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명문골프장 탐방

  • 글|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donga.com

    입력2012-03-21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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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드를 내디디는 발걸음이 바닷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만 같다. 물결은 어찌나 잔잔하고 바람은 어찌나 고요한지. 발아래 철석거리는 파도 소리가 꿈결 같다. 침묵의 섬들 사이로 그리움을 실은 여객선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삶의 궤적은 저렇듯 시나브로 지워진다. 일체의 욕망을 삼키는 바다 앞에서 꾸역꾸역 번뇌를 게워낸다. 비워서 넓어진 가슴속에 바닷물이 차오른다. 더는 아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그저 무심할 뿐. 바다를 가로질러 묵묵히 날아가는 저 백구(白球)처럼.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 자리 잡은 파인비치골프장은 한국의 대표적 링크스(links) 코스로 해양종합리조트인 오시아노관광단지 내에 있다. 모두 27홀로 회원제인 파인(Pine), 비치(Beach) 코스와 대중제인 오시아노(Osiano)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개장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지만 KPGA(한양수자인파인비치오픈)과 KLPGA(왕중왕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바다를 낀 홀이 많아 경치가 좋고 기온이 따뜻해 겨울에도 많이들 찾는다. 서울 손님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하루 한 차례 왕복 운행한다. 운동이 끝난 후 히노키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피로를 푸는 맛이 일품이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 전반적으로 코스가 길어 90타 이상의 골퍼에게는 투 온이 가능한 홀이 별로 없다. 깊고 넓은 항아리형 벙커도 투 온을 어렵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바다가 그린을 에워싼 비치 6번홀(파3, 182m). 기암절벽과 바다를 뛰어넘어 티샷을 한다는 짜릿함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그린 정면을 공략하다가 우측 바다로 공을 날리다. 핸디캡 1번인 7번홀(파4, 369m). 오른쪽으로 해안 절벽이 늘어선 풍광에 숨이 턱 막힌다. 티샷 볼이 역시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안전을 생각하면 왼쪽으로 날리는 게 좋다. 정면이나 우측 지름길에 안착하려면 200m 이상을 보내야 한다. 2010년 KPGA대회에서 김대현 선수가 두 번이나 공을 바다에 빠뜨린 이후 ‘김대현의 눈물’로 불리는 홀이다. 역시 우측에 바다를 낀 8번홀(445m)은 짧은 파5홀이라 벙커만 잘 피하면 버디까지 노릴 만하다. 그린 뒤편 절벽 아래에서 올라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파를 잡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 파인 코스에서는 7번홀(파4, 338m)부터 본격적으로 바다를 만난다. 홀 왼쪽 아래에 개펄이 있다. 가파른 내리막 경사인 8번홀(파3, 149m). 전방에 한가득 펼쳐진 바다에 넋을 잃다가 그린을 놓치다. 9번홀(파4, 306m)은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왼쪽 바다 한가운데 큰 섬이 보이는데 할머니 한 분이 산다고 한다. 서울 출신이라는 도우미는 “바다골프장에 있다가 산악골프장에 가면 답답해 견디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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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 “고객에게 대한민국 대표 골프장을 방문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겠다. 외국인들한테 ‘한국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최상진 파인비치 사장의 당당한 포부다. 보성그룹 레저 부문 총괄사장이기도 한 그는 삼성 출신이다. 1997년부터 에버랜드에서 골프장 관리를 맡아 귀족 골프장으로 통하는 안양베네스트CC 문화사업부장 겸 지배인을 지냈다. 삼성물산에 있을 때 1984년부터 7년간 해외근무를 하면서 골프에 대한 견문을 넓힌 게 도움이 됐다. 그가 꼽는 파인비치의 최대 매력은 “바다를 느끼면서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벙커가 많은 데다 그린이 빠르고 섬세해 집중하지 않으면 점수가 안 나온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골프철학은 재미있게 즐기고 예절을 지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골프 대중화도 강조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그린피를 낮춰야 한다. 40%가 세금이다. 대중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에서 특별소비세와 재산세, 취득세에 대한 중과세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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