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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토러스증권 설립한 ‘증권가 신화’ 손복조

“선진 지배구조 바탕으로 세계적 투자은행 만들 터”

  • 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토러스증권 설립한 ‘증권가 신화’ 손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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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역사 GE의 CEO는 9명

▼ 굳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있었나.

“무엇보다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실현하고 싶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원인 중 하나도 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크게 정부나 1인 대주주, 또는 재벌이 지배하는 구조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정부 지배 금융기관 CEO는 대부분 단임으로 끝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 또 1인 대주주나 재벌이 지배하는 금융기관은 지배주주 1인이나 재벌의 리스크 때문에 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우그룹이다. 결국 CEO가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과점 주주가 없는 선진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나 노무라증권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금융기관이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

그의 이런 희망과 의지는 토러스증권의 지분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최대 주주인 손 사장 자신의 지분율은 10.1%. 전북은행과 행정공제회가 각각 10.0%, 대구은행이 9.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임직원 및 기타 주주의 지분율은 40%. 주주는 골고루 분산돼 있는 셈이다. 창업 자본금은 300억원.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CEO들은 보통 10~15년 동안 재임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역사가 130년이나 됐지만 그동안의 CEO는 고작 9명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재임기간이 14년인 셈이다. 이 점이 GE가 지금까지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선 속된 말로 “자기 혼자 다 해먹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반발도 있을 법하다. 또 “탁월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대우증권 사장을 3년밖에 하지 못한 데 대한 ‘울분’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CEO가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선 단기 업적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국내 은행의 자산증가율이 CEO 교체 직전 연도에 일반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CEO 재임기간이 긴 경우 은행의 경영 성과가 상대적으로 탁월하다는 게 김우진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이들 은행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일한 영업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보이는데, 이런 노력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에 와서 열매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사실 대우증권 사장을 연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크게 섭섭하지 않았다. 2000년 6월 대우증권을 떠난 이후 4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내 할 일을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연임한다면 자기자본을 5조원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쉬웠을 뿐이다.”

도전적인 인재 영입 작전

손 사장은 “그래도 사장직에서 퇴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름 전에 미리 알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 대우증권을 떠날 때는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 오후 4시 무렵에야 해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그의 얼굴엔 당시 느꼈던 당혹스러움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짐을 찾으러 회사에 갔더니 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와서 근무하고 있었고….”

토러스증권 설립한 ‘증권가 신화’ 손복조

그의 집무실 옆방에 마련된 접견실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손 사장은 대학 졸업 후 1970년대 중반 ‘재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율산그룹에 입사해 젊음을 불태우다 율산 해체 이후인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이 회사 기획실장(이사대우), 리서치센터 담당 상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증권이 산업은행 자회사가 되면서 2000년 6월 회사를 떠나 LG투자증권 상무, LG선물 사장 등을 역임했다.

▼ 임직원은 어떻게 충원했는가.

“시장에서 검증된 사람을 중심으로 충원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삼고초려가 아니라 20번 가까이 찾아간 사람도 있다. 반면 ‘토러스에 참여하면 바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자 6억~7억원의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합류한 사람도 있다. 또 회사 비전을 설명한 후 ‘1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으나 헤어진 지 2~3시간 만에 바로 결단한 사람도 있다. 도전적인 인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외부 방문객이 ‘이 회사는 뭔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고 말할 때는 정말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임직원 스스로 자신이 회사 주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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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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