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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작년 5월부터 무단 가동… 주문 폭주 4만7000명 총동원”

지금 개성공단에서는…

  • 김승재|YTN 기자 sjkim@ytn.co.kr

“北 작년 5월부터 무단 가동… 주문 폭주 4만7000명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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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개성공단에 中기업 사무실까지 들어와
  • ● 남북경협 때보다 인건비 4배 더 줘
  • ● 중국 발주 미국 유럽 브랜드 하도급 생산
  • ● 상황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국 정부
추석 연휴 때 개성공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2월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생산을 재개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북한 당국이 이를 사실상 시인하며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통일부가 반발하는 일이 이어졌다. 추석 연휴 기간 전해진 일련의 일은 필자가 4월부터 취재해온 ‘개성공단 무단 가동’ 정보와 일맥상통한다.   



“관련 정보 없다”는 정부

주목할만한 보도는 8월 22일 처음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개성공단 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남측 입주기업 차량 100여 대가 사라졌다”고 보도한 것. VOA는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가 6월 16일 촬영한 한 의류업체 공장 주차장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라며 이처럼 전했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부터 12월까지 이 주차장에는 남측 입주기업의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100여 대가 주차돼 있었는데, 6월 위성사진에서는 트럭 한 대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이 사라졌다고 한다.

10월 3일에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 19곳을 남측과 상의도 없이 은밀히 임의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개성공단에서 의류공장을 가동한 지 6개월 이상 됐으며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주로 생산한다”면서 “공장 밖으로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RFA 보도에 대해 10월 6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들은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모든 주권은 공화국에 있다”는 등의 논평을 내놓았다. 북한 매체들이 이처럼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사실상 시인하자 통일부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부 성명에 대해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는 10월 8일 “개성공업지구는 명백히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이고 따라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면서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10월 12일 개성공단 시설 무단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자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다. 기업인들은 “1년 8개월 동안 가동되지 않은 개성공단에 가서 무단 가동 현장을 직접 보고 시설물을 점검하고자 한다”면서 “개성공단 투자 자산은 우리 기업의 것이므로 북한은 무단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방북은 북측 동의 없이는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0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한 질문에 “지난 3~4월 무렵부터 개성공단에서 일부 움직임과 차량이나 가로등 점등과 같은 동향이 파악됐다. 그것이 공장 가동을 위한 것인지 주시했는데 그렇게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동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인건비 月평균 400∼550달러”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기자에게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해 다양한 소식을 전해왔다. 우선 무단 가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살펴보자. 소식통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3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5월부터 북한이 개성공단의 봉제공장들을 비밀리에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0월 초 RFA가 보도한 “6개월 이전부터 가동”보다 훨씬 이전 시점에 무단 가동에 나선 것이다.

북한도 처음엔 개성공단 임의 가동에 조심스러웠다. 남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봉제공장 1곳을 가동해봤다. 그러다 자신감을 갖고 전체 봉제 공장을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소식통은 개성공단의 모든 봉제 공장을 가동하면서 4만7000명가량의 북한 노동력이 총동원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봉제공장을 서둘러 무단 가동하게 된 배경에는 외화벌이가 있다. 중국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제시하며 의류 생산 주문을 했는데 그 수익이 과거 개성공단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던 것이다.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소식통은 중국 기업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400달러에서 550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이 폭주해 시간외 근무나 휴일근무가 많아 수당이 높아지면서 근로자 1인에게 월 최고 700달러까지 지불했다.

소식통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직전 한국 기업이 북한 근로자 1인에게 지불한 금액이 보통의 경우 월 125달러 정도에 불과했다”며 “과거 개성공단 시절과 비교하면 급여가 4배 넘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이 주는 돈은 각종 수당에다 정부 당국 몰래 뒤로 찔러주는 돈까지 다 합해도 아무리 많아야 근로자 1인당 월 300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기업은 평균 400~550달러, 많을 때는 700달러까지 주니 북한으로서는 눈이 돌아갈 일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생산하는 제품 가격에 연동해 북한 근로자에게 인건비가 지불된다. 즉 비싼 옷을 만들면 그만큼 높은 인건비를, 싼 옷을 만들면 좀 더 낮은 인건비를 책정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개성공단에서 생산품의 단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던 것과 비교된다.

북한이 이렇듯 높은 수익을 챙기게 된 배경에는 상거래의 달인인 중국 남방 지역 상인들이 있다. 상하이와 광저우 등 남방 지역은 전통적으로 경제 감각이 뛰어난 상인을 많이 배출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 기업들과 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했는데, 우수하고 저렴한 봉제 노동력을 찾다가 놀고 있는 개성공단 인력을 발견한 것이다.

5만 명 가까운 개성공단 노동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매력적인 존재다. 성실하고 손재주가 있는 데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중국의 상거래 달인들은 북한이 입맛을 다실만한 수익을 제시했고, 북한이 이를 덥석 물었다. 과거 개성공단 시절에는 불가능한 수익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개성공단 측에 주문만 넣은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에 직접 사무실을 열고 북측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은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남측이 전기 공급을 끊은 상황에서 그 많은 공장을 어떻게 다시 가동할 수 있었을까.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나왔다.


“러시아産 기름으로 發電”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개성공단 인근에 조그만 발전소인 예성강 수력발전소를 가동한 것을 최근에 파악했다”면서 “개성공단 가로등이 일시적으로 점등되는 경우가 있고, 공장에도 불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개성공단 내 자체 발전기로 하는지 예성강 발전소 전력으로 하는지 식별할 정도의 판단은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식통은 자신과 만난 북측 인사가 “남측이 전기를 차단했지만 전기 인입선은 그대로 있다. 전기는 우리 쪽에서 공급한다. 충분하진 않지만 봉제 작업을 하기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전기 공급이 예성강 수력발전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소식통은 또 공장들은 북한 당국이 공급하는 전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석탄-기름 겸용 보일러를 이용해서도 전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기름 겸용 보일러는 고가 제품으로 중국 기업들이 장비를 구입해 설치해줬다. 비용은 중국 기업이 북측에 지불해야 하는 돈에서 매월 일정액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보일러 기름도 중국산보다 3분의 1 내지 4분의 1 정도 저렴한 러시아산을 활용하고 있다.

봉제업은 재봉틀을 사용하는 재봉 작업에는 전기가 그다지 많이 들지 않고, 다림질 작업을 할 때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북한 내에서 봉제 작업을 할 때는 전기를 덜 먹는 재봉 작업까지만 하고 전기를 많이 먹는 다림질 작업은 중국에 나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 재봉 작업만 마친 북한산 의류 제품이 중국으로 나와 집결하는 단둥의 보세창고에는 다림질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배치돼 일한다. 개성공단 공장들 가운데서도 전기 공급이 충분한 곳에서는 다림질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그렇지 않은 공장은 재봉 작업까지만 한 뒤 다림질 작업은 중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제품 생산을 진행한다. 

지난해 5월 무단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발주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공장을 밤늦게까지, 휴일도 가리지 않고 완전 가동해도 주문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실어 옮길 화물차가 부족해 신의주까지 와서 화물차를 가져오기도 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의류 제품은 중국과 미국, 유럽 지역 브랜드가 많고 한국과 일본 기업의 주문도 적지 않다. 미국, 유럽에서 중국에 발주한 물품을 중국기업이 개성공단에 재하도급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의 잇단 도발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한창 진행하는 와중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 이 같은 예민한 시기에 북한은 중국 기업의 도움을 받아 개성공단을 1년 넘게 무단 가동하면서 세계 각국 기업의 의류 제품을 만들며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다.



“南 재가동 원해도 北 거부할 것”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면서 “현실도 모른 채 마치 한국이 가동하자고 하면 북한이 ‘아이고 좋아라’ 할 것처럼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기업과 손잡으면 한국 기업과 일할 때보다 4배 이상 돈을 더 버는데 북한이 왜 한국 기업과 손잡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고 해도 북한이 거절하는 게 현실이 돼버린 것을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 채 착각에 빠져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물론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서 북한산 의류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중국 정부 역시 올해 들어 대북 압박을 과거보다 강화하면서 개성공단 관련 사업을 하는 자국 기업인들을 강력하게 단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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