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한국 기업 기후변화 인권 이슈에 소홀

③ 해외전문가 분석

  • 토드 코트│투투모로우 미국지사장

    입력2012-03-19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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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 요주의
    •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핵심
    • 공공 리더십으로 신뢰 얻어야
    한국 기업 기후변화 인권 이슈에 소홀

    멕시코 만 기름오염 사고 현장(왼쪽)과 풍력단지.

    기업 비즈니스가 유례없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진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해관계자와 기업을 나누는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망 관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든, 사업 시행을 위해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이든 기업이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회와의 실질적 상호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호관계에 의해 기업 책임 분야에서도 다음의 세 가지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첫째, 오늘날 기업과 사회가 직면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결책이 도출되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전 과제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상호 연결돼간다는 점이다. 셋째,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기업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포스코, S-Oil, KOGAS 그리고 LG화학과 같은 중공업과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 특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들여다보면 다른 산업 부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 협력사의 인권 침해

    애플의 협력회사인 중국 폭스콘은 최근 직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 문제가 알려지자 후폭풍이 즉시 휘몰아쳤고,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애플-협력회사-시민단체 연합그룹이 구성되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와 해결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공급망은 축소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확산됨에 따라 이 문제는 향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한 사안들로 확대되어간다.



    그래서 단순히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협력회사에 요구하는 인권 기준을 만들고 보완하는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협력회사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수행할 수 있는 참여 채널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해당 협력회사들이 위치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루어내야만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오늘날 기업에 대해“미래에 지속가능한 리더 기업이 되기 위해 지금 어떤 특성을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할 화두라 하겠다. 투투모로우(Two Tomorrows)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문제 해결 리더십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그 측정의 툴을 제시하기 위해 ‘미래가치평가 (Tomorrow′s Value Rating, 이하 TVR)’ 체계를 개발했다.

    투투모로우는 지난 7년간 주요 산업 부문을 망라하는 600개 이상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TVR 평가를 수행해 진화하는 기업들의 우수한 사례들을 추적했다. TVR 평가는 ‘우수한 시스템이 우수한 실행의 성과를 낳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기업을 보여주는 투명한 창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근간으로 수행된다. 이에 따라 TVR 평가는 보고서라는 ‘창을 통해’ 기업의 시스템, 정책, 수단과 실행 성과에 대해 평가했다.

    투투모로우는 TVR 평가를 한국의 대기업에도 적용했고, 글로벌 TVR평가에서 파악된 리더 기업들과의 비교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진화 양상을 확인했다. 한국과 글로벌 TVR 평균이 각각 Caa와 Ba로 파악된 것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부터 배울 교훈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평균보다 낮게 평가된 기업들은 그보다 배울 점이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참여 부족

    우선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한국에는 스스로를 다른 그룹과 차별화하는 명확한 리더 기업 그룹이 있다. 이러한 차별성의 핵심 포인트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고 경영진이 수렴하고, 혁신의 체계에도 반영하는 신중한 이해관계자 참여 메커니즘이 있는지 여부다. 리더 기업들은 더 개선된 포괄적 거버넌스(지배구조) 모델로 더 빨리 발전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 리스크 관리와 혁신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 기후변화 인권 이슈에 소홀
    또한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인식 수준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의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환경 이슈에만 매달리거나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한 이슈로 보고서의 논의를 제한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대상 기업 모두가 중요 이슈를 결정하는 절차를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으로 보고서는 핵심이 되는 이슈 대부분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 평가에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 나타난 영역과 글로벌 TVR 평가에서 파악된 가장 약한 영역이 동일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영역이 바로 장기적인 사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한국 기업들의 평가를 통해 확인한 주요 사실들이다.

    ● 균형 있고, 투명하며, 철저히 검증된 보고서의 결핍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그리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고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 지속가능성 측면을 다루는 기업의 의사결정체계 부재

    기후변화, 인권, 생물다양성과 사회경제적 발전과 같은 지속가능성 측면이 기업의 성공에 핵심 사안임에도 이런 이슈들이 이들 기업의 리스크 관리체계 또는 운영관리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 사업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 혁신체계에 이해관계자 피드백을 반영하지 못함

    통합적인 해결책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시장은 더 급속히 옮겨가는 시대에 이해관계자 피드백을 경영 혁신의 절차에서 수렴하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의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업하는 이니셔티브에 참여자가 부족함

    이는 기업들이 현재 진행되는 모든 논의 그룹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핵심 이슈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동참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이다. 리더 기업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디로 갈지 손짓하고 가르쳐줄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늦다.

    TVR 평가의 가장 큰 가치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본다는 데 있다. 이에 투투모로우는 향후 5년간 한국 기업이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세 가지 추세에 대응하며 진화해갈 방향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범세계적 해결책

    기후변화에서부터 생물다양성 문제, 인권, 고용 창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외부 문제와 얽혀 있을 때는 아무리 큰 기업도 자사의 운명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도전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오늘날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인 이해관계자와 함께 경영 혁신을 이룰 필요가 있다.

    GE의 에코메지네이션(생태를 뜻하는 ecology와 상상력을 뜻하는 imagination의 합성어)이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다. 에코메지네이션은 점점 더 고갈되는 자원과 상승하는 에너지 비용에 적응할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하기 위한 혁신 활동이다. 이 적응의 과정은 수백, 수천 명의 회사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폭넓은 혁신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부 마케팅에 적용된 사례를 넘어서는 에코메지네이션의 진정한 면모는 아이디어를 강화해 제품 솔루션에 이를 통합한다는 데 있다. GE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출된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자사의 제품 생산 라인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한국 TVR 평가 대상이 된 기업들을 포함해 여러 회사가 고객 관계 관리와 제품 개발 부문에서 이러한 활동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 피드백이 충분해 변화를 이루어낸다면 모든 기업은 이미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이해관계자에 의해 주도되는 혁신의 진정한 가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단지 임직원과 고객이 아닌, 더 폭넓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 단 한 사람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 할지라도 ‘우수한 아이디어’로 파악해낼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이다.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충분한 소음’이 일어난 후에 대응하자며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앞으로의 행보에 필요한 역량을 이미 갖추어놓고 있다. 이번에 평가된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합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있다. 환경친화적 설계(Design for Environment), 전 과정 평가체계, 제품안전 점검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 다음 단계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이들 시스템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각각의 체계들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기존 경영시스템에서도 이해관계자 참여 메커니즘을 업데이트하고, 데이터를 점검하며 기업 내부 부서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개선하면 기업 내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우선순위가 부여되어 더 적극적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해지는 도전 과제

    한국 기업 기후변화 인권 이슈에 소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 ‘다양성을 위해 잡은 어린 손’

    사안의 복잡성과 상호 연계성에 대해 설명할 가장 좋은 사례가 천연가스와 관련된 환경적·사회적 이슈들이다. 석유를 추출하는 과정의 부산물인 천연가스는 유전 안에서 압력을 증가시킨다. BP의 멕시코 만 만콘도 유전 사고가 그 비극적인 예다.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를 방출(vent), 연소(flare), 회수(capture)하는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스를 연소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이 된다. 가스를 단순히 방출하는 것도 대기 오염 물질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금지되거나 제한이 가해진다. 게다가 가스 속 메탄은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초래한다.

    회수가 가장 선호되는 선택이란 것은 명확하지만 여기에도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유전에서 회수된 가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배관 등 기반시설 설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가스에 대한 수요의 문제다.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허가, 자본 투자와 정치적 의지가 따라야 한다. 수요의 문제도 국가의 에너지 정책, 시장가격 변동과 대체 에너지의 가용성이라는 복잡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천연가스의 사례처럼 상호 연관된 지속가능성의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3단계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이 이러한 문제를 중요한 도전 과제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조직의 자원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내부적으로 관련 이슈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 부서를 아우르는 통합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적으로는 폭넓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역량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제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연소의 문제는 글로벌 이슈이나 그 해결책은 생산시설별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이 문제를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그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연소의 문제를 중대한 이슈로 판단했다면 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 혁신의 평가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회사의 리스크 관리체계에서 관련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브랜드의 공공 리더십

    신뢰는 어렵게 얻어지나 쉽게 잃을 수 있다. TVR 평가에서는 글로벌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자사가 추구하는 핵심 주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몇몇 이슈와 관련해 집중과 강한 의지를 통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한 생활’이라는 시스템을 수립하고 있고, 나이키는 원자재 영역에서 혁신을 위해 파격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IBM은 자사 브랜드를 스마트시티(Smart Cities)와 연계하고 있으며, GE는 에코매지네이션과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건강과 상상력을 결합한 용어로 의료기기 개발 등에 활용한 경영전략)에 역점을 둔다. 다우케미칼은 안전 부문의 리더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 사례가 아니다.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아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의 접근방법들이다. 기업과 사회의 필요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선택한 프로그램들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이러한 노력들이 부수적인 활동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각각의 사례를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 또는 생산라인과 통합한 곳도 있다.

    만약 이러한 활동이 쉬운 과정이었다면 이미 모든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리더 기업들은 우리에게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힌트를 제공한다. 그 첫째는 이슈를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업은 물론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여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영향의 정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마케팅에 이용하기 전에 이슈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핵심 비즈니스 정책, 프로세스, 직무 기술과 표준 등에 이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요소는 신뢰성이다.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선 균형 있는 지속가능경영 보고가 필요하다.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는 그것을 우선 인정하고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점을 명시해야 한다. 실수와 달성하지 못한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라. 가장 쉬운 방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신뢰 있는 기관의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의 문제는 앞으로 5년에서 15년 사이에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석유 자원의 고갈이나 기후변화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 위해 준비해가고 있지만 그 리더십을 성취하려면 명확하고 전략적인 지속가능성의 길로 가야 하고, 그 길에 머물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 기후변화 인권 이슈에 소홀

    한국가스공사 인천 생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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