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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열 명 중 세 명은 억대 연봉, 007 특수장비로 무장한 신고 전문가

포상금 사냥꾼 파파라치의 세계

  • 박은경| 객원기자siren52@hanmail.net

열 명 중 세 명은 억대 연봉, 007 특수장비로 무장한 신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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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전체 신고포상금의 종류와 포상금 지급규모 등을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는 있다. 지난해 법 시행에 맞춰 권익위가 개설한 ‘공익침해신고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2011년 12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접수된 공익침해 행위 신고 건수는 292건이었다. 신고내용은 화장품 허위광고, 무면허 약사 행위,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무면허 의약품 조제 등 다양하다. 신고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사례가 없어 아직 포상금이 지급되지는 않았다. 권익위가 공익침해 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으로 올해 책정한 예산은 3억 원이다.

이미 지급된 사례도 있다. 정부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접수한 학원법 관련 신고 건수는 5만5335건이며 이 가운데 9662건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했다. 액수는 37억3200만 원이었다. 교과부 산하 16개 시·도교육청이 학원법과 관련해 올해 책정한 신고포상금 예산은 총 10억7000만 원이다. 지난해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청구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접수한 신고 건수는 181건이며 이 가운데 81건에 대해 지급한 포상금 금액은 7억5988만 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부정·불량식품 등 식품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2010년 접수한 신고는 총 8050건이며 이 가운데 2004건을 대상으로 지급한 포상금액은 1억9127만 원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비상구 신고포상금제’를 처음 도입한 2010년 7월 15일부터 4개월간 접수한 비상구 폐쇄 등과 관련한 불법행위 신고 건수는 총 2402건이었다. 이 가운데 850건에 대해 포상금이 지급됐고 액수는 4250만 원이다. 그 외에 개인택시 불법대리운전과 무면허 개인택시 등 택시 관련 위반행위에 대해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신고는 26건이며 6480만 원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올해 책정한 포상금 예산은 1억 원이다.

78세 백발 파파라치

파파라치 업계에서 추정하는 포상금 종류는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을 합쳐 300여 가지에 달한다. 이를 좇는 전국의 파파라치 수는 1만2000~1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파파라치를 직업으로 삼은 전업 파파라치는 약 60%로 집계된다. 나머지는 투잡족이거나 주부, 대학생이다. 전국을 무대로 뛰는 파파라치 중에는 화물차 운송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전직 경찰관과 현직 공무원도 있다.

요즘 파파라치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신고 분야는 고액과외 등 학원 불법 영업 신고. 특히 자녀를 둔 40~50대 주부들이 ‘학파라치’를 많이 한다. 허위 구인 광고 신고는 20~30대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이다. ‘카페 서빙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낸 뒤 막상 면접에서 술 접대를 요구하는 식의 허위 구인 광고를 신고하면 건당 5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남자들은 불법 도우미 고용과 술 반입 등 노래방의 위법행위, 짝퉁 판매와 제조, 유사휘발유 불법판매, 사행성 게임업체의 불법영업, 보험금을 노린 일명 ‘나이롱 환자’ 등의 신고 분야에서 많이 활동한다. 이 분야의 포상금은 건당 1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달한다. 최근 수가 늘어난 대학생 파파라치는 건물 비상구를 폐쇄해놓은 것 등의 소방법 위반이나 택시 승차거부,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등 자신들의 생활 반경에서 쉽고 간단하게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주로 신고한다. 문신과 피어싱 시술 업소의 불법 의료시술 행위를 적발·신고하는 파파라치 중에도 대학생이 많다.



경력 6년차 파파라치이면서 서울 서초동에서 파파라치 전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현(38) 대표는 “과거에는 돈벌이가 시원찮고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사업실패자, 기초생활수급자, 지체장애인 등이 주로 파파라치 활동을 했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40~50대 주부와 자영업자들도 부업으로 이 일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도 사업 실패 후 “지푸라기를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파파라치 활동을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하다 2억 원의 빚을 진 채 망한 그는 지인으로부터 어렵게 200만 원을 빌려 줌렌즈 등 카메라 장비를 구입한 뒤 ‘카파라치’를 시작했다. 독학으로 요령을 터득한 그는 이 생활 1년6개월 만에 빚을 모두 청산했다고 한다. 이처럼 돈이 되니 파파라치 수가 늘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비상구 신고포상금제’를 주종목으로 삼는 78세의 백발 할아버지,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 2인1조로 움직이는 부부, SUV 차량에 장비를 싣고 전국을 누비는 가족 등 다양한 유형의 ‘이색’ 파파라치가 업계에서 화제를 모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초보자에게 파파라치 노하우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성업 중이다. 현재 알려진 파파라치 학원은 서울에 6개가 있다. ‘1대 1 맞춤 교육’을 내세우는 파파라치 개인교습 강사는 전국적으로 활동 중이다. 파파라치 학원에서는 300여 가지 신고포상금 종류 중 30~40가지만 가르친다. 국세청 탈세제보, 공직자 부패 신고, 선거사범 신고처럼 내부자가 아니면 잘 알기 어려운 종류는 피하고 누구나 쉽게 위법행위를 잡을 수 있고 현장 접근이 쉬운 것들을 뽑아 단시간에 집중교육하는 방식이다. 이후 장비 사용법을 지도한다. 요즘 파파라치들은 007영화의 비밀특수요원이 쓸 법한 특수카메라를 사용한다. 안경·시계·볼펜·자동차열쇠·단추·반지·USB 등 다양한 형태의 카메라는 타인의 시선을 끌지 않고 증거 장면을 포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조작이 어렵다. 초보 파파라치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카메라 사용 미숙으로 증거 영상을 아예 녹화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증거 장면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 교통신호 위반 차량을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번호판이 찍히지 않거나 1회용 봉투를 건네는 장면과 함께 업소 주인의 얼굴을 찍어야 하는데 이를 놓쳤거나 하는 것들이다.

열 명 중 세 명은 억대 연봉, 007 특수장비로 무장한 신고 전문가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차량을 촬영하고 있는 파파라치(왼쪽)와 학원법 위반 신고 포상금 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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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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