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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말하는 ‘베이징 신화’& 야구 르네상스

금메달 기운 받았나? “프로구단 5~6개 창단 극비 진행 중!”

  • 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 keystone@donga.com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말하는 ‘베이징 신화’& 야구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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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가기 전에 모두들 9전 전승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냥 그렇게 말했던 거죠. 목표는 동메달이었어요. 사실 전략은 이랬죠. 중국이야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보고, 강팀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쿠바 3팀 중 하나는 반드시 잡아야 1차 목표인 4강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동안의 경험상 거꾸로 대만 네덜란드 캐나다 3팀 중 어느 한 팀에는 물릴 수도 있다고 봤어요. 전승 우승이라는 건 생각도 안 했죠. 실제로 미국전에 선발투수 봉중근에 이어 류현진 김광현 다 스탠바이 돼 있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스케줄이 미국전 다음날 중국전이었잖아요. 그래서 첫날 미국전에 무조건 다 간다, ‘올인한다’고 계획했죠.”

어쨌든 미국전 승리는 금메달로 가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러나 여정은 험난했다. 내심 콜드게임 승까지 생각했던 2차전 중국전에서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하며 0-0으로 진행되더니 6회말 선두타자 이종욱 타석 때 결국 우천으로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게임’으로 선언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그날 중국전이 계속 이어졌으면 낭패를 당하는 일이 생겼을지 몰라요. 미국을 기껏 이겨놓고 중국한테 졌으면 오히려 피해가 더 클 뻔했죠. 우리가 항상 중국전에서는 고전해요.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중국전에서 7회까지 0-0으로 갔잖아요. 희한하더라고.”

하 총장의 금메달 예지몽

결승전 상대는 쿠바였다. 예선에서 7-4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네 차례 열린 올림픽 야구에서 우승만 3번, 준우승 1번을 차지한 강호였다. 하 총장은 쿠바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꿈을 꿨다고 했다.



“희한한 꿈이었어요. 죽은 이종사촌이 나타나는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컸어요. 이종사촌은 나하고 처지가 비슷하게 자란 동갑내기였는데 일찍 죽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게 꿈에 선명하게 나타나기는 처음이었어요. 진짜 이게 행운이 오는 건지, 반대가 되는 건지…. 어쨌든 잠에서 깨는 순간에 기분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일이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죠. 나랑 친한 친구였으니까. 나에게 힘을 주려고 나타난 게 아닌가, 이거 큰일 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예지몽(豫知夢)이었을까. 한국은 1회 초 시작하자마자 일본전에서 홈런포 감을 잡은 이승엽이 또다시 2점짜리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1회말 솔로홈런을 내줬지만 그 스코어는 그대로 이어졌다. 7회 초, 올림픽에서 단 1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한 9번 타자 박진만이 2사후 안타를 치고 나갔다. 1번 타자 이종욱의 볼넷 이후 이용규의 우익선상 2루타가 터지며 3-1. 아쉬운 것은 ‘번개발’ 이종욱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스타트가 늦어 홈에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춰선 일이었다. 하 총장은 이에 대해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김동주가 경기 전에 박진만한테 그랬대요. ‘너 안타 하나는 치고 한국 가야 할 거 아니냐’고. 농담 삼아 했던 말인데 실제로 박진만이 정말로 필요할 때 대회 첫 안타를 치면서 3점째를 뽑았잖아요. 어휴, 그 점수가 아니었으면…. 그리고 얼마나 긴장했으면 야구도사인 이종욱이가 아웃카운트를 착각했겠어요. 그 발빠른 이종욱이 홈에 못 들어왔잖아요. 그 한 점 때문에 연장까지 안 가나 싶기도 했죠. 나도 미치겠더라고요. 2아웃이면 무조건 타구소리가 나면 뛰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만했죠.”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말하는 ‘베이징 신화’& 야구 르네상스

KBO 하일성 총장은 베이징올림픽 기간 내내 수염을 깎지 않았다.

경기마다 반전에 반전이 펼쳐졌는데 하물며 결승전. 경기는 역시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심의 볼 판정에 항의하던 포수 강민호가 퇴장당했다. 3-2, 희생플라이면 동점, 안타 한 방이면 끝내기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허벅지 근육통으로 뛰지 못하던 진갑용이 대신 마스크를 썼고, 마운드에는 정대현이 올라왔다.

상대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눈독 들인다는 구리엘. 그러나 유격수 정면 땅볼. 유격수 박진만~2루수 고영민~1루수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금메달 확정. 한국선수단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얼싸안고 울었다. 역사의 현장인 우커송 메인필드를 찾은 관중도 만세를 불렀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뜨겁게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날은 충분히 울어도 좋은 날이었다.

“솔직히 얘기하면요. 마지막 더블플레이 하는 장면을 저는 현장에서 못 봤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았고, 월남전에도 참전해 제가 굉장히 독한 면이 있는 사람인데 그 순간만큼은 못 보겠더라고. 진짜. 너무 초조해서 야구장에서 나와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순간 굉장한 함성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안타를 내줬나, 타자를 잡았나 싶어 뛰어올라가려는데 거기에 설치된 TV 화면에 더블플레이 장면이 다시 나오더라고요. 저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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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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