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가능성 15% 안팎… 결말 때까지 위기 지속
- ‘보이지 않는 지도부’ 北 서기실이 컨트롤타워 역할
- 한미동맹 약화 시 전쟁 가능성 높아지는 구도
- 북·미협상→북·미수교로의 국면 전환에도 대비해야
① 북한 6차 핵실험은 동북아 정세 ‘게임 체인저’다.
북한 핵무장은 ‘주체사상’ ‘선군사상’ ‘조선민족제일주의’로 표현되는 국가이념과 북한식 민족주의에 의해 뒷받침된다. 북한은 2012년 개정한 헌법에서 ‘핵무기 보유국가’임을 선언했다. ‘핵무기 보유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100만 명 내외가 아사(餓死)하는 사태를 겪으면서도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왔다. 특히 6차 핵실험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탄도탄의 결합은 북핵, 북한 문제를 남북관계 문제가 아닌 북·미 간 문제이자 세계 문제로 전환시켰다.
북한 핵무장으로 인한 동북아 정세 변화는 첫째, 남북 간 안보 균형 역전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북한의 1990년대 중후반 100만 명 내외의 아사 사태는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 한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한 결과 남북 간 안보 전력에서 근본적 변화가 야기됐다. 특히 수소폭탄급으로 평가되는 6차 핵실험과 ICBM 기술의 결합은 미국, 일본을 강력하게 위협하면서 한국 안보를 심각한 위험으로 몰아가는 전략적 상황 변화다. 비록 한국이 경제력과 재래식 군사력에서 북한에 압도적 우위에 있으나 미국 지원 없는 남북 간 군사적 대결을 가정하면 대단히 위태로운 상태다.
둘째,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올해 3월 북한이 동쪽으로 4발을 동시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 내 미군 기지를 핵 탑재 미사일로 타격하기 위한, 핵전쟁을 가상한 군사훈련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연합 독수리 훈련 중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과 이른바 김정은 참수작전(Including its leadership)을 포함하는 작계5015(OPLAN 5015)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뒤이어 북한은 7월 ICBM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호 발사, 8월과 9월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호 일본 상공 통과 태평양 낙하 발사, 9월 6차 핵실험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한반도 핵전쟁 위협을 고조시켰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북한은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북·미 간 충돌 가능성은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셋째, 동북아 질서의 근본적 변동이 시작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날 실행됐다. 북한이 중국은 더 이상 자신들의 후원 국가도 아니고, 북한의 의사 결정에 베이징이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선언한 것이다. 중국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북핵, 북한 관리를 위해 북한 정권의 친중화를 추진했고, 2011년 김정일 사후에는 대표적인 친중파인 장성택을 통해 친중 정권을 도모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2013년 말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중국의 의도를 좌절시켰으며 이후 북·중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한반도 전쟁이 가져올 대학살”
사실이 이러함에도 북핵,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을 중시하는 국내외 평가가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반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할에는 주목해야 한다. 푸틴은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면서도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종합적 해결은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북·미 협상 실무책임자인 최선희 북미국장을 9월 모스크바로 초청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외무차관 등과 회담하게 하는 등 북핵, 북한 문제의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북한을 축으로 한 북·중관계, 북·러관계의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 정세의 근본적 변동을 가져올 빙산의 일각이다.② 트럼프 행정부 불확실성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 높인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이자 현 플레처스쿨 학장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은 모두 한반도 전쟁이 가져올 대학살(Carnage)의 비극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하기는 대단히 힘들다고 지적했다(Controlling President Trump seems incredibly difficult).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최근 백악관은 새롭고도 이전에 없던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그들은 김정은을 억지해야 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갈팡질팡 행보가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오판과 결합되면 더욱 위험해진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은 김정은 참수작전 성공이 과연 가능한지 아닌지와 관련된다. 9월 15일 북한은 김정은 참관하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호를 발사했고, 한국은 6분 뒤 북한의 도발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현무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당시 김정은의 참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당시 미군과 한국군이 의지만 있었다면 김정은 참수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정은을 포함한 눈으로 확인되는 북한의 지도부 제거 작전이 성공한다면 북핵,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김정일 체제는 ‘김정일 수령’이 영도하는 내용과 형식이 일치되는 전일적 통치체제였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현상적으로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집단지도 체제이며 보이지 않는 지도부인 서기실이 북한의 실질적 통치 집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기실의 핵심적 역할에 대해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증언한 바 있다. 따라서 김정은과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눈에 보이는 지도부를 제거하더라도 서기실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 통치 집단은 즉시 새로운 지도부를 내세우고 전쟁을 포함한 각종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이다. 결국 김정은 참수작전을 통한 북한 지도부 와해와 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작전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 한반도 핵전쟁 등이 촉발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판단이 요청된다.
“오판 부채질하는 中 역할론”
핵무기의 경우 약 60개(플루토늄 기반 20, 고농축우라늄 기반 40) 중에서 미국이 선제융단폭격을 한다 하더라도 고농축우라늄 기반 약 20개는 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반격 작전에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반도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고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쟁 지역도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미국 본토까지 확대될 것이다. 북한의 현재 핵·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도쿄 폭격, 캘리포니아 폭격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북·미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최종 결과는 당연히 미국의 승리가 될 것이지만, 전쟁 과정에서 한국, 미국, 일본이 입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핵전쟁 사상자는 수백만 명을 넘어서고, 한국, 일본,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에 대한 타격은 추산하기 힘들 정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방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제3차 세계대전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셋째 ‘중국 역할론’과 관련한 오류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북핵,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 역할에 대한 과도한 환상 때문에 많은 오류를 빚은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중국 역할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횡행한다. 특히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이 제기한 ‘미중 빅딜론’이 핵심적인 문제다. 그 내용은 미국이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지 등을 중국에 약속하고 중국을 미국의 북한 정권 붕괴 추진에 협력하게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한반도 역사와 북한에 대해 무지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로비에 이용당해온 구시대 인물이다. ‘미중 빅딜론’의 배경은 북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의 환상과 연관돼 있는데, 북한의 6차 핵실험을 통해 그 허구성이 만천하에 폭로된 바 있다. 북핵,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해 잘못된 중국 역할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부채질할 수 있다.
③김정일 시기와 다른 김정은 체제의 강화된 공격적 성향이 전쟁 가능성 높인다.
김정은 체제 리더십은 첫째, 안보전략에서 공격적 성향을 지녔다. 김정일 체제와 비교할 때 김정은 체제는 대부분 안보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핵·미사일 개발을 발전시켜왔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김정일의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인 수십억 달러를 투여한 것이 작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김정은 체제가 북한의 운명과 관련해 최종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뜻이다. 2011년 김정일 사후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실행하고 3월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공격성을 처음 드러냈다. 그러곤 2016년 4차, 5차 핵실험, 2017년 6차 핵실험과 각종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방사포, ICBM 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강성국가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북·미 간 최종 담판을 끌어내고 북한 주도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 주도 통일 실현 의도”
둘째, 김정은 체제의 공격적 성향은 미국의 레드라인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높인다. 북한이 미국과 전면전을 시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의 의도는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아 체제 안전을 확보하고, 나아가 한반도에서 북한 주도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그런데 핵심적 문제는 벼랑 끝 전술 구사 과정에서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레드라인에 대한 판단은 미국의 이전 대통령과는 성격이 대단히 다른 트럼프가 주도한다. 결국 북한 김정은 체제의 공격적 성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관적·공격적 성향,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 등이 상호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셋째, 김정은 체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북한, 대(對)중국 전략에 대해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요한 정치적 기반은 경제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다. 경제민족주의의 설계사 스티브 배넌은 수년 내 미중 간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예견한 바 있으며, 9월 22일 시진핑의 오른팔 격인 왕치산(王岐山)과 비밀회동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의 기를 꺾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은 한반도와 남중국해로 압축된다. 한반도 핵전쟁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 옵션보다는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현실적 이해관계에 대한 판단은 다수 전문가의 상상을 초월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 전략, 대중국 전략을 주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④ 문재인 정부의 정세 인식 오판이 전쟁 가능성 높인다.
김정은 탓, 트럼프 탓만 하고 있기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 정부는 당면한 위기를 해결해야 할 무한책임이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오판의 징후만 보인다.
첫째, 한미동맹·한중관계와 관련한 외교전략의 모호성이 문제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드(THAAP·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임시라는 낱말을 사용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남겨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전까지 유지하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다. 현재는 사드 문제를 명확히 함을 넘어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추진할 때다. 핵 공유는 한미동맹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면서 남북 간 안보 불균형을 바로잡고 중국의 한미동맹 흔들기 시도에 쐐기를 박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둘째, 북핵·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남북협상과 북한에 대한 개입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협상과 평화를 선언하기만 했지 정부 출범 5개월이 넘도록 구체적 진전이 없다. 북한과 신뢰할만한 협상 채널도 구축하지 못했으며, 구체적 문제 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북·러관계의 변화 등을 고려한 창의적 전략·전술의 운용도 없다.
필자가 정부, 기업, 민간 차원에서 북한 노동당 간부들과 20여 차례 협상하면서 들은 중요한 말이 있다. ‘남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하면 인사 불이익 등으로 끝나지만 북에서는 추진한 사업이 실패하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목숨을 걸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사업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각오 수준, 긴장도, 집중도가 다르면 결과도 다르게 마련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북정책 책임자들은 북한 측 상대방을 넘어설 정도로 목숨을 걸 각오, 긴장, 집중이 필요하다.
한반도 운명 가를 변곡점
셋째, 문재인 정부의 파벌주의적 인사와 정책은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걸림돌이다. 한반도 정세는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이며 우리는 향후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변곡점에 서 있다. 북·미 간 전쟁 발발로 남북 모두의 비극으로 귀결되든지, 북·미 간 극적 협상과 수교가 이뤄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동이 오든지 할 것이다.우리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북·미협상, 북·미수교로 전환될 경우에 대해서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핵 동결과 중장기 비핵화를 핵심 조건으로 한 북·미가 수교할 경우에 북한은 ‘베트남 모델’ 식으로 친미비중(親美非中) 국가로 방향을 전환한 후 북한 주도 통일을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 ‘베트남 모델’ 식으로 갈 경우 이를 북한이 주도하느냐 한미동맹이 주도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함과 동시에 독자적 자강전략, 북한에 대한 개입전략, 통일전략, 동북아시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벌주의적 사고를 넘어 거족적·국민통합적 결의를 모아야 한다.
구해우
● 1964년 전남 화순 출생
● 고려대 법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
● 민화협 청년위원장
● SK텔레콤 북한담당 상무
●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겸임교수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 국정원 북한담당기획관(1급)
● 現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 저서 : ‘김정은 체제와 북한의 개혁개방’ ‘통일선진국의 전략을 묻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