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태조 때에는 화양사 등불 빛이 궁궐에까지 비친다 하여 절을 군자동으로 옮겼고, 그 뒤 중곡동으로 옮겼다가 1907년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절 이름을 영화사로 바꾸었다. 영화사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가깝다.
9월10일 오후. 영화사 회주로 있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아차산역에 도착한 기자는 지하철역사 내부에 걸린 관내지도에서 영화사를 찾아보았다. 반경 1km가 넘는 주변 지역을 표시한 지도였지만 영화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고찰(古刹) 누락된 지하철 관내도
서울 지하철역사 관내지도에도 창건된 지 1300년이 넘은 고찰이 누락돼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을 제작하면서 조계사와 봉은사 등 주요 사찰을 빼고,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도 대형 사찰정보를 누락한 것에 불교계가 발끈한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지하철 5,6,7,8호선을 관장하는 도시철도공사를 산하기관으로 거느린 서울시의 수장이었다.
영화사 회주실에서 월주 스님과 마주 앉았다. 스님은 기자에게 차를 권한 뒤 사전에 보낸 인터뷰 요지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스님이 운을 뗐다. 한번 말문을 연 스님은 인터뷰 요지에 담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노라니 중간중간 질문을 위해 끼어들 시점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일문일답의 인터뷰를 접고 스님의 법어를 경청하는 마음으로 그냥 들었다. 다음은 스님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의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YS 정권의 국방부 예배 사건

-어제 대통령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모양도 좋고 진정성도 있다고 봐요.”
월주 스님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님은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불교계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있었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내가 원장으로 있을 때(월주 스님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재직했다) 국방부 예배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종단 차원에서 불교 탄압이라며 성명을 내고 문제를 제기했지요.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청와대에서 비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졌어요.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는데 그때보다 진전된 것이죠. 역대 정권에서 종교 편향 사례는 늘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처럼 사례가 많고 심각하지는 않았지요. 또 정부가 대응을 안이하게 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진 측면도 있고요.”
‘국방부 예배 사건’이란 1995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내 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인접한 원광사 불자들에 대해 경호를 이유로 출입통제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듬해인 1996년 1월에도 김영삼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김광일 비서실장, 이양호 국방장관, 권영해 안기부장 등 공직자들을 대동한 채 공개적으로 예배를 봤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개 예배에 개신교 장병을 많이 참여시키기 위해 예배 당일 일직과 당직을 모두 불자 또는 가톨릭 신자 장병으로 교체하면서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