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발매한 첫 앨범 ‘Quelqu´un M´a Dit(누군가 내게 말했지)’가 200만장 이상 판매된 성공작이었다면, 5년 만에 내놓은 ‘No Promises’에서는 브루니의 한층 성숙한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다.
1967년 이탈리아 투린에서 태어난 브루니는 다섯 살 되던 해 가족과 프랑스로 이주했다. 오페라 작곡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브루니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기타, 작곡에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No Promises’는 먼저 편안한 느낌의 앨범 표지가 눈에 띈다. 수록된 곡들은 전체적으로 재킷의 방처럼 평온한 분위기다. 11곡이 실린 앨범 전곡 가사는 19세기와 20세기 중반 사이에 활동한 영미(英美) 시인들의 시로 대신했다. 카를라 브루니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제티, 도로시 파커의 시들은 마치 차분한 랩처럼 들린다. ‘Yesterday Yes a Day’를 부르는 제인 버킨의 창법과 영화 속 마릴린 먼로의 농염한 자태를 보는 듯 브루니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음반의 성공 이유로 보컬과 기타의 호흡을 꼽는 이도 있다. 그만큼 브루니의 작곡과 보컬 못지않게 기타 선율이 주는 묘미도 크다. 음반 제작과 기타 연주까지 담당한, 한때 브루니의 연인이었던 루이 베르티냑의 음악적 재능은 브루니의 2집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포크 사운드의 ‘No Promises’는 농염한 가을 햇살 아래 노곤하면서도 안락한 행복을 선사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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