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11일 안경환(安京煥·60)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17대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 속에 폐기됐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것을 놓고 하는 말이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폐기된 법안과 대동소이한 법안이 다시 추진된다고 밝혔다.
“시민 대상 광범위한 감청 우려”
법안의 핵심은 일반인의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정보·수사기관이 엿듣고 엿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17대 때 폐기된 법안에 따르면 정보·수사기관은 전 국민의 휴대전화, 전자우편, 메신저 등 모든 통신을 감청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휴대전화 사업자는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인터넷 사업자는 4년 안에 감청장비를 설치해 정보·수사기관이 요청하면 감청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법안은 또 이용자 위치 등 통화 내역과 인터넷 이용기록을 1년 이상 보관하고, 정보·수사기관이 열람을 요청하면 반드시 응하도록 했다. 신용카드, 지하철·버스카드 사업자 등 개인의 이동정보를 지닌 곳도 자료요청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국정원은 국익수호를 위해 수사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대전화는 제2의 안방”
▼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국제적으로 테러 위협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핵심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국익 수호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안보와 관련된 국정원 수사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그중 쟁점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문제인데요. 인권위원장께선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국회에선 사장(死藏)됐는데 그 이슈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봅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국정원이 비슷한 걸 추진하려는 것 같아요. 그런데 국민의 통신 자유를 제한하는 이런 법을 논의하기 이전에 우리나라는 통신비밀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이 아직 없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어요. 다른 나라는 이런 법을 만드는 상황인데 말이죠.”
▼ 현재 관련 쟁점은 사생활 침해 우려로 모아지고 있는데요.
“수사기관은 ‘통신회사에 정보를 요구해도 통신회사가 안 주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통신업체에 감청장비를 설치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법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안에 대해 본질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인권위가 지난 1월 ‘감청장비 설치 조항을 삭제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던 거죠. 이번 GS칼텍스의 ‘개인정보 유출’과 비슷한 사고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거고요.”
▼ 감청장비를 둬선 안 되는 구체적 이유는 무엇이지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사적(私的) 공간이란 게 있습니다. 안방과 같은 곳 말이죠. 누구의 눈치도, 감시도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이 사적 공간이 휴대전화로도 연장된 겁니다.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자유국가의 근간입니다. 감청장비가 설치돼 있으면 누가 언제 내 얘기를 감청할지 알 수 없습니다.”
▼ 범죄혐의 입증 등 수사효율 제고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