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지속가능성 관련 단체인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는 이런 평가의 범람 속에 평가과정의 투명성 부족, 중요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혼란, 다른 산업에 속한 회사 간 비교의 어려움, 중립적이어야 할 평가와 컨설팅 등 다른 유료 서비스 간 이해상충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 단체는 2010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주요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을 평가(Rate the Raters)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0년에 전경련이 ‘CSR 평가제도, 제 역할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것도 비슷한 의도였다.
서스테이너빌리티는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평가기관들이 평가 거버넌스(지배구조)와 투명성, 평가 투입 정보의 품질, 평가 과정, 평가 결과의 네 측면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련 정보를 평가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평가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은 가능한 한 공개하고 대화하라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의 중요 원칙이다.
서스테이너빌리티 제안의 핵심은 다른 조직의 지속가능경영을 평가하는 기관도 자신의 평가활동에 이런 지속가능경영의 원칙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남에게 요구하는 만큼 스스로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라는 요구다.
미래가치평가(TVR)를 시작하면서 평가원칙을 밝히고, 평가 안내문을 참여 편지(engagement letter)라고 부른 것도 이런 요구의 한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의 이런 노력들이 점차 확산된다면 분명 지속가능경영 평가 범람시대에 평가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평가 기관을 평가하다
주요 지속가능경영평가 지표들.
첫째, 지속가능성 평가들이 과연 평가 대상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촉진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앞서 서스테이너빌리티의 제안이 주로 평가과정의 수용성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 과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타당성도 고려돼야 한다.
둘째, 외부 평가에 의존하는 현실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개별 지속가능경영 보고가 믿기 어려워 평가기관이 존재하며 평가 자체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평가기관이 난립해 신뢰를 잃어 오히려 평가기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성 달성에 한계가 있다.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끝이 없는 감시의 고리를 만들어갈 뿐 문제의 근본적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가 만연의 문제는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려는 조직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 제3의 시각이 분명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대체물은 되지 못한다. 조직이 자신 없어 하는 점은 어느 평가기관의 평가도 풀어주지 못한다. 기업의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나은 미래, 지속가능성의 달성은 다양한 의견의 제시와 대화를 통한 합의와 공동 노력의 산물이지 어느 한쪽이 대안을 내고 다른 한쪽이 이 대안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평가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