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초명품 브랜드
18세기, 브레게와 함께 나폴레옹의 손목을 빛낸 바쉐론 콘스탄틴은 2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둘째로 오래된 클래식 시계다. 클래식의 기본을 존중하기에 화려한 보석으로 과다하게 장식한 시계는 아니지만, 어느 브랜드보다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다.
그것은 철저한 소량 생산의 원칙을 지키기 때문인데,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본사와 발드 쥬에 위치한 공장 단 두 곳에서만 제작되고 있다. 100% 수공으로 연간 1만6000개 정도만 제작된다는 사실도 이 시계에 대한 마니아들의 소유욕을 더욱 자극한다. 기네스 공인 세계 최고 가격인 약 80억원의 기계를 판매한 놀라운 기록도 이 브랜드가 갖고 있다.

Breguet-Classic Alarm watch 5707BA
놀랍도록 정교하면서 도도한 품위를 잃지 않는 이 시계의 창시자 브레게는 ‘현대시계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많은 기술을 발명했다. 1795년 그는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와 문 페이스(moon phase) 시계를 장착한 첫 번째 시계를 탄생시켰다. 이 혁신적인 디테일은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급 시계에 변함없이 적용되는 놀라운 신기술이다. 또한 그는 자동시계의 밸런스 베어링(balance bearing)에 충격 방지장치(shock resistance)를 달았고, 라 리피티션(la repetition)이라는 기계 알람장치도 고안했다.
아마도 브레게의 발명 중 시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은 오늘날에도 쉽게 재현하기 힘든 첨단 기술인 투르비용(Tourbill on·기계식 시계에 있어 지구의 중력장에 의해 영향을 받아 시간오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고난도의 기술)이라 하겠다. 이 투르비용 기술로 인해 기계식 시계의 오랜 숙제였던 시간 편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으며, 오토매틱 시계도 크로노미터와 같은 정밀도를 갖게 된다. 브레게의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는 나폴레옹이었는데, 이 시계를 소유하는 것이 왕족이나 소수 귀족들만의 특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이기 때문이었다.
3. 아 랑게 운트 죄네(A.Lange & Soehne) - 독일 명품시계의 최고봉
아 랑게 운트 죄네는 급하게 물건을 사서 서둘러 나가버리는 기성복의 전통과 다른,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비로소 입을 수 있는 최고급 품질을 가진 맞춤복과도 같다. 독일시계 브랜드 중 단연 최고의 지위를 가진 이 시계는 최소 1000만원 이상이며, 가장 비싼 시계가 2008년 가격으로 약 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아 랑게 운트 죄네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개 이상의 보석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돈만 있다고 이 시계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돈 이외에 또 무엇이 더 필요할까? 바로 시간이다. 시계를 주문받고, 600개 이상의 세밀한 부품이 꼼꼼하게 조립되어 만들어진 시계가 누군가의 손목에 자리 잡기까지는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 고집스러운 브랜드는 독일 테크놀로지의 집대성이자 브랜드파워 1위인 ‘마이바흐’ 자동차 바로 다음에 우뚝 서 있는 진정한 명품이며, 그 명성은 포르셰와 몽블랑을 쉽게 능가한다.

Patek philippe-World Time
슈트에 관련된 기술력의 최고봉을 나폴리라고 한다면 그 나폴리 클래식 슈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계가 바로 파텍 필립이다. 한정된 소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파텍 필립은 1839년, 폴란드 망명귀족이자 시계 사업자인 앙트와르 드 파텍(Antoine de PATEK) 과 프랑스 시계 기술자인 장 아드리앙 필립 (Jean Adrian PHILIPPE)에 의해 창업됐다.
브랜드로서의 명성은 시계기술의 핵심인 무브먼트 개발로부터 시작된다. 1846년에 세계 최초로 독립분침을 개발하고 2년 뒤인 1848년에는 자동태엽을 개발하면서, 1851년에 열린 런던 세계 대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고, 그 시계를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가 갖게 된 것이다.
최초로 파텍 필립 시계를 소유한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에 이어 로마 교황과 러시아의 니콜라스 2세, 차이코프스키, 리하르트 바그너, 록펠러, 아인슈타인 등 유명 인사들이 파텍 필립의 고객 명단에 차례로 올랐다.
지나칠 정도로 심플한 파텍 필립의 시계는 자신의 기술을 위압적으로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찬찬히 볼수록 아름다운 다이얼의 섬세한 문자, 심플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늘의 움직임 등을 통해 클래식 시계의 감동을 느끼게끔 고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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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클래식의 정점에 있는 이 시계들은 부를 상징하는 과시적인 액세서리가 아니다. 시계는 자신의 몸을 둘러싼 드넓은 클래식 복식의 세계를 경험한 남자에게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명확히 구분지어주는 4cm의 지도와도 같다. 품질 좋은 슈트에 어울릴 만한 클래식 시계는, 가졌기에 꿈꿀 수 있고 아직 갖지 못해서 여전히 꿈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시계는 잔잔한 바다와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손목이라는 부위는 격한 동작과 쉼 없이 움직이며 출렁이는 파도와 같으니까. 그러니 위대한 부르고뉴 와인처럼 숙성되어가는 남자의 손목 위에서 여정을 같이해주는 친구가 장인들의 영혼이 담긴 시계라면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