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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IMF 외환위기 직전 상황 보는 것 같다 ”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의 금융경제위기 진단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20년 전 IMF 외환위기 직전 상황 보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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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주기’식 증인 신청

언제부터인가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불러 망신주기를 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이틀 후부터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정무위원회에서도 여러 의원이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기업 총수를 국감에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이미 국회의원들이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나.
“총수가 아닌 실무 경영인을 부르는 것으로 합의했다. 현대차 리콜 문제를 다루는데 왜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을 불러야 하나. 실무 경영인은 실권이 없다고 하는데, 일단 불러서 물어보고, 본인이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면, 그때 총수를 부르는 것으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또 군산조선소 재가동 여부를 현대중공업에서 이미 수차례 입장을 밝혔는데 국감장에 또 부르겠다는 것은 기업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닌지 걱정된다. 정치인을 위해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재벌 개혁’ 이슈도 정무위 소관이다.
“재벌은 이미 우리 경제에서 무시해선 안 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걸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따지고 앞으로 상생경영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일을 하겠다면 전적으로 도울 생각이다. 기업을 옥죄기 위한 재벌개혁이기보다는 시장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투명한 경쟁을 촉진해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가 임명되면서 대대적인 재벌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과거엔 무조건 재벌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최근엔 톤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시민운동을 할 때 관습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인 생각이 나와 비슷한 것 같더라. 나도 김상조 위원장이 하려는 상생경영, 재벌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획일적으로 급하게 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그에게 충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세웠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에서는 ‘제도 개선’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직후 폐지 입장을 밝혔다가 지금은 TF를 통한 폐지 검토로 바뀌었다. 이렇게 정부가 우왕좌왕하니까 혼란이 가중되어 기업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당장 없애면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없애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전속고발권은 담합·독점 등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에만 인정하는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의 위법 행위로 피해를 본 자는 누구든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감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과, 무분별한 고발, 악의적 고발의 남발로 선량한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금융산업 육성 정책 전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 29위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 31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특히 규제로 인한 경영활동 저해 항목에선 최하위권인 57위이고, 기업의 생산성은 순위가 오르긴 했으나 32위에 불과하다.

11월이면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지 꼭 20년이 된다.
“그때보다 더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우리 경제 체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20년 전엔 몰라서 당했다면 지금은 알면서도 대비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지금 세계적으로 양적축소 흐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에 거둬들여야 한다는 거다.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양적축소를 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외환위기 상황에 대비해 중국과의 갱신은 물론 일본,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 등 빨리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보는 것 같아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산업 정책은 어떻다고 보는가.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한 명도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금융권에서는 ‘금융홀대론’은 물론이고, 인사에 관해서도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는 현 정권이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금까지 일자리, 가계부채, 수수료, 빚 탕감 등 서민 지원에만 중점을 뒀을 뿐 금융산업 육성에 관한 정책이 전무하다. 금융을 단순한 지원 도구로만 볼 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 산업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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