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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상상력 부족한 강만수 장관, 70년대식 정책으론 경제 못 살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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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경제정책 결정자들의 잘못이군요.

“기본적인 문제점은 정책 당국자가 경제위기론을 스스로 얘기한 것입니다. 쓸데없는 상황논리를 만들어서 이랬다저랬다 말을 뒤집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오자 국민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믿지 않는 겁니다. 결국 국민이 불안해하니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위기설이 확대됐습니다.”

▼ 최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 대(對)달러 원화 가치가 요동치고 있는데, 국제경제 상황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 경제가 별로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은데 강세로 돌아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달러화는 기축통화이므로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정적자도 엄청나게 기록하고 국제수지 적자도 IMF에서 정한 위험수위를 넘어선 80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큰 걱정 없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수지 흑자를 엄청나게 내지만 여전히 경제가 허덕입니다. 외환보유고를 쌓아서 미국의 모기지나 채권 등을 사느라 돈을 그곳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니 유가도 하락하고, 서로 의존관계에 있는 미국 경기가 좋아져서 자기들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때 미국 경제가 하락해도 중국이나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이 팽창해서 전세계적으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미국은 전세계 GDP의 25%를 차지하지만 중국경제 규모는 아직도 미국의 4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거든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멉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이런 국제적 상황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상황은 급속히 변하는데 지식이 따라가지 못하니 근시안적인 정책들을 쏟아놓는 거지요.”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정책 오판

▼ 부동산 문제가 새로운 경제위기를 낳을 가능성은 없나요?

“부동산 분야 자체가 전체 우리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분야가 어려워지면 전반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너무 과장된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새천년민주당 시절의 김종인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

▼ 미국의 경제위기도 비우량주택담보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됐잖습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투기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량만 늘리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아파트를 많이 짓게 했어요. 그리고 금리를 아주 싸게 유지하니까 은행에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가계부채 660조원의 상당 부분이 아파트 구입비였습니다. 즉 아파트는 하나의 투기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 측면을 무시하고 무조건 공급을 늘렸어요.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낳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투기 가능성이 없으면 수요가 생겨나지 않아요.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집을 지어놓아도 팔리지가 않고, 그러니 건설업체들이 자금경색에 빠져서 부도가 많아집니다. 그동안 금리가 쌀 때 은행돈 빌려서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이 금리가 높아지면서 부담이 늘어나자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결국 은행도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도달해 있는 겁니다.”

▼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군요.

“특히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소비가 아주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중간소득 이하 계층의 사람들은 소비 여력이 없어요. 아파트 구입하느라 빚을 진 사람들이 빚 상환하기도 어려운 판에 어떻게 소비를 늘릴 수 있겠어요.”

▼ 정부는 양극화문제 해결보다는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합니다.

“정부는 선순환 논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그 결과 개인 소득이 늘어나면서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는 거지요. 이론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 양극화 해소 문제가 절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구도입니다. 그러면 낙오자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서 생존에 대한 본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 본능을 간과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인간의 본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이 있습니다. 소련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인간의 본능인 상승욕구를 억압했기 때문에 몰락한 것 아닙니까? ‘역사의 종말’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긍정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려면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어느 정도 그 측면에 관심을 갖고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경제 체질 강화에 초점 맞춰야”

▼ 이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반대한다는 논리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요.

“생존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분배정책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 그러니까 공정한 경쟁의 룰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공정한 룰이 없으면 시장경제의 효율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어요. 쉽게 얘기해 우리가 축구경기를 하는데 왜 금을 긋고 규칙을 정해서 경기를 합니까? 시장경제의 효율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룰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다 규제라고 해서 철폐해서야 되겠습니까? 규제완화는 자칫 공정한 룰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일정 정도의 룰을 지켜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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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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