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투먼북한공업단지’ 조사
軍이 세관 관리 업무 접수
“1월 9일까지 북한식당 폐쇄하라” 통보
단둥市, ‘北근로자’ 통행증 압수
실소유주가 한국인인 중국 단둥 의류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재봉틀 앞에서 작업하고 있다. 2015년 12월 1일 촬영했다.[김용균 채널A 기자]
올해 3차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과정부터 살펴보자. 북한은 2월 12일 고체 추진 기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발사를 시작으로 5월 29일까지 10차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안보리는 6월 2일 북한 기관 4곳과 개인 14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담은 결의 2356을 채택했다. 안보리의 역대 7번째 대북제재 결의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 차례 실시했다. 그러자 안보리는 8월 5일 8차 대북제재 결의 2371을 채택했다. 북한의 주요 광물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8차 결의를 두고 유엔의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한 달 만인 9월 3일 북한은 안보리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러자 안보리는 9월 11일 9차 대북제재 결의 2375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대북 유류 공급을 30% 정도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때 안보리 인가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했으며 기존 해외 노동자는 계약이 만료되면 송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보리 결의에 발맞춰 중국 정부도 재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8차 결의 이후 8월 25일에는 북한의 중국 내 기업 신설과 기존 기업의 투자 확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했다. 9차 결의 직후인 9월 23일에는 석유 제품의 대북 수출과 북한산 섬유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고, 9월 28일에는 “북한과 중국의 합작·합자·외자 기업들은 120일 안에 모두 폐쇄하라”고 고지했다.
폐업·도산 속출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다양한 조치가 있었다고 전해왔다. 우선 북·중 국경 지역 통상구(通商口) 즉, 세관의 관리를 중국군이 접수했다. 중국의 무경부대(武警部隊·인민무장경찰부대)가 9월 중순부터 훈춘 취안허(圈河) 세관 등 북·중 국경 지역 세관을 책임지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세관원이 하던 세관 업무를 군이 접수한 것이다. 무경부대는 8월 중순부터 북·중 국경 세관 내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8차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직후 내려진 조치였다. 그동안 북·중 국경 세관에서는 북한이나 중국 양측 모두 세관원들이 뇌물을 받고 불법 무역 거래를 눈감아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패한 세관원들에게 맡겨뒀다가는 북한과의 불법 교역을 도저히 막을 수 없겠다는 판단 아래 아예 군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8차 안보리 제재 이후 무장경찰과 세관원들이 절반씩 나눠서 세관 업무를 보다가 9차 제재 이후에는 세관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무장경찰이 세관 업무를 도맡도록 했다. 무장경찰들은 세관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품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 해당 품목의 통관을 일절 불허하고 있다.이번 조치로 훈춘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이들 대부분이 폐업하고 도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가리비 등 북한산 수산물을 가져와 중국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해오던 중국인 여성 D씨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로 사업을 접었다. D씨는 아들이 훈춘시 고위 공무원이어서 그동안 북한산 수산물을 들여올 때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8차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산 수산물 수입이 금지됐지만 D씨가 북한산 수산물을 들여오며 계속 영업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훈춘에서 북한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해 봉제 공장을 운영해오던 중국인 사업가 P씨 역시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로 북한을 오가던 물품 운송이 중단돼 치명타를 입었다. 중국 당국의 조치에 대해 세관원들은 “너무 창피하다. 가만히 앉아서 도둑놈 됐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평소 세관원들의 비위를 잘 알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배 터지게 먹었는데 이제 그렇게 못 먹게 돼 어떻게 하나. 정말 꼴좋다”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안보리 제재 결의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송출한 근로자를 겨냥한 조항이 처음으로 담겼다는 점이다. 8차, 9차 결의에서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에 대해 확실하게 제동을 걸었다. 중국 또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자국에 진출한 북한 근로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더 풍부한 회원 전용 기사와 기능을 만나보세요.
고강도 압박 이어질까
중국 현지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오랫동안 북한과 관계를 맺어온 중국인 사업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한동안 압박을 가하다가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 업무를 담당하는 접경 지역 중국 관리들은 중앙정부의 발표와 지시에 일단 따르면서도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도 힘들지만 북한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어려워질 텐데, 정부가 정말로 북한을 내칠까?”라며 미심쩍어한다.중국 정부가 잇달아 내놓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란 것도 어쩌면 “우리도 국제사회 합의를 따른다. 북한을 옹호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국제사회를 향한 제스처일 수 있다. 또한 11월 중국 방문이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가시적으로 내놓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10월 초순 중국에서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 북측 인사들의 모임이 랴오닝성에서 있었다. 이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120일 이내(내년 1월 9일까지)에 폐쇄하라는 통보를 받고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모였다. 식당 운영을 정말 접어야 하는 것인지, 달리 피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이랬다. “중국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는 편법을 찾긴 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허용할지 모르겠다.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중국 상무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제재에 대해서도 정작 당사자들은 해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북·중 관계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시적 현상만으로는 이렇다, 저렇다 단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