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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이색테마기획: 빌딩

“117~123층 전망대 이용객들에 ‘화재대피방법’ 안 알려”

‘초고층빌딩’ 롯데월드타워의 무신경?

  • 조응형|고려대 철학과 4학년 bobocho@naver.com

“117~123층 전망대 이용객들에 ‘화재대피방법’ 안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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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나면 옥상으로?…혼란 우려”
  • ● “‘63분내 전원 대피’ 믿기 어려워”
초고층빌딩은 보통 한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다. 사람들이 초고층빌딩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울 송파구 잠실에도 마침내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세워졌다.

초고층빌딩을 언급할 땐 항상 ‘건물이 너무 높아 화재 시 인명구조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초고층빌딩 ‘토치 타워’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초고층빌딩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토치 타워는 682가구가 거주하는 84층 아파트로, 8월 건물 외장재에서 발생한 화재로 빌딩 절반이 불에 탔지만 사상자가 한 명도 없어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롯데월드타워는 화재에 어느 정도 안전할까?



“15~21개 층 내려와야”

롯데월드타워 측은 미국의 IBC(In-ternational Building Code) 및 국제소방협회의 인명 안전 요구 조건을 반영해 롯데월드타워의 재난 안전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롯데월드타워는 화재 시 60대 승강기 중 19대를 피난용 승강기로 사용한다. 피난용 승강기는 20개 층마다 1곳씩 있는 피난안전구역(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설치돼 있다. 피난안전구역(피난안전층)은 화재 발생 시 바깥과 완전히 차단돼 2시간 이상 화재로부터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는 “어느 층에서든 최장 15분이면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17~123층에 위치한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재난 대피 요령을 안내받지 못하고 있었다. 롯데월드타워 측의 설명대로라면, ‘서울스카이’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화재 시 15~21개 층을 걸어서 내려와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인 102층으로 대피해야 한다. 필자가 접한 다수의 서울스카이 이용객 모두는 “피난안전구역이나 피난안전층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불이 나면 102층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나서 대부분의 이용객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7세아들을 데리고 전망대를 방문한 송모(42) 씨는 “피난용 승강기가 따로 있는 줄도 몰랐다. 안내 책자에도 없고 사전 안내도 못 받았다. 영화관에서도 간단한 대피 요령을 알려주는데, 이 빌딩에선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7세 아들과 함께 120층 전망대를 구경한 지모 씨는 “불이 나면 아들을 품에 안고 18층을 걸어 뛰어서 내려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두렵다”고 했다.

필자는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직접 이용하는 내내, 롯데월드타워 측으로부터 화재 시 대피 방법과 관련된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전망대 입장권을 받아 승강기에 탑승하기까지 약 40분의 대기 시간에도 화재 대피 관련 안내는 없었다.

승강기를 타고 전망대로 이동하는 1분 남짓한 시간에도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의 구조를 간략히 보여주는 영상이 재생됐을 뿐이었다. 피난안전층으로 대피하라는 말은 없었다. 

전망대에 올라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117~122층 전(全)층 전망대를 모두 이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피 요령을 설명하는 어떠한 그림이나 영상이나 음성도 접하지 못했다. 계단을 가리키는 ‘비상구’ 표지 정도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그나마도 몇몇 비상구 표지는 화재 발생 시 이용할 수 없는 일반 승강기 쪽을 가리키고 있어 실제로 불이 나면 고객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됐다.


이용객들, 잘못된 지식 가져

이용객 중 상당수는 화재 대피와 관련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기도 했다.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피하겠냐?”는 물음에 많은 이용객은 “옥상으로 올라가겠다”고 답했다. 불이 가장 늦게 번질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롯데월드타워 홈페이지에서 잘못된 대피 방법으로 안내된 내용이다. 바람의 영향에 따라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헬기로 대피할 수 있는 인원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이용객은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를 타겠다”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가겠다” 같은 잘못된 대피 지식을 갖고 있었다.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는 “화재 시 102층을 피난안전층으로 이용할 예상인원 전원이 대피하는 데 63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102층에는 피난용 승강기가 30인승 1대, 27인승 2대, 24인승 1대 설치돼 있다. 특히 27인승 승강기 2대는 분당 600m의 속도로 대피인구를 실어 나르는 초고속 승강기다. 롯데월드타워 홈페이지는 이 피난용 승강기가 ‘재난 상황에 구명보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층건물 화재 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탄 채로 정전이 되면 꼼짝없이 갇히는 데다가 엘리베이터 통로가 연통 기능을 해 유독 가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월드타워 피난안전층에 설치된 피난용 승강기는 비상전력을 이용하기에 정전돼도 갇힐 염려가 없고 폐쇄된 구조여서 유독 가스를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자가 접한 전망대 이용객들은 “63분 안에 전원 대피가 가능하다는 롯데월드타워 측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 황모(39) 씨는 “오늘 12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일반 승강기를 타는 데도 4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전망대 이용객이 너무 많아 63분 만에 모두 대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측이 밝힌 화재 시 102층 피난안전구역 예상 이용인원은 1945명이다. 두바이 토치 타워 화재 때의 대피 인원인 475명의 4배가 넘는 숫자다. 토치 타워 화재 때 대피한 주민 대부분은 계단을 이용했다. 반면, 롯데월드타워의 경우는 1945명이 피난용 승강기를 통해 대피해야 할 것으로 비친다. 승강기 4대(30인승 1대, 27인승 2대, 24인승 1대)가 한 번에 100명 안팎을 대피시킨다고 가정할 때, 스무 번 왕복해야 한다. 승강기 왕복 시간을 3분으로 잡으면 60분 정도가 걸린다. 



“전망대에 사람이 너무 많아…”

여기에다 전망대에서 피난안전층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롯데월드타워 측은 이 시간을 15분으로 산정하고 있다. 필자가 122층에서 117층까지 걸어본 결과, 보통 걸음으로 2분 30초가 걸렸다. (전망대가 끝나는 117층 이하는 일반 업무 공간으로, 전망대 이용객은 내려가볼 수 없었다.) 대략 성인 남성 보폭으로 122층에서 102층까지 20층을 이동하는 데 10분 정도 걸리는 셈이다. 화재 시 대피 인원 1945명이 일시에 몰리고 이들 중에 어린이와 노약자가 포함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전원이 15분 안에 102층까지 대피할 수 있다는 설명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방문한 구모(50) 씨는 “혼잡한 화재 상황에서 한 시간 안에 이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안 그래도 방문하기 전 안전 문제 때문에 걱정이 됐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생각보다 더 허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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