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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해피 MB’

‘해피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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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통령의 발언과 현실은 다르다.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집권 측 내부에서부터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박원순 변호사 손배소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희망제작소’라는 시민단체의 상임이사인 박 변호사는 지난 6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제약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희망제작소만 해도 지역홍보센터 만드는 사업을 3년에 걸쳐 하기로 행정안전부와 계약했어요. 그런데 1년 만에 해약통보를 받았습니다. 하나은행과는 마이크로 크레딧 같은 소기업 후원사업을 하기로 합의하고 기자회견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무산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에서 개입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였다. 국정원은 즉각 박 변호사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야당이 가만있을 리 없었고, 몇몇 신문은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9월 국정원은 박 변호사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 장관), 피고는 박원순’이었다. 그러자 박 변호사는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문건을 통해 국정원의 사찰 의혹 사례 15가지를 조목조목 공개했다. 국정원 직원이 한 재단의 이사장을 찾아가 자신에 대해 탐문했고, 자신이 이사로 등재된 한 재단에서 돈을 얼마나 받고 있느냐고 캐물었다는 것 등이다. 사안의 성격상 박 변호사가 공개한 사례의 진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세고 두려운 기관을 상대로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주장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박 변호사의 호소가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더구나 원고가 특정한 공직자(국가정보원장)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점과 관련해 과연 소송이 성립되느냐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정한 공직자도 아니고 정부가 자연인으로서 명예훼손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명예훼손소송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 명예훼손은 주로 자연인, 즉 민간인에게 적용된 것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소송이 아니고서는 회복할 수 없는 사람이 하는 것”(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이라는 해석이다. “국가는 독립적인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시민이 가상의 공동체를 만든 것으로 결국 국가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존재가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는 주장도 있다. 국정원이 검찰 측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원고로 한) 소송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니 당장 소송의 성립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소송을 통해 국정원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박 변호사가 공개한 내용을 증거로 부인해야 하는데, 과연 무슨 증거가 있을 것이며 설령 증거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까발리는 것이 국가정보기관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

소송과 관련해 문화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5개 중앙 시민단체, 177개 지방 시민단체는 “2억원이라는 손해배상소송은 사상 초유의 일로 시민사회와 공존하지 않겠다는 정권 차원의 선언”이라고 주장하며 공동대응에 나섰다. 급기야 온건한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면 이명박 정부는 일패도지(一敗塗地·여지없이 패해서 땅속에 묻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는 박 변호사의 ‘극언’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용과 타협을 말하고, 정부는 불용과 배제의 자세를 보이는 한 중도실용의 진정성은 끊임없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KBS 2TV ‘스타골든벨’의 진행자 김제동씨의 교체를 두고 외압의 결과라는 의심이 쉽게 거둬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정부는 4대강 사업 예산 22조2000억원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넘겼다. 그런데 “10대 공기업 부채는 2008년말 157조원에서 2012년에는 302조원으로 늘어난다”(한나라당 김성식 의원)고 한다.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에는 잡히지 않지만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재정을 확대하고, 그로 인해 나라 빚(2009년 366조원·GDP 대비 35.6%)이 급증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속전속결하는 것이 과연 중도실용의 자세인가? ‘해피 MB’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신동아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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