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 자동차 열쇠 등으로 위장한 특수카메라. 파파라치는 이런 장비를 사용해 적발 현장의 동영상과 스틸 사진을 촬영한다.
전국적으로 한 해 수백·수천만 건의 위법·탈법 사례가 관계기관에 적발된다. 그 뒤에는 이를 몰래 지켜보고 신고하는 눈이 있다. ‘사회의 파수꾼’ 혹은 ‘포상금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파파라치’다. 첫 사례의 경우 수사기관 조사결과 치과가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이를 신고한 사람은 벌금의 20%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두 번째 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400여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사람이 늘면서 각종 포상금을 겨냥한 ‘파파라치’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오후 5시경, 원산지표시위반 식당을 표적 삼아 불법행위 수집에 나선 경력 2년차 파파라치 박모(36) 씨를 따라나섰다. 서울 서초중앙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잠깐 동안 박 씨가 손짓을 해가며 말했다.
“저기 생활용품점에서 물건을 사고 봉투 하나 달라고 하면 별생각 없이 줄 거다. 그걸 신고하면 1회용 봉투사용 금지 위반으로 포상금 10만 원, 변호사사무실의 영수증 미발급을 신고하면 최소 5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저기 낡은 5층 건물 비상구는 틀림없이 막혀 있거나 잠겨 있을 거다. 저것도 신고하면 건당 5만 원. 저기 보이는 한의원은 내가 가본 곳인데 한의사 말고 간호사가 부항 시술을 한다. 무면허 의료시술로 신고하면 포상금이 최소 30만 원이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박 씨의 레이더에 포착된 신고포상금 액수가 가볍게 100만 원을 넘겼다. 그는 “우리 같은 파파라치 눈으로 보면 길거리에 돈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렇게 쉽게?’라는 속내를 감추고 박 씨의 뒤를 따라갔다. 대로 뒤편으로 들어가자 식당가가 펼쳐졌다.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곳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 한산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식당을 눈으로 훑으며 걷던 박씨가 걸음을 멈추고 턱짓으로 5m 앞의 한 횟집을 가리켰다.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의심되는 곳이다. 그는 “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주인의 의심을 살 수 있다. 여기서 간판이 들어간 업소 전경을 먼저 찍어두는 게 좋다. 간판에 전화번호도 크게 나와 있으니 증거는 일단 잡히는 거다. 요즘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는 가게 규모가 최소 30평이 넘어야 신고대상이 된다. 파파라치들이 규모가 작은 영세식당까지 모조리 신고하는 바람에 업주들 불만이 커서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빠졌다”고 했다.
잠시 후 횟집 안으로 들어가자 여주인이 반갑게 맞았다. 실내에는 손님이 전혀 없어 텅 비어 있었다.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는데 7시 반쯤으로 예약이 가능한가. 일행은 8명이고 방으로 예약해주면 좋겠다”고 박 씨가 말하자 주인은 “저쪽 방이면 8명이 충분히 앉고도 남는다”고 했다. 이어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한 박 씨는 눈으로 메뉴를 확인하며 “음식 종류와 가격대를 알아야 회식비 규모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여주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메뉴 결정을 끝내고 거짓 예약을 한 뒤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남짓. 그 사이 박씨는 원산지 표시가 적혀 있지 않은 메뉴판, 여주인의 얼굴과 목소리, 대화내용 등 필요한 증거자료를 모두 채집했다. 그의 손에 들린 자동차열쇠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동영상 및 스틸사진 촬영과 녹음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특수카메라로 요즘 파파라치들의 필수품이다.
교과부 포상금만 연간 37억 원

파파라치 양성 학원에서 강사가 파파라치 지망생들에게 특수 촬영 장비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흔히 다 같은 ‘파파라치’로 생각하지만 신고포상금 제도가 10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이들 사이에도 전문 종목이 생겼다. 업계에는 “능숙한 파파라치는 포상금액이 큰 두세 종목에 집중해 한 달에 4~5건만 하고도 500만 원 이상 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돈다. 이 정도 수입이 가능한 것은 파파라치 포상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규정된 공익침해 신고대상 법률이 180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신고포상금 제도가 몇 개나 되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분명한 건 각각의 법률이 최소 1개,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개의 공익침해 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포상금의 종류는 법률 수를 훨씬 상회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료법’에 따른 신고보상금(포상금)은 무자격자 의료행위, 면허사항 외 의료행위, 면허조건 불이행 행위, 의료기사 아닌 자의 의료기사 행위, 안마사 무자격자의 영리목적 안마 행위 등 다양하다. ‘식품위생법’에 의한 ‘부정·불량 식품’ 관련 신고포상금 종류는 무려 36가지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현황파악을 위해 자료를 수집 중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기업이나 각종 협회 등 민간 부문을 제외한 정부 부문의 신고포상금 종류와 금액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