지원”이라고 씌어 있다. ‘청와대(BH)와 국무조정실 권력을 업고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회사 윤모 상무는 “이 문건은 권모 전무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 왜 이런 문건을 만들었나.

    “영업 담당자의 과욕이었다. 어리석은 일이다.”

    ▼ 문건 유출시 파장은 예상하지 못했나.

    “밖으로 새나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법적으로 정부 부처의 경쟁 입찰 과정에 외압은 불가능하다.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시행하는 입찰에 참여하여 수주하면 되는데 왜 BH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

    “정치적인 힘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봤을 것이다.”

    ▼ 이 문건의 ‘기 구축 인적 네트워ㅋ 십분 활용’ 표현에 따르면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은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에 이미 힘을 써줄 만한 인맥을 구축해놓고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로비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국회 출석 안 하려 고심?

    A씨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은 회사자금으로 정치권에 용돈을 주며 관리해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회사는 민주당 등 야당 측을 설득해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국회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모 의원의 김모 보좌관은 ‘BH 문건’을 작성한 한국공간정보통신 권 모전무로부터 지난해 이 회사 자금 수백만원을 받았다. 회사 자금 담당자가 ‘권 전무 친구가 힘들다고 해서 지급했다’고 말해 알게 됐다.”(A씨)

    이에 대해 김 보좌관은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 권모 전무가 몇백만원 줬다고 하는데.

    “그런 적 없다.”

    ▼ 두 분이 친구 사이인데 작년쯤에 준 것으로 되어 있다는데. 기억이 안 나는가.

    “글쎄, 아닌 것 같다.”

    ▼ 아니, 이쪽에서는 준 것으로 되어 있다는데.

    “아. 그게 저희….”

    ▼ 의원에게는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의원님은 전혀 상관이 없다. 지난해 내 후배들에게 월급 줄 게 좀 있었는데 권 전무가 대신 챙겨준 것 같다.”

    ▼ 어느 회사 월급인지.

    “모 대선주자 캠프에 있을 때 후배들이 자원봉사로 돕고 있었는데 활동비는 줘야 되니까.”

    ▼ 최근 권 전무를 본 일 있나.

    “만난 적 없다.”

    이에 대해 윤 상무는 “권 전무에게 확인해본 결과 자기 개인 돈을 김 보좌관에게 준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불교 사찰 연쇄 누락 사건과 관련, A씨는 “한국공간정보통신 일부 직원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 내부정보가 밖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회사 측에선 대통령직인수위 지원활동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이명박 정부와 사업 기조를 맞춰나가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준 바가 있어, 이번 ‘알고가 사태’를 두고도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불교를 차별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회를 부각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문제는 당시 지도제작·관리에 직접 참여했던 실무자가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있는데 일부는 퇴사한 것으로 안다.”(A씨)

    “2개는 인정, 2개는 무관”

    반면 한국공간정보통신 측 윤 상무는 “지도제작 과정에서 종교 편향 의도는 없었다”면서 “우리 회사가 고의로 불교 사찰을 누락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악의적 음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 측은 별도의 보도자료에서도 “사찰명 누락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그러나 최근 의혹 제기는 사실왜곡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이 보도 자료는 “알고가 사이트와 교육지리정보시스템의 지도 데이터에 대해서는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만, 나머지 2개의 전자지도는 원천지도 데이터 등이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것이 아니어서 한국공간정보통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윤 상무는 “정부기관과의 유착이나 특혜, 로비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가 이미지 실추 차원을 지나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몇몇 우선협상대상 계약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인터뷰에 나오기 전에는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읍소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취재한 내용을 듣고 보니 그런 얘기는 못하겠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좀 답답하고 억울한 측면은 있다.”(윤 상무)

    맹 수석 측 “설명 들은 게 전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측은 “맹 수석은 김인현 사장과 인수위 구성 이후 만난 적이 있지만 김 사장이나 한국공간정보통신 측과는 의혹을 살 만한 어떠한 일도 없었다”고 밝혔다. 맹 수석 측의 설명이다.

    “맹 수석은 정계 입문 후 지난 12년 동안 부정에 개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인수위 시절, 국토지리정보시스템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고 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되는 중요한 사업이어서 맹 수석이 열의를 갖고 다뤘다. 여러 부처에서 보고를 받고 각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김인현 사장을 만나 설명을 듣고 한국공간정보통신으로부터도 보고서를 받아봤다.

    김 사장 측이 제안한 보고서 내용과 인수위 국정과제 내용이 일맥상통한다는 부분은 그쪽의 보고서 역시 기존 연구된 내용을 수집한 것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공간정보통신 부사장으로 간 노 모씨는 인수위 직책상으로는 맹 수석 산하에 있었지만 맹 수석이 임명하지 않았으며, 인수위 구성 전에는 잘 몰랐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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