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사진)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4층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다.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민주 사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범법행위. 검찰은 이인규 당시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7명을 기소했다.
당시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도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소위 영포(영일·포항)라인 직원들이 같은 고향 출신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최측근인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사찰정보를 보고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비서관 윗선으로 ‘왕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목되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 통해 포문
공직윤리지원관실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사찰증거를 인멸했다. 장진수 씨(당시 주무관)는 사무실 내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은폐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독자적 행위며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장진수 씨는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을 통해 이를 뒤엎는 내용을 폭로했다. 민주당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장 씨는 “최종석 당시 행정관으로부터 모든 컴퓨터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됐다” “검찰이 오히려 (증거인멸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장 씨는 최종석 당시 행정관과의 대화 녹취록도 민주당을 통해 공개했다. 최 씨는 대화록에서 장 씨에게 “내가 상관인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을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내가 평생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먹여 살려줄게. 캐시로 달라고 그러면 내가 그것부터 처리해줄게”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최 씨는 녹취록에서 심지어 “검찰에서 절절매면서 나에 대해 조심했던 게, 내가 죽으면 당장 이 사건이 특검에 가고 재수사 갈 수밖에 없는 걸 검찰도 안단 말야”라고 했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은폐에 개입했고 검찰이 여기에 공조해 축소 수사했다는 게 이번 폭로의 핵심일 것이다.
김황식 총리는 2010년 11월 23일 국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판단하고 평가했던 자료 이상의 더 확실한 자료나 증거가 있으면 얼마든지 또 필요에 따라서는 수사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장 씨의 주장이 이러한 재수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일각에선 재수사가 안 되거나 미진할 경우 특검 등으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