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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대화 구걸용‘3억달러’北 로켓쇼…美‘선의의 무시’로 대응할 듯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북한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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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앞서 말했듯 미국은 일단 관망할 겁니다. 목소리를 높여서 얻을 게 별로 없어요. 보상해야 할 부분이 더 부각될 수 있거든요.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에 굽히고 들어갈 스타일이 아닙니다. 실무자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6자회담 재개와 힐러리 장관의 방북 같은 이슈도 조용한 외교로 처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의 시끄러운 외교와 미국의 조용한 외교가 만들어내는 엇박자가 상반기까지는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3/4분기는 돼야 북미대화가 언론지면에 오르내릴 겁니다. 다만 미국 여기자들이 100일 넘게 북한에 억류되면 미국 내에서 정부가 무능하다는 여론이 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여기자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겁니다. 여기자들은 현재 초대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북한 당국이 상당히 잘 대해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이 여기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자술서 같은 걸 받아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매스컴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요.

김병로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 구도를 고려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도 있습니다. 아직 힘이 부치는 중국은 2012년께까지는 미국과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갈등을 빚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중국의 힘이 지금보다 강해지고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하면 중국은 독자적 발언을 늘릴 겁니다. 2012년 이후 북한이 흔들리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승주 주변국 상호관계와 관련해서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주변국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일부에선 ‘진영 대결’ ‘군비 경쟁’을 우려합니다. 반대로 북한이 말썽을 부리면 협력체제가 오히려 강화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양자 및 다자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남성욱 방금 진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단어는 동서 냉전시대에 많이 쓰던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로 상징되는 진영 대결이 일부 나타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영 대결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결이 벌어질 거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동북아에서 일·중 간 대결구도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면의 양상은 조금 다릅니다.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과 일본이 상생할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 제재와 관련해서 두 나라의 의견에 온도차가 있지만 그것을 진영 대결이라고 일컫기는 어렵습니다. 주변국들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사안별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 같습니다.

정형곤 남성욱 소장 말씀에 동의합니다. 겉으론 갈등이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관계를 보면 주변국들은 대단히 상호 의존적입니다. 일각의 우려처럼 진영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김병로 당분간 동북아에서 협력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엔 저도 동의합니다. 중국도 앞으로 4~5년 동안은 미국에 협력할 겁니다.

백승주 제가 보기엔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이슈를 놓고 서로 다툴 일은 없겠죠. 북한의 로켓 발사는 진영 대결을 일으킬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부터는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말씀해주십시오.

남성욱 긴장적 공존관계와 평온적 공존관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평온과 긴장이라는 말을 함께 쓰기가 뭣하긴 하지만요. 평온적 공존관계는 평양이 워싱턴의 대응이 나올 때까지는 서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가설입니다. 평양은 서울을 워싱턴의 종속 변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평양은 구태여 서울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필요가 없습니다. 긴장적 공존관계는 워싱턴의 북한 달래기가 늦어지거나 평양을 무시하는 분위기로 상황이 흐를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차 핵실험 같은 도발이 아니라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서울을 힘들게 하는 거죠. 그런데 북한의 당국자라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역설적으로 현 정부는 북한의 도발 덕분에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여론의 물줄기가 바뀌었죠. 이런 상황은 북한이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도발한다면 그 속내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기조가 지금보다 더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될 겁니다. 따라서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보다는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건처럼 민간인을 대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략에 대해 북한이 유혹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이 위축되는 건 남북 모두에 마이너스입니다. 개성공단이라는 카드를 남북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북한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지만 군부의 입김이 강한 상황이어서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형곤 북한은 로켓을 발사하면서 경제 제재를 최소화하고자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나름대로 ‘문제아’ 이미지를 지우려고 힘쓴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죠. 우려되는 것은 경제 문제입니다. 10년 넘게 남북 경제 교류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이번에 학습을 했습니다. ‘정치·군사적 문제가 발생하면 개성공단도 막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개성공단을 둘러싼 갈등은 남북경협에서 트라우마가 될 것 같습니다.

김병로 한국이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 같습니다. PSI 참여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우리는 참여 안 한다’고 국제사회에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고민되는 것은 우리가 앞장서 참여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PSI는 적절한 수준에서 그냥 보조만 맞추는 식으로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PSI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 욕을 실컷 해놨습니다. 이 대통령에게 한 험담을 어느 날 갑자기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내부의 여론도 있지 않겠습니까? 평양이 서울에 유화 제스처를 내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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