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명이 화려한 꽃을 피운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된 덕분이다. 그리스인들은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등 수많은 신(神)을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신이 인간을 빚어냈다기보다는 인간이 인간 모습을 닮은 신을 창조할 정도였다.
그리스 문명의 속성은 르네상스 때 다시 살아난다. 당시의 천재들은 엄격한 교회 질서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했다. 근대 이후에도 인간의 상상력은 빛을 뿜는다. 비행기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누가 믿었겠는가. 라이트 형제의 상상력과 추진력 덕분에 비행기가 발명됐다. 20세기에 과학기술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창조 비슷한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만 해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노트북 컴퓨터가 창조되지 않았는가. 이제는 생명체를 만드는 도전도 시도되고 있다.
창조는 경영에서도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개선’ ‘혁신’보다 강도가 더 높은 ‘창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더욱 강조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흐름인 듯하다. 2007년 이후 한국 재계에서도 ‘창조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창조경영의 선구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 전 하버드대 교수는 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기업경제의 원동력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어떻게 하면 창조경영이 가능할까. 여러 경영인과 학자들은 그 노하우를 찾으려 고심한 끝에 저마다 비결을 제시한다. ‘르네상스 창조경영’(최선미·김상근 지음, 21세기북스)은 그 비결 가운데 하나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이 거둔 성과를 분석해 창조경영의 비밀을 밝힌 책이다.
미켈란젤로처럼 생각하라
인문예술학적 영감으로 돌파구를 열라고 강조하는 ‘르네상스 창조경영’.
저자들은 “아마 5000년 인류 역사 가운데 가장 강렬한 ‘창조성’의 기운이 분출했던 시기는 14~16세기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에 나타났던 르네상스 시대일 것”이라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들이 4~5년 단위로 줄줄이 태어나 문학, 예술,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시스템화가 불가능’한 창조경영의 ‘예술적 시스템화’를 꾀했다.
미켈란젤로가 13세 소년이던 1488년 의 일이다. 화가 견습생인 그는 천재화가 마사초(1401~1428)가 그린 ‘세례를 베푸는 성 베드로’라는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추운 겨울에 벌거벗고 찬물을 맞으며 세례를 받는 신자가 벌벌 떨며 베드로를 째려보는 장면이었다. 거룩한 의식을 모독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질 아닌가. 매우 평범한 진리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이 발견을 르네상스의 출발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최고의 창조경영자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에서 쫓겨난 후 절치부심한 끝에 아이팟을 개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직관력을 창조경영에 적용한 결과다. 이 책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남이 읽지 않는 책 읽기 △무작정 싸움 걸기 △실패의 위험 무릅쓰기 등을 시도하면 좋다고 추천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에서 발견한 ‘창조경영의 10가지 법칙’을 정리했다. 미켈란젤로처럼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법칙을 비롯해 △천재들의 창조력을 후원하라(메디치 가문의 사례) △창의적 인재를 발견하라(엘 그레코를 놓친 펠리페2세) △다양성을 인정하라(베네치아를 이끈 개방적인 사고와 문화) 등이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것과 함께 오늘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여러 개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예를 들면 △유튜브 사이트를 방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축제 장면을 찾아본다 △직원들과 함께 홍익대 근처로 가서 인디밴드 콘서트에 참여해본다 △직원들과 함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토론한다 등이다.
‘마음의 공복감’을 채워주라
소비자 시각에서 혁신 아이디어를 찾은 13개 기업의 성공사례집 ‘씽크이노베이션’.
‘씽크 이노베이션’(노나카 이쿠지로·가쓰미 아키라 지음, 남상진 옮김, 북스넛)은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서 제2, 제3의 혁신을 이루도록 자극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이 정의하는 이노베이션은 기술혁신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생산방식, 영업방식, 조직 개혁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이 책은 최고 자리에 오른 기업과 조직, 경영인을 소개한다. 그들은 벼랑 끝에서 회생해서 당당히 이노베이터 반열에 올랐다.
제1 저자인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지식 경영’이라는 개념을 창시하다시피 한 세계적인 경영학자다. 그는 ‘현대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로부터 “현장을 제대로 아는 몇 안 되는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저서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2 저자인 가쓰미 아키라는 경제경영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로 ‘소니의 유전자’ 같은 베스트셀러 저서를 냈다. 저자들은 기업 현장을 함께 방문해서 각자가 학자, 저널리스트 시각으로 취재한 후 토론을 거쳐 이 책을 썼다.
저자들은 한국 독자에게 주는 서문에서 “세계 정상의 경쟁 기업을 따라잡으려 노력하는 한국 기업의 전략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면서 “경쟁자의 움직임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영역을 상상하고 끊임없이 이노베이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끄는 ‘이노베이터’를 많이 확보한 조직일수록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 이노베이터들은 사내의 격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노베이션을 감행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주요 동인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도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화두는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 이 책에 소개된 이노베이터 중에는 30~40대 과장급인 중간관리층이 많다.
이 책은 생생한 사례 13가지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라면 붐을 대대적으로 일으킨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의 혁신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1994년 전국 각지의 유명 라면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만든 세계 최초의 식도락단지다. 방문객이 연간 150만명이나 된다. 1950년대의 마을을 재현,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게 주효했다. ‘마음의 공복감’을 채워주는 시공간으로 부상한 것이다. 개장 초기에는 노인 손님이 많았으나 요즘엔 20~30대가 중심이다.
일, 독서, 글쓰기 한꺼번에
현장 직원들의 싱싱한 경영 제안을 묶은 ‘SK에너지 사람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혁신의 주인공은 SK에너지의 임직원 2000여 명. 이들은 2007년 가을부터 ‘로마인 이야기’를 매달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마라톤 경영’으로 유명한 신헌철 부회장이 “반세기 전 울산 바닷가의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에너지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에너지·화학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반세기 여정을 그려볼 계기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천년의 로마 역사를 함께 연구하고 지혜를 공유해보자”고 제안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취지에 동참한 임직원들이 독후감을 겸한 경영 제언을 회사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돋보이는 글을 정리한 것이다. 지식경영을 실천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김희윤 연구자원팀 연구원은 ‘올바른 아웃소싱과 인재관리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한니발은 수많은 전투에서 로마의 지휘관을 죽이거나 포로로 삼았으나, 각각의 모든 전투를 교범 삼아 훈련하는 로마의 인재 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인재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면서 “인재관리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상사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 썼다.
박종수 화학RM팀 부장은 ‘카이사르의 신념이 역사를 만들다’에서 “포용의 리더십을 통해 적조차도 우군으로 만드는 카이사르와 달리 국가의 인재를 사적 감정 때문에 살해하는 오로데스 왕을 보면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느냐가 그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호·최인호 형제의 합작품
상담(商談)의 절반 이상은 문화 이야기임을 역설한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
직업상 50여 개국을 다니면서 외국인과 비즈니스 상담을 한 저자는 대화 내용의 상당 부분이 문화 테마라고 밝혔다. 경영인이 문화를 모르면 상담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역(逆)으로 문화를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일본에서는 지진이 잦다보니 유서 깊은 건물이 파손되기 일쑤다. 이누야마 시 근교에 위치한 메이지 무라(明治村)는 메이지 시대의 건축을 옮겨 놓은 야외 박물관으로 1965년 개관됐다. 지진으로 무너진 제8 고등학교 정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저택, 황궁경찰서 별관, 삿포로 전화교환국 등 60여 건물을 100만㎡ 구릉지에 복원해놓았다. 저자는 한국에서도 중앙청 현관, 궁정동 만찬장, 국도극장 정문, 진고개 다방, 소설가 이광수의 저택 등을 어디에선가 보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한 ‘커피 한잔으로 배우는 경제학’.
이 책의 첫 장인 ‘커피 한 잔으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경제기초’에서는 수요, 공급, 가격 등 경제학의 주요 개념이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에는 이익과 원가가 포함되는데 너무 비싸면 손님이 외면하므로 적정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번화가 고급 커피숍의 커피값이 비싼 이유는 이를 감수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골학교가 전국 명문 변신
‘초밥 재료는 전 세계에서 들어온다’는 둘째 장에서는 무역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수산 강국인 일본도 어패류의 40%를 수입에 의존한다. 무역을 하면 쌍방이 유리하다는 논리를 설명한다. 무역자유화는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진행됐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요인 중 하나는 블록경제였다는 것이다.
역경을 이기고 성공을 이룬 27가지 실화를 소개한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강릉대 전자공학과 조명석 교수의 성공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미국 명문 대학원에 진학하는 제자가 연간 10여 명에 달할 정도로 학과를 키웠다. 서울의 명문대 못지않은 수준이다. 그는 유명한 반도체 회사의 선임연구원을 그만두고 지방의 이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온몸을 던졌다. 최신 이론을 가르치고 미국 유학을 주선해주었다. 이제 강릉대 전자공학과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학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