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거울로 신발이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인기를 끈 것은 ‘가상거울(Virtual Mirror)’. 가상거울은 독일의 프라운호퍼 통신연구소가 개발한 일종의 의류 쇼핑 도우미다. 옷을 고른 뒤에는 으레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입어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옷을 입고 벗는 일이 귀찮아 입어보지도 않고 옷을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가상거울만 있으면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다. 가상거울에서 옷을 선택하면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나타난다. 노란색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파란색을 선택하면 된다. 옷을 입었을 때 구김과 늘어지는 정도까지 자세히 표현돼 실제로 옷을 입은 것 같다.
프라운호퍼 통신연구소의 안나 힐스만 박사팀이 이를 위해 고안한 방법은 가상거울 위쪽에 카메라를 달아 쇼핑객을 실시간으로 찍는 것. 카메라는 수밀리초 간격으로 쇼핑객을 촬영한 뒤 이 이미지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에서는 이를 토대로 쇼핑객이 옷을 입은 모습을 거울에 나타낸다.
옷뿐만 아니라 안경이나 보석도 가상거울이면 쉽게 고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힐스만 박사팀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기업인 아디다스와 함께 다리와 신발을 스캔해 가상으로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는 가상거울을 개발했다. 가상거울만 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Fnc코오롱은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디지털 매장을 열었다. 디지털 매장은 쉽게 말해 가상거울을 컴퓨터로 옮겨놓은 것. 매장 컴퓨터에는 쇼핑객의 3차원 체형정보와 취향, 구매 이력 같은 상세정보가 저장돼 있고, 쇼핑객이 전자카탈로그에서 옷을 선택하면 쇼핑객의 아바타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옷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 접속한 뒤 자신의 체형과 동일한 아바타가 나타나면 아바타에게 옷을 입혀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치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고 원하는 무늬나 사진을 옷에 넣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