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심층기획 | 文과 李의 적폐전쟁 |

‘盧-文파일 폭로, MB 구속, 보수 절멸’ 3대 시나리오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7-10-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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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 640만 달러 뇌물 의혹’ 여권 지뢰밭
    • “김만복 방북·일심회도 조사해야”
    • 국가기관과 여론이 적대적…MB 최대 위기
    • 보수정당 전체가 적폐로…‘20년 민주당 집권’ 가시화?
    보수의 두 거두, 박근혜와 이명박.

    박근혜는 자멸해 구속됐다. 문재인은 여세를 몰아 남은 이명박(MB)도 감옥에 보낼 작정을 한 것 같다. 이명박은 ‘난 박근혜와 다르다’며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이명박은 노무현-문재인의 과거를 잘 아는 전직 대통령이고 ‘범(汎) 친이명박계’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두루 포진한 무시 못할 정치세력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진보성향 현재 권력과 보수성향 과거 권력이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검찰, 여론조사 등 화력(火力)에선 문재인 진영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이명박 진영은 ‘영화 300’의 전사들처럼 잔뜩 움츠리고 있다. 제아무리 ‘살아 있는 권력’도 이들을 제압하려면 자기 팔도 하나쯤 떨어져 나갈 각오는 해야 할지 모른다. 섣불리 덤볐다간 맹독에 쏘일 수도 있다,

    정치에 안목 있는 인사들은 △정부여당 고위인사들의 ‘MB 수사’ 공개 언급 △정부 여러 부처의 적폐청산위 출범 △검찰의 전전(前前) 정권 수사 △여당의 ‘이명박 적폐 국감’ 가동 △진보언론의 ‘MB 신구(新舊) 의혹 폭로’ 보도 △MB의 공개 반박을 보면서 “‘문(文)과 이(李)의 적폐 전쟁’ 서막이 오른 것 같다”고 말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盧-文파일 폭로, MB 구속, 보수 절멸’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3대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 궤적을 따라가봤다.

    盧-文파일 폭로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방위산업, 자원외교 비리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정부도 부분적으로 다룬 ‘사자방’ 의혹을 본격 파헤치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MB 정부를 겨냥해 진행되는 문재인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는 ‘사자방’을 넘어 원세훈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국정원의 김대중 노벨상 취소 요청 활동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BBK 의혹, 제2 롯데월드 인허가 의혹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사자방 사정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재감사,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로 구체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전전(前前) 정권인 이명박 정부 구석구석을 MRI(자기공명영상)로 샅샅이 훑듯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에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여권에서 진행되는 이 모든 것이 오직 ‘MB 구속’에 맞춰져 있음을 직감적으로 안다. 이들은 여권이 이 대통령의 관여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어 “노무현 정부 시절 것도 함께 밝히자”고 이야기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A씨는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직전 정부인 노무현 정부에 관한 정보를 접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적폐청산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때 이러한 노무현 정부 시절 파일은 이 전 대통령 측의 반격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양숙 여사 출두키로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B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은 현 여권엔 지뢰밭과 같다. 다시 이슈가 되더라도 폭발력이 있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이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가족을 고발했다. B씨의 설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5월 23일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산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로 한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를 조사하기 위해 대검 검사가 부산지검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기소될 수 있었다고 한다. 권 여사도 이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권 여사의 이날 조사는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사실이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권 여사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옭죄는 검찰 조사에서 해방된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권 여사가 이날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따라서 권 여사가 5월 23일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선 규명이 필요하다.”

    이어 B씨는 “640만 달러 부분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실체가 드러나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의혹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에게 거액을 수수한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논란, 64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노무현을 보고 준 돈이라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이 있었다는 논란, 노 전 대통령의 500만 달러 인지시점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 문재인 변호사의 말과 노 전 대통령의 다른 측근의 말이 달랐다는 논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미국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찢어버리는 등 증거를 훼손했다는 논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논두렁 시계 진실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억대 피아제 시계 2개를 받았다가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은 국정원의 여론 공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B씨는 “억대 시계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억대 시계를 받았으나 논두렁에 버린 사실이 없는 것인지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가족이 기업가로부터 억대 시계를 받은 사실이 있으면 논두렁에 버렸든 그렇지 않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C씨는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의 거액 뇌물수수 혐의가 실체 규명 없이 죽음으로 묻혀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권력형 비리의혹 같은 심각한 적폐부터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C씨의 말이다.      

    “그때 권양숙 여사가 걸렸는데 잠재적 문제도 아니고 이미 드러난 피의사실이다. 그때 우리가 끝까지 밀어붙여서 뿌리를 뽑았어야 했다. 그런데 마음이 약해서. 지금 정권 잡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도덕적이고 잘 나서 그런 줄 안다. 지금 여권은 ‘이걸 수사하면 부관참시고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이라고 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과거 정권 적폐 청산하려면 이것부터 재수사해야지. 남한텐 근거도 없이 국정원 기밀창고까지 뒤져가면서 조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 여권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아마 ‘그만해라.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만 됐다 아이가’ 이렇게 보낼 것 같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D씨는 “특히 북한-국가 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행적도 적폐청산 차원에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의 설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 27일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은 일심회 간첩사건 수사가 이뤄지던 중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 사건을 덮으려 했고 김 전 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만큼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적폐청산위는 일심회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현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이석기를 두 번 사면했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 임기 말인 2007년 12월 대선 직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다. 김 전 원장이 왜 북한에 갔고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이에 대해 별의별 억측이 계속돼왔다. 이런 부분도 규명돼야 한다.”
     
    MB 구속될까?
    검찰은 MB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의혹 수사에 30여 명의 검사를 배치했다. 또한 검찰은 전 국정원 국장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좌파 연예인 대응 TF’ 의혹을 파헤치는 한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사이버사 소속 530심리전단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출국 금지했다.

    정치개입 혐의로 이미 구속 중인 원세훈 전 원장은 MB 정부 당시 보수단체인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지원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서한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보냈다는 새로운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국방부 직할부대인 사이버사령부가 인터넷 게시 글과 댓글을 통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과정을 청와대 국방비서관실과 경호상황실 등에 수시로 보고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활동을 직접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걸로 알려진다. 문건엔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미로 ‘V’ 표시가 돼 있다고 한다. V는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를 줄인 것으로 검찰은 추정한다.

    결국 관건은 검찰이 누구를 ‘몸통’으로 지목할지다. 두 키-맨인 원세훈과 김관진을 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종 윗선인 MB를 겨냥할지에 따라 정국에 일 파고는 달라진다. 법조인 출신 정치평론가 E씨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법리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현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 C씨는 이 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게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댓글 같은 것을 시시콜콜 보고받지 않는다. 나도 청와대에 있을 때 내가 한 일의 1%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알아서 하는 거다. 이를테면 국정원장이 독대 보고를 할 땐 ‘김정일이 쓰러졌다가 칫솔질할 정도가 됐다’ 같은 걸 보고한다.”


    “돌아가는 상황 봐선 MB 기소될 듯”

    C씨는 여권이 MB를 잡으려고 무리하게 여론몰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2~3일 지체하다 마지못해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C씨는 “김홍걸 위원장이 모친인 이희호 여사에게 한번 물어본 뒤 그런 말을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장은 현직 대통령만 하게 되어 있고 전국 관공서 근무와도 연계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려고 중지를 모은 것이다. 국장 후 박지원 의원, 권노갑 전 의원, 이희호 여사가 ‘고맙다’고 알려왔다. 지금 여권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여권과 가까운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정부여당이 전력을 다해 적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의 의지가 대단하다. 검찰도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 대법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 교체됐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도 높다. 수사기관을 비롯한 온 국가기관이 나서고 있고 여론이 받쳐주므로 이 전 대통령에겐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은 지금은 로-키(low-key·신중) 전략을 쓰고 있지만 궁지로 몰리게 되면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다. 법리보단 여론이 MB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수는 절멸할까?
    적지 않은 여권 인사는 요즘 공개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한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종의 자신감의 발로다. 처음엔 ‘수구 보수’ ‘박근혜, 최순실, 친박근혜계’를 적폐라고 했는데 이젠 ‘보수정당 전체’를 적폐로 이야기한다. 적폐 프레임이 대중에게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여론조사에서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중 전자에 더 공감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리얼미터). 이 민주당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라면, 이해찬 의원이 말한 대로, 20년 장기집권과 보수 궤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런 민심이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보수야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설정하고 적폐청산에 맞서 명분싸움을 시작하면서 사정-국감 정국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앞으로 여론이 어떻게 흐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관옥 계명대 정외과 교수는 “여권이 하는 일은 적폐청산으로 봐야 한다. 특정 개인의 잘못이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면 정치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폐청산”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시사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혼재돼 있다. 지금 진행되는 일은 정치보복 성격이 강하다.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춰서 표적 사정하면서 꿰맞추는 것이 정치보복의 특징이다. 지금 MB가 개입한 증거가 없는데도 여론전쟁부터 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에 대한 문재인의 강공은 보수야권을 결집하는 부수효과를 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정치보복대책특위’를 발족했다. 10월 15일 640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가족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한 곳도 이 특위다. 문재인-노무현 정부와 전면전을 예고한 셈이다. 특위는 ‘바다 이야기’를 비롯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노무현 정부 의혹’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국당은 이와 별도로 10월 15일 ‘문재인 정부 신(新)적폐 저지 특위’를 구성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두 당의 친이명박계를 매개로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탕평할 필요 있나?”

    그러나 여권은 자신감에 차 있다. “앞으로 보수성향 인사를 청와대·내각에 어느 정도 발탁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탕평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한다. ‘보수 30, 중도 40, 진보 30 구도는 깨졌고 진보로 이미 기울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들렸다. 한 여권 관계자는 “20대에선 이미 보수는 절멸하고 있다. 적폐청산과 이명박 심판은 보수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을 높이고 보수층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기문란행위는 대부분 범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보복 주장은 ‘단서를 들춰내지 말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로 들린다. 현직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된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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