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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군수가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 청정골 경남 산청

“KTX 타고 산청와서 케이블카 타고 지리산 오르게 만들겠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이재근 군수가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 청정골 경남 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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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군수가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 청정골 경남 산청

산청군에서 자생하는 각종 특산물을 자랑하는 이재근 군수.

이 군수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일에만 매진했다. 군민들에게 욕을 무진장 먹어가면서도 군청 앞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다. 주례 한 번 서지 않는 이상한 군수였다.

“이유요? 다른 거 없습니다. 난 군수 하러 온 사람입니다. 돈 벌어서 잘사는 고향 만들려고 왔어요. 경조사나 챙기고 놀러 다니는 건 내 일이 아닙니다. 난 정치하던 사람입니다. 술 먹고 노는 거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건 군수가 할 일이 아니죠.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처음엔 서운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취임식에서 이미 선언했거든요. 대신 먹고사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열심히 지키고 있습니다. 한방약초축제 기간 중에는 이렇게 점퍼 대신 한복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산청이 고향이지만 이 군수가 다시 산청을 찾은 건 43년 만이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수십년간 일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고향으로 내려왔다. 민자당 농수산 부국장을 시작으로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을 거치면서 연수국장, 조직국장을 두루 거친 그는 살아있는 정치역사로 불린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당직자들 대부분이 선후배일 뿐 아니라 당직을 거친 상당수 정치인에게 그는 ‘선생님’이다. 이 군수 본인도 웃으며 “다른 누구보다 아쉬운 소리 할 데가 많은 게 내가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할 정도다.

“전 사실 산청군을 잘 몰랐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산청군인지도 몰랐어요. 그런 제게 군민들은 군수 자리를 맡겼습니다. 이유는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힘 있고 능력 있는 당신이 한번 산청군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봐라’ 그런 거죠. 술 잘 사는 골목대장이 아닌, 밖에서 힘쓸 수 있는 제게 표를 준 겁니다. 그분들을 절대 실망시키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한방의료 클러스터’



앞서 설명처럼 산청군 예산이 몇 년새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모두 이 군수의 ‘로비’ 덕분이었다. “내 팔자에 군수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는 이 군수는 중앙 정치무대 경력을 무기로 돈을 찾아다녔다. 이런저런 기획안, 아이디어를 들고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닥치는 대로 만나 토론하고 싸웠고 예산을 받아냈다. 지식경제부를 두드려 200억원짜리 한방약초연구소 설립을 이뤄냈고 문화관광부에서는 관광사업 예산 43억원을 받아냈다. 100억원 규모의 전통한옥 체험마을 사업도 성사시켜 올해 첫 삽을 떴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도로정비, 확장 예산을 여기저기서 받아왔다.

처음엔 동네축제로 시작한‘산청한방약초축제’가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 잡은 것도 모두 이 군수의 이러한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전국의 약초가 전시되고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약초들이 유통되는 ‘조금 큰 시장’ 정도였던 이 행사는 9회째를 맞은 지금에 와선 전국의 한약관련 시장 정보가 한데 모이는 정보의 장이자 한방약초 기술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람회로 발전했다. 1억여 원의 예산으로 시작됐던 행사 규모는 어느새 7억원대로 커졌다.

특히 한방약초체험관, 음식체험관 등에 쏟아진 관심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산청에서만 볼 수 있는 청정한 한방약초를 활용한 다양한 먹을거리를 경험한 관광객은 모두 탄성을 쏟아내고 있다. 산청군 금서면에 위치한 29만여㎡ 규모의, 250억원이 넘게 들어간 전통한방휴양관광지도 새로운 휴양지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색다른 체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전국의 유명 한의원 65개가 참여해 설립한 (주)본디올탕제원이 들어서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환자들이 직접 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처방전을 보내면 산청의 우수한 한약재와 물을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약이 달여져 택배로 전국으로 보내진다. 이 공동탕제원 설립에는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다.

산청군이 한방약초 사업과 관련해 지금까지 마련한 예산은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예산으로 한방약초 관련 토털 서비스가 가능한 ‘한방의료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게 산청군의 계획이다. 산청군 전역에 걸쳐 약초산업지원센터, 한방약초연구소, 한방치유형 펜션단지, 약초 주말체험농장, 한방 휴·요양 지구 등을 만든다는 계획인데 2013년 모든 사업이 완료된다.

지리산 케이블카

요즘 이 군수가 관심과 의욕을 보이는 사업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과 대전에서 출발해 산청을 거쳐 거제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하는 일이다.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사업들은 아니지만 이 군수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철도의 경우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도 포함됐을 만큼 상당부분 진척됐다는 것도 이 군수가 자신 있어 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공을 바짝 들이고 있는 450억원 규모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도 마찬가지다.

“등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대단한 관광명소가 될 겁니다. 등산로가 너무 많이 생겨 환경을 해치는 것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만간 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조만간 ‘KTX 타고 산청에 와서 케이블카 타고 지리산 구경한다’는 말이 나올 겁니다.”

산청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산이 좋아 ‘山淸’, 물이 좋아 ‘水淸’, 사람이 좋아 ‘人淸’이라는 이곳의 5년, 10년 후 모습은 아직은 알 수 없다. 산청이 바라보는 산청의 미래, 군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군수의 인사말은 어쩌면 이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신의 안식처와 건강한 웰빙 생활을 원하십니까. 그러면 자연과 함께하는 희망과 미래의 땅, 동의보감의 본고장 산청으로 오십시오! ”

신동아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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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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