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훈련과정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장면은 TV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된 바 있다. 스포츠 강국의 대표팀은 스포츠심리학자 수십 명을 채용해 활용한다. 재능이 뛰어난 1%의 선수를 위한 스포츠심리학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심리학이 나머지 99%의 사람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스포츠가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워주며, 긍정적 정서를 갖게 하는 등 인성(人性)의 바탕이 되는 여러 덕목에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스포츠심리학은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고 시합 불안의 조절, 스트레스 대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조절과 같은 대체로 부정적인 체험에 주목해왔다. 경쟁이 주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가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즉 심리 상태를 최적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춰왔다.
경기력 향상에 비하면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스포츠와 운동을 통한 심리적 변화도 최근 주목받는 영역이다. 스포츠를 통한 심리적 발달 영역이라 부를 수 있겠다. 스포츠 참여를 통한 자신감과 자기 존중감 향상, 우울증 개선, 정서의 긍정적인 변화, 스트레스 대처 능력의 향상, 인지 능력의 향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경기력 향상이 엘리트 선수와 연계된 이미지를 가진다면, 심리적 발달은 일반인의 행복과 어울리는 주제다.
스포츠를 통한 심리적 발달은 체력 증진과 결합되면 삶에 기적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주는 효과가 일반인에게 주는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일수록 스포츠가 주는 심리적 혜택을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 8관왕을 달성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리 없는 수영선수, 사이클로 암을 이겨낸 암스트롱 등 신체장애를 극복해낸 많은 선수가 스포츠를 통한 인간 승리의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얻은 극복 의지와 자신감이 장애 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감과 자기 존중감의 변화
스포츠를 시작한 많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예전에 느끼지 못하던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감은 스포츠활동 그 자체에서 시작된다. 이전에 못했던 동작이 가능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포츠 자체에서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은 일상생활과 직무영역까지 확대된다. 스포츠에서 길러진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총체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는 자기 존중감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효과크기 0.41. 효과크기란 다수의 연구를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메타분석에서 사용하는 통계치로 0.10~0.30은 작은 효과, 0.4~0.7은 중간 효과, 0.8 이상은 큰 효과로 해석한다).
스포츠가 자신감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체력의 향상은 자율신경계의 적응을 유도한다. 똑같은 강도의 일을 해도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혈압도 덜 올라간다. 체력에 여유가 생기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일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스포츠를 하기 전에는 힘들었던 일들이 더는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체력에 여유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할 여력이 생긴다.
지하철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려 몸을 날리는 시민, 격투 끝에 괴한을 잡은 용감한 사람의 자신감은 체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체력이 좋아지면 과거 힘들었던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되고, 예전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도전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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