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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생태지도 만드는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원 박사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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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해양 세계에서 특히 선명해지는 건 시각이다. 눈앞에 펼쳐진 해저 풍경이 총천연색 그림처럼 생경하리만큼 또렷하게 다가왔다. 암벽을 따라 무리지어 피어 있는 산호 사이로 전갱이 떼가 헤엄쳐 지나가고, 좀 더 아래로 내려가자 노랑자리돔 파랑돔 주걱치 등 열대어종이 곁을 스쳤다. 몇 마리일까 제대로 세기도 전 또다시 다가오는 다른 어류에 눈이 팔렸다. 그 너머로 명 박사와 손 과장 등 연구진이 이미 심해에서 거슬러 올라오며 해양 생태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멀티태스킹

태양의 가시광선은 색깔에 따라 파장이 다르다. 빨강·주황처럼 파장이 긴 색은 물속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파랑·초록·보라 등 파장이 짧은 쪽은 더 깊은 해저까지 도달한다. 이 때문에 수심 15m 지점에 이르자 산호초가 점점 청록색 계열로 변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연구진이 해저 촬영을 위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면 순간 번쩍, 숨어 있던 제 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울긋불긋 꽃대궐’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붉고 노란 꽃무리의 향연이다.

궂은 날씨 탓인지 연구진을 제외한 다이버는 물 안에서 전혀 만날 수 없었다. 온전히 수중탐사만을 위해 펼쳐진 듯한 대자연 안에서 명 박사는 자유로이 유영했다.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어종을 촬영하고, 메모장에 그림을 그리거나 수치를 기록하며 조금씩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수중 연구자에게 필요한 건 심해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다이빙 실력과 육안으로 어종을 구별하고 크기와 개체 수를 파악할 수 있는 해양 지식이다. 공기통 하나로 심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40분 남짓. 탐사를 마무리할 시간은 이내 찾아왔다. 다시 밧줄을 잡고 뭍으로 기어오르자 물속에서는 미처 몰랐던 피로가 단숨에 몰려왔다. 그러나 명 박사는 여전했다. 해상에 떠 있는 고깃배의 뱃전을 잡고 ‘영차’ 몸을 솟구치더니 이내 배 위로 뛰어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꼼짝도 못하는 기자 앞에서 태연히 장비를 정리하는 그가 50대 후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놀랄 일은 계속 이어졌다. 서귀포항으로 돌아와 다이빙 슈트를 벗고 막 샤워를 마쳤을 무렵, 그에게 연락이 왔다. “횟집에 좋은 고기가 들어왔다니 같이 가자.”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점심시간을 상당히 넘긴 때였다. 곧바로 따라나선 길, 차를 몰고 횟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맛있는 식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가오리 모양 어류의 출산 장면이었다. 알고 보니 명 박사는 제주도 어민과 횟집 주인 사이에서 이미 ‘물고기 박사’로 유명했다. 평소 보지 못한 어종이 잡히면 사람들은 그를 찾는다고 했다. 이날도 가오리처럼 생겼지만 어딘지 다른, 난생처음 보는 물고기가 잡히자 그에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명 박사는 물에서 막 나온 몸을 채 추스르기도 전 그리로 달려간 참이었다. 아들 세훈 군도 그 사이 어디선가 ‘원색한국어류도감’까지 구해들고 와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고 횟집 주인이 수족관 어항에 넣어둔 물고기를 막 꺼내는 순간, 모두의 눈앞에서 예의 출산이 시작됐다. 난생(卵生)인 줄 알았던 생선의 배 안에서 다 자란 새끼가 나오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명 박사는 카메라를 꺼내 들고 출산 장면과 물고기의 앞뒷면을 꼼꼼히 기록했다. 입을 벌려 날카로운 세 줄의 이빨까지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은 “전자리상어 같다”였다. 도감에서 해당 항목을 찾은 결과는 그의 추정과 일치했다. 이후 서귀포항 횟집 앞은 순식간에 해양학 강의실로 변했다. 둘러선 어민들이 ‘상어’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것이다. 이 자리는 ‘좋은 고기’에 들뜬 명 박사가 ‘전자리상어’를 25만 원에 구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횟집 주인이 최초에 부른 액수였다.

바다에 미친 남자

“이 물고기가 제주 앞바다에서 잡히는 게 흔한 일이 아니거든요. 급속 냉동한 뒤 서울로 보내 박제를 만들어야겠어요. 2013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문을 여는데, 그곳에 전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는 길이 1m20cm, 무게 13㎏에 이르는 이 생선을 바로 냉동시킬 수 있는 시설을 찾아 일을 맡기고, 서울의 담당자와 연락해 추후 절차를 의논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결국 명 박사와 밥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은 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 식사 자리에서 한 번, 이후 경기도 안산 한국해양연구원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또 한 번,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 체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심해 다이빙 두 번에 어류 조사와 해양학 강의까지 하시고도 피곤한 기색이 없으시네요.

“원래 일하다 보면 피곤한 것도, 밥 먹는 것도 곧잘 잊는 성격입니다. 전자리상어를 만난 건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는데, 그런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잖아요. 표본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하느라 배고픈 줄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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