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공항 옛 국제선 청사 부지에 조성한 스카이파크.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영화관, 호텔, 전시홀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공항공사 비전 2020의 골자는 ‘비즈 앤드 라이프(Biz · Life)를 창조하는 월드 클래스(World Class) 공항기업’이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공항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장소만이 아니라 고객의 사업과 오락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어나가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야 함은 물론이다. 2020년을 도착점으로 하는 비전 2020은 총 3단계로 나뉘는데,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이 그 1단계의 시기다. 1단계는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단계로, R·D 장비 수출 확대 및 해외공항사업 기반 강화, 핵심공항 시설 확충, 국제선 유치 확대, 상업시설 운영 선진화, 지방공항 수요이탈 최소화에 역점을 두게 된다.

제주공항은 최근 어린이 놀이방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성시철 사장은 2010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발표하며 “앞으로 100년 이상 가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자발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전략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속성장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넘어 대내외적으로 변화된 환경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미국-유럽발 경제위기와 같은 일반적인 사항과 특수한 대내외적인 요인이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선의 경쟁자로 고속철도가 급부상했다. KTX의 확대로 ‘전국 하루 생활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되었고, 고속철도의 수송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공항철도가 생기면서 KTX 서울역-인천국제공항 연계서비스 등 편의성이 높아진 후 국내공항을 통해 국제공항으로 가는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 저렴한 데다 편리한 운송수단으로서 철도가 비행기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 국제선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키운다는 국가 정책에 따라 김포공항의 국제선 수송이 대폭 제한되었다.
또 한 가지 한국공항공사를 둘러싼 위기 요소는 지금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으나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부상하게 될 ‘신공항’ 논란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동남권 신공항과 여객 수요가 많은 제주에 또 하나의 공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남권 신공항은 경상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 즉 부산공항공사와 동남권공항공사를 설립하자는 쪽으로 갈려 있고, 여기에 시도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정치적인 논란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제주 신공항을 아예 민간 공항으로 건설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공항을 짓지 않고 기존의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을 확충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신공항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공항공사의 입장에서는 신공항 운영권을 얻지 못한 채 기존 공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강한 경쟁자를 가지고 있고,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공사는 수익성을 강화할 방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했다. 그 결과로 나온 비전 2020의 4대 목표는 매출액 1조5000억 원, 신사업 매출 비중 30%, 자기자본이익률 10%, 국민평가 최상위 달성이다. 앞의 세 가지는 양적인 목표이고, 나머지 하나는 질적 목표다. 목표에 따른 4대 전략 방향은 공항 운영 고도화, 신성장사업 강화, 고객가치 창조, 경영 인프라 혁신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