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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추픽추

태양의 도시, 하늘의 도시, 잃어버린 도시

  • 김홍락│한국가스공사 고문·전 주(駐)볼리비아 대사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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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하이람 빙엄

저녁 8시 30분 마침내 우리 일행을 쿠스코까지 데려다줄 야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합실의 젊은이들도 같은 버스의 뒤쪽에 앉아 계속 시끌벅적 떠들어댄다. 오늘 밤 잠을 자기는 그른 것 같다. 떠나기 전 운전수가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디오카메라로 얼굴을 하나하나 찍는다. 안전상의 이유라고 한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청해보아도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내일 방문할 마추픽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정신은 더욱 또록또록 맑아만가는 것 같다. 버스는 시골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면서 무서운 속력으로 내달리고 있다. 군데군데 조그만 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이윽고 제법 큰 신작로가 나온다. 쿠스코 시내로 진입하는 듯하다.

마침내 쿠스코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3시 15분경이었다.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것이다. 산길을 그렇게 속력을 내며 내려오더니만…. 가이드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는 한 시간가량 남아 있어 새벽의 추운 대합실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려야 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이른 새벽부터 버스를 타러 온 인디언들이 차가운 새벽공기를 막으려고 제 나름대로 몸을 감싼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멀리 타 지역에 가서 팔 물건으로 보이는 다채로운 색상의 보따리를 하나 둘씩 가지고 있다. 그들의 지친 얼굴에는 삶의 고달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어떤 인디언 처녀는 지난밤 내내 이곳에서 기다렸는지 아예 구석에 보따리를 베개 삼아 판초(중앙에 구멍을 뚫고 그곳으로 머리를 넣어 입는 덧옷)를 덮고 잠을 자고 있다. 바닥이 찰 텐데….

마침내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가 도착했다. 인디언 처녀는 어떻게 되었는지 뒤를 돌아보니 누웠던 자리가 말끔히 정리돼 있고, 그녀도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또 각자의 삶이 시작되는 것인가 보다. 일행은 쿠스코를 뒤에 남겨두고 우루밤바(Urubamba)로 향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인 모나스테리오 레콜레타(Monasterio Recoleta)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아직 체크인 할 시간이 아니었지만 호텔 측의 배려로 임시 숙소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몸을 씻으니 피로가 한결 풀리는 듯하다. 잠시 휴식 후 7시에 조찬을 들기로 했다. 이 호텔은 옛날 수도원을 개조한 것이다. 웅장한 종탑이 과거 수도원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듯 서 있다. 아침 식사는 이때까지 먹어본 어떤 호텔의 조찬보다 깔끔하고 훌륭했다. 저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자락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상쾌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전 7시, 일행은 마추픽추행 기차를 타려고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 역으로 향했다. 우루밤바 강을 따라 펼쳐진 계곡은 매우 비옥한 땅인데 사위가 평화스러웠다. 잉카시대부터 우루밤바 강은 ‘신성한 강’으로 불렸다. 1911년 미국의 고고학자 하이람 빙엄(Hiram Bingham)은 이 신성한 잉카의 강을 따라 탐험을 계속하던 중 마침내 숨은 신비의 유적 마추픽추를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오얀타이탐보는 평야가 끝나는 곳에서 가파르게 치고 올라간 언덕 위에 세워진 잉카의 성곽도시다. 탐보(tambo)는 잉카시대의 역찰을 가리키는 말인데,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와 칠레 북부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통치한 잉카는 요소요소에 역찰을 두었다. 역찰은 거울과 봉화를 이용한 통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잉카시대의 성벽 사이로 오얀타이탐보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었다. 성벽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그 흔적을 니초(nicho)라고 부른다. 스페인 정복군이 이 성벽을 허물고 그 기초 위에 중세식 건물을 지은 게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수직으로 선 험준한 산세

오얀타이탐보 기차역에 도착하니 많은 관광객이 줄을 선 채 기차 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사이로 인디언 여인들이 각종 기념품을 팔고자 관광객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9시 정각 쿠스코-마추픽추를 잇는 페루레일(Perurail) 열차를 타고 마추픽추로 향했다. 기차는 우루밤바 강을 따라 난 협궤철로 위를 기분 좋게 나아간다. 철로 반대편으로는 농지가 보이기도 하고 우거진 산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곳의 산들은 서 있는 모양이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험준하다. 어떤 산은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었는지 한쪽이 무너져내린 채 속살을 아프게 내보이고 있다. 저 아래 흐르는 우루밤바 강에는 무너진 산의 편린인 양 큰 바위들이 유유히 흐르는 물살을 가르고 가로 누워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계곡 사이를 굽이굽이 돌 때나 터널을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던 기차는 1시간 20분 만에 마추픽추 입구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기차역 앞에 ‘인류문화유산 마추픽추, 해발 2040m’라고 쓴 표지판이 서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 터 잡은 기차역 주변에는 공예품을 파는 전통 상점이 즐비하다. 마추픽추 관광사무소에 들러 입장료를 지불했다. 이곳에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간다. 버스요금은 약 7달러. 산은 빽빽한 숲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한 산자락을 돌아서니 마침내 고봉이 눈에 번쩍 들어오고 그 산 기슭에서 마추픽추가 몸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저 밑 산 아래로 신비의 강 우루밤바가 실같이 흐르고 계곡 사이로 흰 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이 깊은 산속에 숨은 마추픽추! 산 아래서는 전혀 윤곽도 보이지 않는 비밀의 도시가 속살을 수줍은 듯 드러냈다. 빙엄이 이 전설의 도시를 발견했을 때의 심정을 우리가 과연 상상이나마 해볼 수 있을까. 마추픽추는 잉카인의 비밀 도시다. 쿠스코의 고문서에서 그 존재를 확인한 빙엄은 우루밤바 강의 한 끝에 전설의 도시 마추픽추가 있다는 기록에 따라 강을 타고 탐험했다. 그러나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봉우리만 보일 뿐이었다.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이곳 지형에 밝은 인디언 부족이었다. 몇몇 현지 인디언의 안내로 밀림 속에 숨어 있는 마추픽추의 흔적을 확인한 빙엄은 페루 정부의 도움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 밀림 속에 감춰져 있던 마추픽추를 찾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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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락│한국가스공사 고문·전 주(駐)볼리비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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