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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외

  • 담당·이혜민 기자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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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_ 홍지웅 지음, 열린책들, 848쪽, 1만9500원

끝까지 망설였다. 편집과 디자인이 다 끝난 뒤에도, 인쇄가 돌아가고 제본이 되는 그 순간까지도, 과연 이 책을 내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망설일 이유는 너무 많았다.

이 책은 2004년 한 해 동안 내가 만나고 짓고 다니고 쓰고 찍은 기록, 즉 ‘일기’다. 이런 기록이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딱히 어떤 사회적 요청도 명분도 없었다. 게다가 공적인 일에서 사적인 일까지 내 일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한몫했다.

이 일기를 쓰게 된 계기는 앤디 워홀의 ‘일기’였다. ‘일기’는 당대 유명 예술인들과의 교유록이면서 지출한 밥값, 교통비 등 일상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담아 하루하루의 완벽한 재현에 도전한 책이다. 2003년 나는 아들 딸에게 그 책을 함께 번역해 출간하자는 약속을 했는데, 내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바람에 약속도 깨지고 아빠 체면도 깨졌다. 그래서 대신 나 스스로 그런 일기를 쓰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한 해 꼬박 일기를 썼다.



공적인 기여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면 결국 책으로 내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의 기록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우리 모두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느 시기 한 출판인의 일상을 통해서 출판계 전체의 일상이 복원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개인적인 기록이 큰 역사의 디테일을 채우는 작은 부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다. 출판협회에서 매년 출판연감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거기에 이런 사소해 보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담아내지 못하기에, 사실상 우리 사회는 출판의 온전한 진실을 기록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앤디 워홀을 본받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지나칠 정도로 소상한 내용들을 밝혀 적게 되었다. 책의 기획 내용, 책의 생산 원가에서부터 영업 방식과 비용, 출판사의 매출 규모, 저자나 번역가, 지인들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과 점심 밥값, 마침 그해는 내가 한국출판인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라 단체의 건물 건축, 출판 교육기관의 설립에 따르는 세부사항까지…. 그러다 보니 공개되면 내가 다소 불편해질지도 모를 기록도 꽤 포함됐다. 특히 영업부에서는 이런 ‘기밀’을 노출하면 안 될 것 같다며 나보다 더 망설이는 눈치였다.

내고 보니 소득이 없지 않다. 일기는 그날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다시 말해 있었던 사건을 자신에게 ‘보도’하는 것이지만, 기록하지 않았다면 휘발되고 말았을 미묘한 순간, 명멸하는 생각들을 어느 정도 포착해놓을 수 있다. 그것을 통해 당시의 흐름을 섬세하게 재구축할 수 있게 된다. 책이 되어 나온 일기를 다시 읽으며 느낀다. 2004년이라는 시간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게 됐다고.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 _ 헬렌 켈러 지음, 안기순 옮김

‘나는 위대하고 고귀한 일을 이루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위대하고 고귀한 일처럼 이루어내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역할이자 기쁨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매일매일 할 일을 가장 잘 이루어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것이 나의 본분이다.’ 헬렌 켈러에게는 이 같은 낙관주의 신앙이 있었다. 남이 보기에 힘겨운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녀의 낙관적 세계관은 도리어 나날이 강화됐다. 독서하고 생각하며 문학, 철학, 역사에서 그 신념을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를 찾았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는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여럿 제시돼 있다. 또한 행복의 의미도 담겨 있다. ‘행복은 마법 같은 요행이 아니다. 삶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늘 가까이에 행복이 있다.’ 공존/ 304쪽/ 1만3500원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_ 월터 C. 윌렛 지음, 손수미 옮김

‘건강한 식생활은 우리를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20여 년 동안 연구해온 건강식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 알리고자 합니다. 이 책은 미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영양학과 학과장이자 의과대학 의학과 교수인 월터 윌렛은 ‘먹을거리와 질병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바람직한 식생활을 알리는 저자의 강점은 이런 데 있다. ‘우유는 많이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하루 3잔 이상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가 6가지가 된다.’ ‘콩을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치매 및 기억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항에스트로겐 물질이 과다하게 생기기 때문이다.’ ‘감자는 완전식품이 아니다. 감자는 매일 먹어야 하는 채소가 아니라 가끔 적당한 양을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동아일보사/ 363쪽/ 1만3000원

바보 별님 _ 정채봉 지음

이 책은 1993년 5월부터 8월까지 ‘저 산 너머’라는 제목으로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으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에 따라 선종 이후에 발간됐다. 동화작가 정채봉은 ‘이분이 걸어오신 길을 따르다 보면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용기의 씨앗, 희망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을까’ 싶어 김 추기경의 추억을 글로 옮겼다. 이 책은 병인박해 때 순교한 추기경의 할아버지 때부터 추기경이 군위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이야기, 성 유스티노 신학교 시절부터 구술하는 시점인 1993년까지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추기경은 “하늘 아래에서 숨어보려고 한 내가 바보”라고 했다. ‘하늘 아래인데 어디로 숨겠다는 말이냐. 모래알 하나 밑, 검불 하나 뒤까지도 모두 알고 있는 하늘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게도 병원 홑이불 밑으로 숨고자 하였다’고 고백한다. 솔/ 190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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