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200에 못 미치는 수익률 연기금 투자로 주가 상승 가능성 1~3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권가의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기금자산을 운용할 때 투자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의 명문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에서는 공공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투자가 늘면 주가가 오르는 법, 앞으로 ‘착한 기업’이 주가 상승을 이끌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SRI펀드는 일반 펀드가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기업 재무제표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모형으로 기업을 평가해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 주주,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따진다.
사회책임투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SG펀드’ 운용자산이 2008년 890억 달러 수준에서 올 상반기에 2000억 달러(약 225조 원)를 넘어섰을 정도로 급증했다. 수익률도 좋았다. 투자 컨설팅 기관인 캠브리지어소시에이츠가 2016년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EM ESG지수가 MSCI EM지수보다 12%포인트 더 높은 누적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역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착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사회적 비난을 받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상생경영으로 유명해진 오뚜기는 올 1월 65만3000원대이던 주가가 6월에 90만 원까지 올랐다. 반면, ‘갑질’ 논란을 빚은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은 6월 19일 1700원이던 주가가 7월 12일 1235원까지 하락한 데 이어, 거래정지까지 갔다. 물론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유죄 확정과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등의 문제로 지난 9월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등급을 A에서 B+로 하향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4%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인 268만 원까지 올랐다.
더 풍부한 회원 전용 기사와 기능을 만나보세요.
한국식 벤치마크 개발 필요
재무 가치를 배제하고 ESG평가가 우수한 기업에만 투자하면 수익률이 어떨까. 올 초 이후 9월 5일까지 코스피는 14.81% 상승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만든 ‘ESG 리더스 150지수’는 12.7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에는 삼성전자 비중이 1.58%(9월 4일 기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SRI펀드나 관련 ETF 투자는 최소 1~3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펀드 상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사회책임펀드를 택해 장기적 수익을 목표로 할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기금 투자
그래도 전문가들은 SRI펀드와 관련 ETF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한다. 채하나 한국펀드평가 과장은 “운용사들이 효과적인 지수 선정과 방법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 도입 등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연기금에서도 과거의 기준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말 그대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아지는 등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다른 금융 관계자도 “그동안 SRI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어떻게 수익과 연계되는지 전달하지 못한 데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나 책임투자가 주주의 부를 늘려준다는 인식이 자리잡힌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