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통(嫡統)과 관련한 기사가 한국 언론에 잇따라 실렸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김일성보다 항일운동의 정통성을 지녔던 최현” “북한 통치 ‘적통’은 김정은 아닌 최룡해” “金氏왕조보다 더 무장투쟁 정통성”…. 기사 소스(source)가 국정원이다. 한국 언론을 활용해 ‘김정은이 최룡해를 의심하게 만들고, 최룡해가 김정은에게 반발하는 구도’를 도모한 것이다.
최룡해의 아버지는 항일 빨치산 최현이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최현을 321회 언급한다. 김일성 빨치산 동료 중 언급 횟수가 가장 많다. ‘백전로장 최현’이라는 별도 절(11장 52절)도 있다. 김일성은 최현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가 나에 대해 경어를 사용한 것은 다만 공식석상에서뿐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우정에서 거추장스러운 예의와 격식을 제쳐놓고 오히려 그 우정에 진실성과 참신성을 부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룡해 가문이 북한에서 ‘김씨(金氏)왕조’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 최룡해는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 때 북한군 총정치국장으로 권력 핵심인 듯 보였으나 이후 부침을 겪었다.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강등됐다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다시 오르는 등 직위가 오르락내리락했다.
10월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최룡해는 8개 감투(당 중앙군사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장, 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를 꿰차며 다시금 부상했다. 노동당 부장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분석도 나왔다. 조직지도부는 북한 내 모든 조직의 인사와 정무를 총괄하는 당중당(黨中黨)이다.
일부 언론은 “최룡해가 2인자 자리를 다졌다”고 분석했으나 북한 체제에서 2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최룡해와 직접 대화해본 전직 통일부 고위인사는 “소탈하고 ‘사람 좋다’는 말을 들을 성격”이라면서 “직위에 비해 언행은 무겁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