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심층기획 | 文과 李의 적폐전쟁 |

“노무현 정부 적폐 증거 있지만 ‘진흙탕 개싸움’ 될까 조심스러워”

‘MB 대변인 격’ 김두우 전 靑 홍보수석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10-29 12: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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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들도 있고”
    • “우리가 盧 관련 내용 발표할 순 없어”
    • “MB 수사는 ‘盧 죽음 한풀이’와 ‘보수궤멸’ 목적”
    정부여당이 적폐청산 정국을 이끌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퇴행적 시도는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반발한 뒤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이 전부는 아니다. ‘文과 李의 적폐 전쟁’ 최전선에 서 있는 양 진영 ‘대표선수’ 4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한다. 이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 창구 역할을 한다. 여권의 적폐청산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것과 관련해 김두우 전 수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여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건 짐작대로 생각하시면 되는 거고요. 무슨 취지로 이렇게 물고 들어오는지, 무엇을 목표로 세우고 있는지…. 목표를 세워놓고 시작하는 거니 그 부분에 대해 우리도 대응해야겠죠.”

    목표를 세워둔다는 말은, 여권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보는 건가요?
    “그 두 가지 목적이죠.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어 그런 것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원한이라고 하면 원한이라 할 수도 있죠. 또 하나는 ‘보수궤멸’ 이건 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야기했잖아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으로 대충 짐작이 가잖아요.”

    김 전 수석께서 곁에서 지켜보기에, 이 전 대통령은 과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조작하고  공작하는 것을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하는 분입니까? 어떻습니까?
    “어떤 대통령도 그런 짓 안 합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여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앙금으로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앙금이 생길만한 일을 했을까? 물론 여권은 앙금이나 원한 같은 것을 부인한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으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김 전 수석에게 물어봤다.



    “턱도 없는 이야기”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해라’라는 식으로 수사에 관여했다고 보나요?
    “턱도 없는 이야기로 알고 있어요. 당시 제가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검찰 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건의한 적도 있어요.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을 그렇게 조사하면 안 된다’고 한 부분도 있고요. 그러나 그런 부분이 잘못 전해지면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점을 굉장히 유의했어요. 기본 취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는 것에 어느 정도 제재했죠.”    

    어떤 제재를 했나요?
    “우선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노대통령을 소환조사하는 데 대해서 ‘예의를 안 지킨다’고 뭐라 그러시고. 사실 이인규 씨(당시 대검 중수부장)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좀 언짢아하는 거죠. 본인이 수사한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되고 난 다음에 결국은 자기도 물러나야 했고.  우병우 씨(당시 대검 중수1과장)도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에 검찰에서 옷을 벗었단 말이죠. 그러니까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서로 옥신각신할까봐 말을 다 못 하는 것이죠. 실제로는 어느 정도 (이 전 대통령의 뜻이 검찰에) 전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야권 일각에선 ‘이렇게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도 노무현 정부 시절 적폐에 준하는 잘못을 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에 대해 누가 반대하겠어요? 그러나 적폐를 없앤다고 하면서 어떤 특정 세력에 대한 보복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선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정치적 목적을 숨기고 하는 건 국가에도 결코 이롭지 않죠. 정부 수립 후 각 정권마다 적폐가 있었죠.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해온 데다 빠른 민주화를 경험했어요. 어떤 점에선 모범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왜 적폐가 없겠어요. 그러나 그 적폐를 다 들춰내고 응징하다 보면 새로운 적폐가 생긴다 이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부분은 과거의 적폐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게 진정한 적폐청산이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개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의 심중은 우리가 가능한 한 외부에 전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통령이 따로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했으니, 따로 할 기회가 있겠죠.”


    “잘못하면 우리가 칼에 베여”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여권의 적폐청산 불화살 공세를 가만히 앉아서 맞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권에 역공을 취할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적폐 증거를 쥐고 있을까? 김 전 수석에 따르면, 이런 것을 쥐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적폐로 볼만한 여러 의구심이 있다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나요?
    “그런 이야기는 우리가 하는 게 적절치 않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도 있고 한데…. 하여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뭐 증거도 증언도 있고 있긴 하지만은 자칫하다가는 국민에게 진흙탕 개싸움으로 보일 것 같아서 참 조심스럽죠. 그리고 이쪽은 죽은 권력이고 그쪽은 살아있는 권력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조심스럽죠. 잘 대응하지 않으면, 잘못하면, 우리가 칼에 베인다고.”

    신중하게 대응한다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그럴 순 없죠. 그러니까 우리도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좀 두고 보시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선, 여권의 적폐청산 공세를 막아낼 방어 전략을 짜기가 힘들 것 같아요. 화끈하게 맞대응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완전히 침묵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고 전직 대통령 측인 우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발표할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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