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갈등 심각
- 강경화 외교, 우려한 대로 무능
- 대북화해협력 인물 일색
- ‘운전자’ 안보전략 자체가 오류
리얼미터 정례조사 결과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9월 3주차 조사에서 65.5%까지 떨어졌다. 추석 연후 끝자락인 10월 8일과 9일 사이에 실시한 조사에서 69.5%로 회복되긴 했지만, 임기 초반 지지율과 비교해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리얼미터 역시 안보 불안을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지지율 하락 요인은 ‘안보 불안’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 당시, 야당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이 안보라인 인적쇄신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세계가 한국인이 핵 위협에 둔감하다고 수군댄다고 한다. 외교팀의 내부 혼선까지 겹쳐지니 더 불안하다. 우리 안보팀 역량을 문제 제기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라며 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다음 날에도 “외교안보팀에 북핵 문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없으니 교체 수준의 강화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은 별다른 답이 없었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도 회동 당시 “대한민국의 안보를 대실패로 규정한다”며 안보라인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정당도 회동 다음 날 “문 대통령은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의 서로 다른 목소리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이번 합의문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회동 당시 대북특사 파견과 함께 청와대 안보라인 쇄신을 주문했다.
누가 가장 문제라고 보는 것일까?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가운데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월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4강 대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문정인 특보를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것 같다. 문정인 특보는 9월 27일 “많은 사람이 ‘한미동맹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홍 대표는 “대통령 왕특보의 북핵 인식에 대한 마구잡이식 발언을 들어보면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면서 대통령의 뜻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역시 “문정인 특보 말대로면 우린 북한이 쳐들어와도 손발 들고 있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문정인 특보가 그만두든지 대통령이 문 특보를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정인 특보 못지않게 야당의 반발을 유발한 인물은 노영민 주중대사다. 노 대사는 9월 29일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해 이렇게 언급했다.
“복합적 요인이 있다. 나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들어가려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철수했는데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롯데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왜 싸웠나?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주장이었지 않나?”
이 발언에 재계가 먼저 반발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곤란한 지경인데, 오히려 책임을 기업 탓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후 노 대사는 어느 나라 대사냐는 비난이 야3당으로부터 불거졌고, 경질 요구로 이어졌다. 이미 안철수 대표가 4강 대사 교체를 요구한 터에 두 보수정당까지 가세한 형국이 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사퇴하면서, 송영무 장관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사퇴하면서, 반사 이익을 봐서 임명된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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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자’와 ‘운전자’
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은 실패로 끝났다. 말은 근사하지만 균형자 역할을 하기에는 국력이 받쳐주질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미국 정도의 압도적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또는 주변 4강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경제력을 지녔다면, 굳이 스스로 나서 균형자론을 설파하지 않더라도 균형자로서 역할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알아서 모셨을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내건 균형자론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이 현실은 어떠한가? 주변 4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여전히 우리나라의 그것을 압도한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많이 강해졌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당분간은 그들의 수준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비루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호기롭게 균형자니 운전자니 하며 주도권을 내세운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와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이것이 바로 안보전략의 오류다. 최근 부각된 안보라인의 엇박자도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면 안보전략의 오류가 원인이다. 잘못 설정된 안보전략이기에 이견이 없을 수 없고, 이견이 간혹 표출되면서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나마 임기 초반이기에 이 정도지, 시간이 지나면 불만은 좀 더 공개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것이 진짜 안보 위기일지 모른다.
지난 9월 21일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표현한 인물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하스 회장은 외교적 해법에서 창의적인 방안들도 함께 고민해 내놓을 때 한미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숨 돌려야 가능?
과연 그럴까? 지금이야말로 ‘창의적 외교해법’을 찾아내야 할 때인지 모른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 의사를 거듭 피력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이 9월 26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미국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최 국장은 귀국길에 대화에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최선희 국장의 러시아 외출은 10월에도 이뤄진다. 그는 10월 19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으로 동북아 안보 관련 세션에 직접 토론자로 나선다. 이 회의 때 미국 전직 관리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여 또 한차례 북·미 간 비공식 간접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의 개입은 당연히 유럽 국가들을 긴장시킨다. 영국 정부가 최근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호를 조기 취역시켜 F-35B 전투기 12대와 함께 한반도 인근에 조기 배치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말고도 도리스 로이타르트 스위스 대통령이 9월 5일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치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이 또한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 스위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 위원장이 유학 생활을 한 나라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메르켈 독일 총리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중재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심지어 총선 유세 과정에서 “우리는 외교로 문제를 풀기 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그랬듯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럴 용의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독트린이 전쟁이나 압박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들의 중재 의지와 역량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