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4일 결정될 백악관(사진)의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특히 아시아·한반도 정책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한다는 건국이념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통일된 전통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은 이념적 차이가 거의 없는 선거정당의 성격이 강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미국 정치는 당파성보다는 개인의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정당이 정책적으로 잘 단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1993년 클린턴 정권하에서 행정부가 추진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오히려 야당인 공화당이 찬성해 비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정당의 규율이 약하고 당원의 유동성이 높으며 정치인의 독립성이 강하다 보니 대통령선거도 당의 신조나 주의주장보다 후보의 주장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1980년대 이후 부동층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정당보다 후보자의 업적이나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고립주의와 다자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외정책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명확히 규정하고 때로는 타국과의 군사적 대결도 불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단독행동이나 힘의 외교, 고립주의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협조주의라는 입장 아래 다른 나라와 군사적 대결을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자주의에 기초해 유엔과 같은 국제제도를 중시하고 소프트파워에 무게를 두는 외교를 전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경제·국내정책에 우선을 두고 외교·안보를 2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며, 지지기반인 노조의 영향을 받아 보호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은 정책집단의 성격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정책수립과 인재네트워크 형성 과정에서 싱크탱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공화당에는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공화당연구소(IRI)가 있긴 하지만,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의 영향력이 크다. 반면 민주당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민주당 정책수립에 직접 공헌하기보다 당파성에서 벗어난 연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책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민주당에서는 의원, 의회 보좌진 등 현실정치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정책입안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2002년에 미국진보센터(CAP)를 설립하여 힐러리 상원의원의 대외정책을 수립하는 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