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25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사인을 들고 있는 민주당원들.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가르치는 트레이너인 필자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CEO의 스피치 자료는 교육 중에 자주 인용하지만, 정치인의 스피치를 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쓸 만한 것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27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오바마 후보의 후보직 수락 연설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스피치 내용과 동영상 자료를 교육 콘텐츠에 포함시켰다. 물론 이 스피치는 사전에 준비된 원고에 의한 것이지만 최고의 문장으로 꾸며지고, 최상의 방법으로 전달된 ‘작품’이었다. 미국 정치 평론가들은 그의 수락 연설을 “케네디 이후 가장 훌륭한 정치 스피치”였다고 극찬했다.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하라
그렇다면 오바마 스피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왜 그의 스피치가 끝나면 공화당원마저 그의 지지 세력으로 변하게 되는 것일까? 그의 스피치에는 드라마틱한 상황과 분위기 연출,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스피치, 주제와 주제의 매끄러운 연결, 스피치의 리듬과 핵심의 반복, 근거를 통한 설득력 있는 주장 등 이 시대의 모든 리더에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들어 있다.
8월27일 미국의 허리를 관통하는 로키 산맥의 그림자가 드리운 콜로라도 주의 덴버 시에 위치한 거대한 풋볼 경기장인 인베스코(Invesco) 필드. 수용 인원 7만6000명의 이 경기장에 무려 8만4000명이나 되는 민주당원이 집결했다.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대통령후보직 수락 연설을 듣기 위해서였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모양을 본떠 만든 중앙 무대에 검은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맨 오바마가 등장하자, 모든 참석자가 기립 박수를 보내며 그를 맞이한다. 이 박수는 무려 2분간이나 이어져 오바마는 스피치를 시작하기 전에 “Thank you!” “Thank you so much!”를 수차례 말해야 했다.
오바마가 대통령후보직 수락 연설을 한 날은 45년 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몰’(Washington Mall·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워싱턴기념비에 이르는 넓은 녹지대를 일컫는 말)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 앞에서 “I have a dream”이란 역사적 스피치를 남긴 날과 같은 날이다. 오바마는 수락 연설 일정을 킹 목사의 스피치 날짜에 맞춰 진행함으로써 킹 목사와 같은 해방전사로서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으며, 이 같은 시도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 고조는 물론 그 의미를 강화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전당대회 장소를 실내가 아니라 야외 풋볼 경기장으로 정한 것도 이유 있는 연출이다. 케네디도 196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대통령후보직 수락 연설을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했다. 이는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으로 가장 추앙받는 대통령 중 한 명이고, 나이와 정책 면에서 오바마와 비교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어받으려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