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문제는 그 영화 덕분에 제 전직이 ‘포주’였다는 사실이 들통 난 겁니다. 영화 도입부분엔 악덕 포주로 묘사됐죠. 실제 저는 그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데…. 정말 부모님과 친지, 동료들에게 얼굴을 못 들겠어요. 그런데 충무로 영화판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사 측이 유영철에게 저작권료 명목으로 5000만원을 줬다는 겁니다.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어떻게 그런 살인마에게…. 게다가 제 주변인들이 영화를 보면 딱 나인 줄 알도록 영화를 만들면서 어떻게 제게 상의 한번 안 하냐고요. 그래서 영화사를 찾아가 항의했죠. 그랬더니 영화사 측은 숫제 그 영화가 유영철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네들이 언론에 홍보하며 ‘유영철 영화 맞다’고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딴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열이 받아 언론사로 온 거죠. 이럴 바에야 다 밝히겠다고.”
영화의 실제 모델인 까닭▼ 영화 ‘추격자’가 선생님을 모델로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당시 경찰 발표에는 제보자가 노모씨라 돼 있는데.

제보자 정씨가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타고 다니는 재규어 XJ6. 아래는 영화 속 ‘엄중호’가 타던 차. 차종이 똑같다.
“노씨는 당시 제가 잘 알던 동생이죠. 그때 유영철을 잡은 사람은 저와 노씨를 포함해 업주 3명과 제가 아는 동생(건달) 2명, 이렇게 5명입니다. 경찰도 1명 있었죠. 감사패와 포상금을 같이 받았어요. 제가 제일 큰형뻘이었고, 저는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정보원 노릇을 오래 한데다 감옥을 자주 들락날락해서(폭력 혐의) 형사들 세계와 수사방법을 잘 압니다. 사실은 제가 다 리드를 했죠. 실제 실종된 아가씨를 찾으러 직접 재규어 차를 몰고 다닌 것도 저였고 △ 유영철이 아가씨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을 때 아가씨를 바꿔가며 보낸 장면 △ 아가씨를 불러 이리저리 약속장소를 바꾸며 거리에서 만나는 행태 △ 제가 사라진 아가씨의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를 가지고 각 출장마사지업소 사장과 보도방 주인들을 수소문해 유영철이 범인임을 밝혀낸 장면 △ 사라진 아가씨의 차가 발견되는 장면 △ 유영철을 잡은 후 지구대에서 벌어진 일들 △ 극중 엄중호가 경찰에게 형사 행세를 하는 장면 △ 지구대에서 실랑이가 있을 당시 유영철과 우리를 기동수사대장이 와서 인수해가는 장면 △ 제가 지구대와 경찰서에서 유영철을 마구 팬 장면 △ 마구 패는 데도 경찰은 모른 체하며 그냥 놓아두는 장면 △ 희생자 중엔 실제 제가 좋아했던 여자친구도 끼어 있었고 △ 연쇄살인의 결정적 증거를 제가 밝혀내는 장면…. 오히려 경찰이 유영철을 증거불충분으로 그냥 풀어줬다, 업주가 유영철을 집까지 쫓아가 격투 끝에 잡았다, 검거 과정에 경찰이 전혀 배제됐다는 등 몇몇 장면과 설정만이 실제와 다릅니다.”

유영철이 출장마사지사를 납치할 때 사용한 가짜 경찰 신분증.
우선 정씨가 경찰이 말하는 제보자가 맞는지 확인작업부터 벌이기로 했다. 그래서 당시 유영철을 직접 심문하고 조사했던 전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장 강대원씨와 수사담당자이자 검거 현장에 있었던Y 형사에게 정씨가 제보자가 맞는지, 감사패와 포상금 지급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제보자 5명 중 한 사람이 맞고, 유영철을 검거한 공로로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감사패와 포상금을 전달한 게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Y 형사가 당시 작성한 진술서에도 정씨의 이름이 보인다.
그런데 서울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Y 형사가 제보자들에게 전달한 감사패는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수여한 공식 감사패가 아니라 기수대(기동수사대)가 감사 차원에서 만든 사적인 것이었다. Y 형사는 “그들이 잡은 유영철은 단순 납치범이었고, 그 후 그의 연쇄살인죄를 모두 밝혀낸 건 경찰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포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공적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포상금 500만원에 대해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확인을 거부했다.
영화 ‘추격자’의 제작사인 ‘비단길’ 관계자는 “정씨가 영화가 나온 후에 항의하러 왔었다. 그러나 ‘추격자’는 딱히 유영철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라 할 수 없다. 다른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섞여 있고,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합쳐진 완전 픽션이다. 정씨의 이야기와 일부 겹친 부분들이 있다는데 우린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차량과 일부 겹치는 내용은 우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유영철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 부분에 대해선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정씨든 유영철이든 저작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추격자’엔 유영철 사건과 다른 픽션부분도 적지 않게 들어가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비단길’ 측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유영철을 모티프로 한 영화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또 ‘유영철을 모티프로 한 영화’라고 기사를 쓴 언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영화 ‘추격자’를 본 당시 사건 관련자(담당 기자들 포함)들은 ‘유영철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조차 유영철 사건을 회고하는 글에서 “실제 모습과(영화가) 너무 다르게 나와 실망스러웠다”는 표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