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은퇴가 두려운 ‘리타이어드 푸어’에게 전하는 다섯 가지 비책!

노후대비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입력2012-03-20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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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가 두려운 ‘리타이어드 푸어’에게 전하는 다섯 가지 비책!

    50대 부부가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은퇴 이후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50대. 대다수 직장인이 이맘때 정년을 맞는다. 그래서일까? 5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노후문제다. 노후문제를 먼 미래 일로만 여기고 차일피일 준비를 미루던 사람도, 5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초조함을 느낀다. 50대에게 노후준비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제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자녀교육과 부모봉양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어 노후준비에는 전력을 쏟기 어렵다. 굳이 맹모삼천지교를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자녀교육열은 유별나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 한계에 대해 조사했는데, 부모 열 명 중 아홉 명(89.9%)이 “자녀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 대학생 열 명 중 일곱 명(70.5%)은 부모와 가족의 돈으로 등록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업화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져 자녀 대학 졸업 전에 정년을 맞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다.

    ‘은퇴, 자녀, 부모부양’ 50대 3중고

    부모봉양도 문제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50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부모부양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는 사람이 많다. 자신도 늙는데 늙은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노로부양(老老扶養)’시대가 온 것이다.

    은퇴 후 연금 맞벌이 준비



    별다른 준비 없이 정년을 맞은 50대 다수가 다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현금 흐름을 창출해보려고 퇴직금 등 목돈을 투자해 창업에 나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17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30~40대 자영업자가 5만9000명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시니어 창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생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퇴직 후 자영업자로 전향한 사람 넷 중 한 명이 음식점과 호프집 같은 생활 밀접형 업종을 창업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음식점 개수는 12.2개로 미국(1.8개)과 일본(5.7개) 대비 최대 10배나 된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성공 또한 쉽지 않다. 음식점 창업자 중 60%가 1년 내 폐업하고, 나머지 20%도 겨우 현상유지만 한다. 성공 확률이 20%밖에 안 되는 셈.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전부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현역 시절 중산층이 은퇴 후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요즘은 이런 은퇴자들을 두고 ‘리타이어드 푸어(Retired Poor)’라고 한다. ‘인생의 분수령’ 50대를 잘 준비하면 활기찬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겠지만, 준비 없이 서두르면 은퇴생활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준비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비용은 가장 적게 들고 효과는 큰 노후준비 방법은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을 수령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완전노령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연금은 79만 원 정도다. 부부가 동시에 연금수령자격을 갖출 경우 매달 150만~160만 원 정도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 이 정도면 풍족하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노후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부가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우선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완전노령연금을 수령하려면 20년간 납부해야 한다. 맞벌이부부라 하더라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이 기간을 못 채우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국민연금 추후납부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추후납부제도란 국민연금을 납부하던 중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그간의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는 제도다.

    이전에 국민연금을 가입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임의가입할 때 최소 가입금액은 8만9100원이고, 최대는 33만7500원이다. 만약 매달 8만9100원을 10년간 납입하면 연금으로 매달 16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만약 지금 납입하는 보험료만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중도에 보험료를 인상할 수도 있다.

    막내가 결혼하면 주택부터 줄여라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종신토록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다른 연금과 달리 물가가 오르면 연금도 따라 오른다. 최근 40, 50대 주부들 사이에 “국민연금을 안 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임의로 가입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677명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퇴직금 등 목돈을 활용해 최대 5년치 보험료를 미리 납부할 수 있게 하는 ‘국민연금보험료 5년 선납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직장 경력이 5년 이상만 되면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갖출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노후준비의 시작이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고, 이 중 상당부분을 주택이 차지한다.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는데 인구성장속도는 둔화되고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은 결혼해 자녀를 낳고 이들이 성장하면 주택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성년이 돼 부모 곁을 떠나면 주택 규모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파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단순한 주거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부와 신분을 상징하는 ‘지위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집을 줄이는 것은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고, 집을 처분하는 것은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다. 결국 자녀들이 떠난 큰집에 앉아 “가끔 자식이나 손자들 오면 저 방에서 재워야 하니까”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게 전부다.

    좋은 부모 콤플렉스 버려라

    하지만 내 집을 사용하는 데 주거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면 주택 규모를 줄이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보통 막내가 결혼해 독립할 때가 주택을 줄이는 적기다. 지난해 40평 아파트를 팔고 20평 아파트로 이사한 김철영(65) 씨는 “이사를 하면서 자녀 중심으로 돼 있던 집안 인테리어를 부부에 맞게 바꿨더니 부부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은퇴가 두려운 ‘리타이어드 푸어’에게 전하는 다섯 가지 비책!
    이 밖에도 주택 규모를 줄이면 크게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당장 목돈이 들어온다. 이 돈은 노후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집 크기를 줄인 만큼 매달 생활비도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가사 노동이 줄어들어 여가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제도도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이란 살고 있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죽을 때까지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로, 부부 두 사람이 모두 60세 이상이고 9억 원 이하의 1주택 보유자면 가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연금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07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큰 장애는 ‘자식들에게 집 한 채는 물려주어야지’하는 생각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주택연금을 신청하러 온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자식들 생각은 부모와 다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부모에게 주택을 물려받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만약 부모가 아흔까지 산다면 자녀들 나이가 대략 예순은 될 것. 부모가 죽어 살던 집을 물려준대도, 이미 환갑을 넘긴 자식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보다는 자녀교육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40~50대에 부모가 주택연금을 받아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게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1년 주택연금 체험수기 공모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기홍철(68) 씨는 자식들에게 “나는 너희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하지 않는 대신 내 재산을 나눠주지도 않겠다”고 했더니, 자식들은 “아버님 뜻을 받들겠다”며 오히려 반겼다고 전했다. 예전에 좋은 부모는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부모를 말했다. 인생 100세 시대의 좋은 부모란 스스로 노후를 책임질 줄 아는 부모다.

    건강수명을 늘려라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말처럼, 노후생활에서 무시 못할 부분이 의료비다. 사람들은 통상 은퇴를 하면 생활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노후생활 기간을 ‘활동기, 회상기, 간병기’로 구분해서 자금관리를 하라고 조언한다. 은퇴 초반 ‘활동기’에 은퇴자들은 취미나 여행 등 현역 시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느라 오히려 생활비가 더 들 수 있다. 이후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고 활동량이 줄어들면 생활비도 줄어드는데, 이때를 ‘회상기’라고 한다. 외부활동이 줄면서 남는 시간 동안 옛날 생각을 많이 하는 시기라는 것. 문제는 이후 ‘간병기’다. 이 기간에는 치매와 각종 질병 때문에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간병기에는 의료비가 곧 생활비가 된다.

    따라서 성공적 노후준비의 핵심은 간병기간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선책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만성질환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병치레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건강검진은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제도를 이용하면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역 가구주와 직장가입자 및 만 40세 이상 가구원과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2년에 1번씩 일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중 만 40세와 66세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실시하는데 일반 건강검진보다 검진항목이 많다. 만 40세 이상 남녀는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위암검진을 받을 수 있고, 50세 이상 남녀는 1년마다 대장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여자들은 30세가 되면 2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고, 40세부터는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민간 의료보험을 준비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암보험 가입은 필수다. 암은 81세까지 생존한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36.2%)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릴 정도로 발병률도 높지만, 일단 발병하면 거액의 치료비가 들어간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암 치료에 환자 1인당 드는 비용은 위암은 2685만 원, 폐암은 4657만 원, 간암은 6662만 원 등이다.

    특히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해두면 도움이 된다. 의료실비보험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의 90%를 실비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병원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암보험과 의료실비보험을 가입할 때는 반드시 보장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하면 보장기간을 길게 정해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암보험과 의료실비보험 모두 100세까지 보장해주는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내에게 투자하라

    마지막으로 노후준비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남녀간의 수명 차이다. 남자보다 여자의 수명이 7년 정도 긴데다 결혼할 때 나이 차이가 3년 정도 나기 때문에, 통상 아내가 남편보다 10년은 더 산다. 따라서 노후자금관리를 할 때 홀로 오래 살게 될 아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내 명의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면 전업주부도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일반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할 때는 피보험자 선정에 주의해야 한다. 종신형 연금보험은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연금이 지급된다. 여유가 되면 남편과 아내 명의로 연금을 하나씩 가입해 두면 좋겠지만, 만약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기왕이면 오래 살 확률이 높은 아내를 피보험자로 지정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보험의 피보험자는 가입한 다음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 가입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종신보험을 노후생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통상 종신보험은 근로기간 중 가장이 사망할 경우 유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가입한다. 따라서 가장의 근로기간이 끝나면 종신보험의 용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먼저 가장이 은퇴한 다음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해 생활비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종신보험 대부분은 연금전환 특약을 두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남편이 사망할 때 받은 종신보험금으로 남편 사후 홀로 살아야 하는 아내의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부부 생존 기간 생활비나 남편 간병자금으로 노후생활비를 전부 써버려도, 남편이 사망할 때 받은 종신보험금으로 홀로 남은 아내의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이때 종신 보험금은 남편이 아내에게 남겨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눈을 감지는 못하더라도, 살아남은 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대비 없이 먼저 세상을 뜬다면, 배우자가 당신을 그리워할 기간은 훨씬 짧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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