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매케인 & 오바마의 對아시아·한반도 정책 해부

한·미·일 결합한 다자공동체 중국 포위냐 통한 중국 포용이냐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 joseon@inss.re.kr

    입력2008-10-07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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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4일 미국 대선의 향방을 놓고 각국은 외교안보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변화와 희망’을 내걸고 있고, 한때 개혁파였던 매케인 상원의원은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제일주의(Country First)’의 기치를 내걸고 부시 1기 행정부 때와 유사한 외교안보 정책을 내놓고 있다.
    • 2000년에 등장한 부시 행정부는 탈냉전 직후 8년간 집권했던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바꾸는 대전환(이른바 ‘ABC정책’)을 단행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연임에 이어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나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외교안보전략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매케인 & 오바마의 對아시아·한반도 정책 해부

    11월4일 결정될 백악관(사진)의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특히 아시아·한반도 정책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마친 9월, 대통령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앞으로 대통령후보들은 세 차례의 토론을, 부통령후보들은 한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본격적인 정책대결에 나선다. 대통령선거는 미국헌법의 규정에 따라 “11월의 첫째 월요일의 다음 화요일”인 11월4일 실시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선거는 각 주에서 선거인단 538명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선거다. 이때 선거인단 270인 이상을 확보하면 사실상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들 선거인단이 12월15일에 다시 투표를 해 정식으로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새 대통령은 2009년 1월20일 취임하게 된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한다는 건국이념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통일된 전통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은 이념적 차이가 거의 없는 선거정당의 성격이 강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미국 정치는 당파성보다는 개인의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정당이 정책적으로 잘 단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1993년 클린턴 정권하에서 행정부가 추진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오히려 야당인 공화당이 찬성해 비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정당의 규율이 약하고 당원의 유동성이 높으며 정치인의 독립성이 강하다 보니 대통령선거도 당의 신조나 주의주장보다 후보의 주장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1980년대 이후 부동층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정당보다 후보자의 업적이나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고립주의와 다자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외정책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명확히 규정하고 때로는 타국과의 군사적 대결도 불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단독행동이나 힘의 외교, 고립주의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협조주의라는 입장 아래 다른 나라와 군사적 대결을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자주의에 기초해 유엔과 같은 국제제도를 중시하고 소프트파워에 무게를 두는 외교를 전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경제·국내정책에 우선을 두고 외교·안보를 2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며, 지지기반인 노조의 영향을 받아 보호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은 정책집단의 성격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정책수립과 인재네트워크 형성 과정에서 싱크탱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공화당에는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공화당연구소(IRI)가 있긴 하지만,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의 영향력이 크다. 반면 민주당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민주당 정책수립에 직접 공헌하기보다 당파성에서 벗어난 연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책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민주당에서는 의원, 의회 보좌진 등 현실정치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정책입안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2002년에 미국진보센터(CAP)를 설립하여 힐러리 상원의원의 대외정책을 수립하는 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11월4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질 미 의회선거에서 공화, 민주 양당 가운데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 것인지가 중요한 이유다.

    11월4일 의회선거에서는 상원의원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5명과 하원의원 전원인 435명을 선출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상하 양원 지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매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행정부는 공화당, 의회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분할정부(divided government)가 될 것이고, 오바마가 당선되면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단일정부(unified government)가 탄생하게 된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는 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분할정부였기 때문에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의 이행 등 외교안보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사사건건 의회의 견제를 받았다. 부시 행정부도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인 바람에 이라크전쟁의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선에서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비록 대선에서 공화당이 내세운 공약들이라 해도 민주당과의 정치적 타협 없이 미 의회의 비준을 얻기가 쉽지 않다. 반면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그가 내세운 각종 공약들은 현실적인 외교안보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 매케인 진영과 오바마 진영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정책 브레인들은 누구인가. 외교안보라인,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누가 될지, 또 누가 백악관 NSC 동아시아국장과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될지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현재 양 진영에서 외교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그룹이 반드시 차기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향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없다.

    화려한 외교안보 참모진

    현재 외교안보 분야에서 매케인을 위해 일하는 공화당 내 전문가는 75명에 불과하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 25년에 걸친 의정생활을 바탕으로 매케인 후보가 주요한 외교안보 정책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매케인은 체계적으로 이들을 활용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경우에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외교안보 자문그룹은 매케인의 외교담당 수석보좌역인 랜디 슈너먼이 이끌고 있다. 슈너먼은 네오콘들이 주축이 된 이라크해방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버나드 아론슨 전 국무부 차관, 존 볼턴 전 유엔대사,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 나이얼 퍼거슨 후버연구소 연구원,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재단 연구원 등도 매케인의 외교안보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매케인의 아시아 정책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으며 일본 전문가인 리처드 아미티지가 주로 담당한다. 한반도 정책은 마이클 그린 전 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자문그룹의 전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랜디 슈라이버 전 국방부 부차관보와 댄 블루멘탈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매케인의 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원로그룹으로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래리 이글버거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무장관,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처드 버트 전 독일대사, 존 리먼 전 해군장관 등이 있다.

    반면 미 민주당의 오바마 진영은 300명에 달하는 광대한 외교안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의 핵심멤버 가운데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직했던 전직 중견관료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대규모 외교정책 조언그룹은 지역과 현안에 따라 20개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돕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오바마 외교안보팀의 핵심 이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핵심 멤버로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그레고리 그레이크 전 백악관 특별고문, 데니스 맥도너 전 미 의회 민주당 보좌관, 앤서니 레이크 전 국가안보보좌관,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 립퍼트 오바마 외교안보분야 수석보좌관이 있다.

    이 가운데 수전 라이스가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앤서니 레이크는 주로 이라크·아프간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오바마의 대외 접촉이나 핵심 조언가 그룹 사이의 연락은 데니스 맥도너가 담당한다. 아시아·중국 지역은 NSC 아시아국장과 중국주재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역임한 제프리 베이더가 맡고 있다.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은 제프리 베이더의 총괄 조정 아래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대사가 이끄는 보스턴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팀에는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연구원 및 조너선 폴락 해군대학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진영은 6자회담과 같은 틀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보스턴팀이 밑그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인 프랭크 자누지, 케이스 루스가 의회 차원의 조언을 책임지고 있다. 토머스 허바드, 도널드 그레그 등 전직 주한 미대사 외에 북미 제네바 합의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조엘 위트도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이라크전쟁 처리에 쏠린 시선

    통상 미국 대선에서는 세금, 건강보험, 교육문제 같은 국내·경제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사태 이후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외교안보문제로 옮겨갔다. 특히 수천억달러의 전비가 들어가고 4000명 이상의 병사가 죽어간 이라크전쟁 처리 문제는 이번 대선의 주요 현안이다.

    9·11 이후 안보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확고한 안보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민주당보다 강경한 대(對)테러 정책을 내놓은 공화당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2002년 중간선거,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계속 패배를 맛봐야 했다. 반면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진 2006년 중간선거에서는 그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이 승리했다.

    이 때문에 매케인 후보는 인기가 없는 부시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이려 애쓰면서도 월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전력을 내세워 외교안보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모든 국제 현안을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의하여 조화롭게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엔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뒤 ‘민주주의연맹(League of Democracies)’을 조직해 유엔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도 외교안보 문제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상원 외교위원장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일부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른 한편으로 7월20일부터 오바마가 직접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요르단, 이스라엘 등 중동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을 순방하면서 외교능력을 과시했다. 이 순방에서 그는 이스라엘의 안전보장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에 기초한 아랍-이스라엘 분쟁해결을 약속하고, 21세기의 위협에 맞서서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대처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강화해 나간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매케인과 오바마의 외교안보 정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부시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라크전쟁 문제에서 불거진다. 매케인은 이라크전쟁에 관해서만큼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 반면 오바마는 이라크 중심의 외교안보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매케인은 지속적으로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해야 한다며 조기철군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5월 하순 세계문제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가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한다면 이라크 국민을 끔찍한 폭력과 인종청소, 나아가 대학살의 참극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는 배신행위요 위대한 미국에 대한 오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국민의 60%가량이 반대하는 이라크전쟁에 대해 매케인이 부시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그가 처음부터 전쟁에 찬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리어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어필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들어 있다.

    반면 오바마는 이라크에서의 미군작전이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있는 알 카에다와 전투하기 위해 이라크전쟁에 투입된 군사력을 아프간전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2010년 여름까지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한다는 이른바 ‘16개월 내 철군완료’를 이라크전쟁의 최종목표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오바마는 이라크나 파키스탄이 테러세력의 온상이 되지 못하도록 민주화를 통해 정치적인 안정을 달성토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라크난민을 위해 20억달러를 지원하며, 파키스탄 군부가 국민 지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간 재정 지원함으로써 테러집단과의 연계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매케인, 日 안보리 이사국 진출 지지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두 후보의 아시아 정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매케인과 오바마는 모두 아시아 중시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다. 양측의 상이한 입장은 앞으로 한미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케인 후보는 미국을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규정하고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역사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그는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로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며,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 대한 태도는 상이하다. 한국, 일본, 호주를 아시아 지역의 강력한 동맹이라고 언급하면서도, 특별히 일본을 ‘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기초’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시 1기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답습한 것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등 일본을 아시아 지역의 맹주로 특별대우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

    오바마 후보는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국 일본 호주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공동관심사에 관해 협력하고 개방과 시장경제화를 더욱 촉진시켜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중국을 활용해 아시아 지역의 번영과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

    또한 오바마 후보는 양자합의, 간헐적인 정상회담, 6자회담 같은 임시적인 대화장치를 뛰어넘어 새롭고 항구적인 아시아 집단안보체제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고 초국가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에서 보다 효과적인 지역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안보의 틀 속에서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관리해나간다는 구도다.

    북한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매케인과 오바마는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매케인은 북한을 “독재, 미치광이 정권”이라고 부르며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VID)를 요구할 것이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결의와 6자회담을 활용하고 한미일 정책조정과정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후보는 매케인과 같이 북한인권의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최근 부시 행정부의 북핵 외교에 대해 늦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지만, 북미 간 ‘직접외교’를 계속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모든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수 있도록 6자회담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에 대해서는,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 매케인과 오바마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매케인은 아시아의 역동성에 겁먹은 나머지 보호주의의 장벽을 치려 한다며 오바마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와의 경제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기존에 합의된 FTA를 미 의회가 즉각 토론하고 표결처리해야 한다며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때 한미 FTA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오바마는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좋은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며, 월스트리트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미국 중소기업에도 좋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태도를 변경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중국 포위망의 강화?

    지난 10년의 한미관계를 돌아보면, 한미 양국의 정책지향이 같을 때는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 반면 정책지향이 다를 때는 갈등이 발생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초래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는 4년 동안 미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와 정책적 밀월관계를 누렸지만, 마지막 1년은 ABC정책을 취한 부시 행정부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노무현 정부는 거의 4년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와 엇박자를 보여 외교적 파열음이 끊이지 않다가, 그나마 마지막 1년 동안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회복했다. 이처럼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미관계의 미래는 가변적일 수 있다.

    먼저 매케인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의 한미관계를 전망해보자. 매케인 후보는 ‘포린어페어스’ 2007년 11·12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으로 구성된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떠오르는 중국에 대항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매케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부시 정권이 어렵게 추진해온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가 중단되고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결합으로 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부시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아태민주주의파트너십(APDP)’의 확대 형태든 새로운 NATO 글로벌 파트너십 가입의 형태든 민주주의연맹의 일원으로 가담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군사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주한미군의 주둔지원비 증액요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도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케인은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지지하기 때문에,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은 물론 한미 간의 무역마찰이 크게 줄어들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이 증진될 수 있다. 이미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국제 달 네트워크(ILN)’사업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공동연구 및 실험 등 항공우주분야 협력과 원자력분야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의 한미관계를 전망해보자. 일단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유지되면서도 1기 부시 행정부와 달리 일본에 대한 편중이 완화되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오바마는 동아시아 차원에서 6자회담을 넘어서서 보다 효율적인 제도적 틀을 만드는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는 동맹관계뿐만 아니라 중국도 중시하고 있어 1기 부시 행정부처럼 반(反)중국 해양연대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비전이 확고하다면

    이 경우 동북아 다자안보기구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한미 간에는 원활한 협력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안보포럼의 연내 발족 구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정책 변경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성향 때문에 한미 간에 무역마찰이 증대할 가능성도 높다.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완료되지 못한다면 한미 FTA의 비준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진영이 이라크 조기철군 추진과 달리 아프간 전투의 승리를 내세우며 동맹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에 대한 아프간 재(再)파병 요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비전투 지원’을 요청한 바 있어 향후 아프간 재파병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갈등이 빚어질 공산이 있다.

    매케인 & 오바마의 對아시아·한반도 정책 해부
    조성렬

    1958년 서울 출생

    서울대 공대 화공과 졸업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일본 도쿄대 대학원 객원교수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객원교수

    現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

    저서 : ‘정치대국 일본’ ‘열린 세계 열린 민족’ ‘주한미군’ ‘한반도 평화체제’등


    그러나 전체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양당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동맹은 미국의 중요한 외교안보 정책 대상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또한 핵 확산 방지 차원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중요 관심사안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지역질서 및 한반도 미래에 관한 외교안보구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이나 아시아 정책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국이 동아시아 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그 정도 위치에 올랐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사명감, 동북아 질서에 대한 비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만 확고하게 만든다면 미국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미래 한미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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