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창간기획 | 新전환시대의 5大 화두 |

사회보장세 신설하고 생애주기 위험관리체계 갖추자

‘발등의 불' 복지개혁

  •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전 보건사회연구원장

    입력2017-11-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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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벤치에 앉아 시름에 잠긴 노인과 폐휴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는 한국 사회가 짊어져야 할 노인복지와 빈부격차를 상징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한 복지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저성장 구조의 장기화와 출산율 저하로 그 재원은 갈수록 마르고 있다. 복지제도 대수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동아일보DB,뉴스1]

    공원 벤치에 앉아 시름에 잠긴 노인과 폐휴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는 한국 사회가 짊어져야 할 노인복지와 빈부격차를 상징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한 복지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저성장 구조의 장기화와 출산율 저하로 그 재원은 갈수록 마르고 있다. 복지제도 대수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동아일보DB,뉴스1]

    한국 사회의 분배 양극화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소위 ‘낙수(trickle-down) 효과’로 다소 억제가 가능했던 이 문제가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도처에서 표출되고 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하위 20% 소득 비중 대비 상위 20% 소득 비중 비율로 산정되는 통계청의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2008년 4.98배에서 2015년 4.22배로 꾸준히 개선되다 2016년 4.48배로 다시 벌어졌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이 2010년의 59.4%에서 2016년에는 64.0%로 높아진 것 역시 영세 자영업자의 숫자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지출 30%로도 역부족

    불경기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저임금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고령화의 빠른 진행 속에 노후 대비가 부족한 노인가구의 증가도 문제다. 2014년 기초연금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은 47.7%(2016)로 2010년 47.2%보다 나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그 대응책으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매머드급 복지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매월 20만6000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018년 상반기부터 월 25만 원, 2021년에는 3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한다. 5세 이하 모든 아동에 대해 매월 10만 원의 수당 지급,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기준 폐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등등.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복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지 지출 확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기초연금 하나만 해도 향후 5년 동안 총 21조8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5세 이하 아동수당 연 2조6000억 원, 향후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 32조 원이 필요하다.

    이를 반영한 2018년 보건복지예산안은 2017년 111.2조 원 대비 10.1% 증가한 122.4조 원으로 증가했다. 2012년 이후 평균증가율 7.1%보다 3.0%포인트 높다. 또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 집권기간(2017~2021) 보건복지 부문 지출은 지난해 작성된 2016~2020년 동 계획에 비해 증가율이 거의 2배가량 높다. 이에 따르면 정부 총지출에서 보건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서게 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국가예산안을 보면 2018년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는 4.6%인데 정부 재정지출은 2017년 대비 7.1% 증액된 안을 작성했다. GDP 성장률 이상으로 국가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재정이 확대되면 이에 상응해 세입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2017∼2021년의 중기 재정계획상으로 연평균 재정지출은 5.8% 증가한 반면 재정수입은 5.5%만 증가시켜 0.3%포인트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더욱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의 흑자요인을 제외하면 2018년 28조6000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GDP 대비 2.1% 규모인 44조3000억 원 적자가 발생한다. 국가채무는 2017년 682조4000억 원에서 내년 708조9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2021년에는 GDP 대비 40.4% 규모인 835조2000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것도 국세수입이 2021년까지 매년 6.8%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 세수가 계획대로 늘지 않으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더 커질 수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지출은 2060년에 29.0%로 증가한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의 현재 사회보장지출 비율에 근접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60년의 1인당 GDP(8만9593달러)와 노인인구 비율(40.1%)을 감안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보장 지출이 30%에 이르러도 상대적으로 낮은 복지국가 그룹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부가세로서 사회보장세

    이를 위해선 먼저 현행 사회보장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합해 비수급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이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건강보험료 체납 문제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를 명확히 재정립해 국가가 책임질 부분과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60년경 적립기금이 소진될 전망인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도 제시될 때가 됐다.

    산업재해보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퀵서비스, 대리운전, 택배 종사자 등 위험직군 종사자들이 재해를 입었을 경우 산재보험에서 우선적으로 보상해주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고용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여성이 출산 및 육아, 양육으로 소득 감소를 겪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용보험에 준하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의 보건복지 공약을 추가 증세 없이 이행하려면 국가채무를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전가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

    고소득층 소득세 및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인상만으로는 충분한 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이에 상응한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기존 세목의 조세에 세액을 조금씩 더 얹는 부과세(sur tax) 개념의 사회보장세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 사회보장세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급격히 증가할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보육예산 등의 재원 조달에 국한해야 한다. 또 향후 대선이나 총선에서 관련 공약을 발표할 때 이에 필요한 사회보장세 증세 규모를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해 선심성 복지 공약 남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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