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국내선은 경쟁력 회복 국제선은 아시아 노선으로 훨훨

‘비전 2020’ 펼치는 한국공항공사

  • 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2012-09-21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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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사장 성시철)는 창립 30주년인 2010년 ‘비전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2012년은 ‘비전 2020’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첫해다. ‘비전 2020’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한국공항공사가 달라진 항공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짚어보았다.
    국내선은 경쟁력 회복 국제선은 아시아 노선으로 훨훨

    김포공항 옛 국제선 청사 부지에 조성한 스카이파크.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영화관, 호텔, 전시홀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국제공항 외에도 김포, 김해, 제주, 광주 등 14개 지방공항이 있다. 이 지방공항들을 관리하는 공기업이 한국공항공사(KAC·Korea Airport Corporation)다. 한국공항공사는 1980년 국제공항관리공단으로 출발해 김포, 김해, 제주 순으로 공항을 인수, 운영해왔다. 1990년 한국공항공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2년에 공사로 설립되었다. 2012년은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공사로 탈바꿈한 지 10주년인 해이자 2010년 발표된 ‘한국공항공사 비전 2020’이 본격 시행되는 첫해이기도 하다. 국제 수송은 인천국제공항 쪽으로 대부분 옮겨가고, 국내 수송에서는 철도 분담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공항공사 비전 2020의 골자는 ‘비즈 앤드 라이프(Biz · Life)를 창조하는 월드 클래스(World Class) 공항기업’이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공항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장소만이 아니라 고객의 사업과 오락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어나가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야 함은 물론이다. 2020년을 도착점으로 하는 비전 2020은 총 3단계로 나뉘는데,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이 그 1단계의 시기다. 1단계는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단계로, R·D 장비 수출 확대 및 해외공항사업 기반 강화, 핵심공항 시설 확충, 국제선 유치 확대, 상업시설 운영 선진화, 지방공항 수요이탈 최소화에 역점을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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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공항은 최근 어린이 놀이방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달라진 항공시장 환경

    성시철 사장은 2010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발표하며 “앞으로 100년 이상 가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자발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전략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속성장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넘어 대내외적으로 변화된 환경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미국-유럽발 경제위기와 같은 일반적인 사항과 특수한 대내외적인 요인이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선의 경쟁자로 고속철도가 급부상했다. KTX의 확대로 ‘전국 하루 생활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되었고, 고속철도의 수송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공항철도가 생기면서 KTX 서울역-인천국제공항 연계서비스 등 편의성이 높아진 후 국내공항을 통해 국제공항으로 가는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 저렴한 데다 편리한 운송수단으로서 철도가 비행기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 국제선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키운다는 국가 정책에 따라 김포공항의 국제선 수송이 대폭 제한되었다.



    또 한 가지 한국공항공사를 둘러싼 위기 요소는 지금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으나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부상하게 될 ‘신공항’ 논란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동남권 신공항과 여객 수요가 많은 제주에 또 하나의 공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남권 신공항은 경상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 즉 부산공항공사와 동남권공항공사를 설립하자는 쪽으로 갈려 있고, 여기에 시도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정치적인 논란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제주 신공항을 아예 민간 공항으로 건설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공항을 짓지 않고 기존의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을 확충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신공항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공항공사의 입장에서는 신공항 운영권을 얻지 못한 채 기존 공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강한 경쟁자를 가지고 있고,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공사는 수익성을 강화할 방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했다. 그 결과로 나온 비전 2020의 4대 목표는 매출액 1조5000억 원, 신사업 매출 비중 30%, 자기자본이익률 10%, 국민평가 최상위 달성이다. 앞의 세 가지는 양적인 목표이고, 나머지 하나는 질적 목표다. 목표에 따른 4대 전략 방향은 공항 운영 고도화, 신성장사업 강화, 고객가치 창조, 경영 인프라 혁신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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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델링을 마친 제주공항 전경.

    보통 공항의 수익은 항공과 비항공 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항공 수익은 여객 공항 사용료, 수하물 시설 이용료, 착륙료처럼 비행기 이착륙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문에서 발생한다. 비항공 수익은 면세점과 같은 상업시설 임대료, 건물 임대료, 토지 임대료, 주차장 사용료 등이다. 그동안 한국공항공사의 비항공 수익은 90%가량이 임대료 부문에서 나왔다. 유럽 최고 공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스키폴(Schiphol) 공항이 수익의 절반을 임대료 부문에서 거두는 것과 대조가 된다. 스키폴 공항은 부동산 사업, 해외공항 사업, 광고 및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선진 공항의 사례를 본받아 한국공항공사는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임대 부문의 효율성을 증대하며, 주변 지역 부동산 개발, 신규 사업 진출, 항공 산업 관련 연구 및 개발 등으로 비임대 부문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현 단계에서 공항공사의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된다. 지난 6월 28일 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이 세계항공교통학회가 선정한 ‘공항운영효율성’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를 차지한 것이 그 증거다. 이 분야는 앞서 5년간 홍콩의 첵랍콕국제공항이 연속 1위를 했던 분야다. 세계항공교통학회는 “김포국제공항은 인천공항 개항 이후 국제노선을 전부 이관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음에도 단거리 국제노선에 집중한 비즈-포트(Biz-port)로 전환하고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천공항 개항 직후 김포공항의 비항공 수익은 2000~2002년 두 해 사이에 64%나 급감했다. 그러나 2011년 기준으로 당시보다 수익이 3.7배가량 증가해 인천공항 개항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갔다. 현재 김포공항의 비항공 수익은 전체 수익의 약 70%에 달한다.

    수익 다각화를 한다고 해서 공항 본연의 업무인 항공 부문이나 김포, 김해, 제주 같은 핵심 공항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공항공사의 대표 공항인 김포공항은 2015년까지 상업시설의 규모를 축소하고, 공항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선 여객터미널의 노후 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게 된다. 체크인 카운터를 재배치해 수하물을 최장 5분 내에 처리할 수 있게 하고, 보안검색대와 탑승교를 추가하고 무빙워크를 신설해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공항 시설 전폭적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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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공항 조감도.

    이미 김포공항 외부에는 옛 국제선 청사 부지에 스카이파크(Sky Park)가 조성되어 있다. 2011년 12월 문을 연 스카이파크는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영화관, 호텔, 전시홀 등을 한데 모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지역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민의 휴게 공간이 되고 있다. 스카이파크 조성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해온 김포공항종합개발사업, 일명 ‘스카이시티 프로젝트’ 중 2단계 사업에 해당한다. 이는 비항공 부문의 수익 비중을 높이고 ‘비즈 · 라이프’를 창조한다는 비전 2020의 목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갈수록 이용객이 증가하는 제주공항은 지난 7월 확장 공사를 마쳤다. 총 343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6년 가까이 진행된 공사였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2008년 이후 10% 수준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서울-제주 노선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에 든 적도 있다. 확장을 끝낸 제주공항은 여객청사 수용능력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항공기 처리능력이 20% 정도 증가했다. 체크인 카운터, 탑승교, 수하물 처리시설 같은 기본 시설 외에도 식당, 분수, 산책로 등의 부대시설까지 대폭 확대했다. 이번 제주공항공사는 태양열발전 및 온수시스템, 지열 냉난방시스템, LED 항공등화 등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핵심 공항인 김포, 김해, 제주공항은 투자 대비 수익 면에서 제 구실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11개 지방공항은 수익 개선이 시급하다. 공항공사가 비전 2020의 전략과제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 중 하나가 지방공항의 활성화다. 이는 수도권 집중 문제와 국토 균형 개발에 맞물려 있어서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이다. 공항공사는 지방공항 이용객을 늘리고 경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난제를 풀어나가려 한다. 공항 주변 지역의 개발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공항공사는 “정부 및 지자체와 협조해 공항 주변지역과 현 공항시설을 활용하고, 비항공 수익을 개발해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좀 더 많은 지역 항공사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선은 경쟁력 회복 국제선은 아시아 노선으로 훨훨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오른쪽에서 5번째) 사장은 2010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비전2020’을 발표했다.

    단거리 국제선 오가는 비즈 포트

    항공 부문에서 김포공항의 가장 큰 이점은 인천국제공항보다 수도권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은 업무차 수도권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단거리 노선을 확충해 새롭게 ‘비즈-포트(Biz-Port)’라는 명성을 얻었다. 김포공항에는 2003년 일본 하네다선 취항 이후로 현재 하루 60편의 국제노선이 운항 중이다. 장거리 국제선은 전부 인천공항으로 이관되었지만 2011년 한 해 국제선에만 368만 명의 여객이 다녀간 김포공항은 여전히 국제공항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한-중-일이 1일 생활권에 속한다.

    단거리 국제선 쪽은 저비용 항공사의 바람을 타고 앞으로 더 큰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저비용 항공사는 단일 기종의 항공기만 운행하고, 좌석에 등급이 없고, 최소한의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낮은 운임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저비용 항공사가 있다. 일본에서는 저비용 항공사 ‘피치’‘에어아시아 재팬’‘제트스타’가 한국 노선에 취항했거나 1년 안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중국의 ‘춘추항공’, 싱가포르의 ‘스쿠트’, 그리고 필리핀의 ‘에어아시아 필리핀’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저비용 항공사들이다.

    유럽에서 저비용 항공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과 달리, 아시아에서 저비용 항공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저비용 항공 시장에 대한 대응은 수세적이다. 한국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는 지원책 중 하나가 저비용 항공사 거점 공항과 전용 터미널 건설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이용하며 공항 시설 이용료, 카운터와 사무실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만 사용하는 전용 터미널 건설 역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실제로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런 방식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삼는다는 한국 정부의 항공 방침상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저비용 항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거점 공항과 전용터미널이 생긴다면 공항공사에도 이득이 된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이 각각 서울-아시아, 부산-아시아 노선의 거점 공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평가 최상위 서비스

    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에서도 저비용 항공이 성장할수록 고속철 대비 항공료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므로 공항공사에는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공항공사의 여객 수송량은 5.5% 늘었다. 국제여객은 732만에서 834만 명으로, 국내여객은 4043만 명에서 4201만 명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국제여객 13.9%, 국내여객 3.9%로 국내여객 쪽이 낮지만, 고속철로 이탈하는 고객을 막았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여객 증가와 신사업 등으로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처음 매출액 5000억 원, 당기순이익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 16.4%, 당기순이익 88.3%가 증가한 것으로 2020년 매출액 1조5000억 원이라는 목표에 기대를 걸게 한다.

    공항의 경쟁력은 최신식 시설과 효율적인 운영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어야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서 나온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공항공사는 합격점을 받았다. 김포국제공항이 국제공항협회(ACI)가 주관하는 2011년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동규모 공항 1위, 전체 17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서 동규모 공항이란 연간 이용객 1500만~2500만 명 수준의 30개 공항을 가리킨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김포공항은 직원의 친절도, 보안검색 신속성, 공항 내 길 찾기의 편리함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포공항에서는 보안검색으로 인해 비행기를 놓치거나 출발이 지연되는 일이 드물다. 김포공항은 QSS (Quick Smart Service)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내에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을 소지한 고객은 따로 마련된 전용검색대에서 2차 검색을 한다. 또한 국제선이나 국내선 환승 시에 사용하는 환승전용 검색장도 추가로 마련했다. 이밖에 고객 응대 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서비스아카데미’에서 서비스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유선상의 서비스 인프라도 강화했다. 올 9월부터는 고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 이용정보를 한곳에서 안내받을 수 있는 ‘한국공항공사 컨택센터’를 열었다. 그동안 공항별로 이루어지던 모든 전화상담 업무를 전국 공통 1661-2626(이륙이륙)으로 통일했다. 이용객들은 운항정보, 청사 위치, 연계교통 등에 대한 안내를 365일 24시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상담원으로는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외국어가 가능한 인력을 투입했다. 공사 관계자는 “컨택센터 운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며 “운영상 내실을 기하면서 최고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는 비전 2020의 매출 목표인 1조5000억 원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를 신사업에서 거두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항행안전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이다. 현재 전방향 무선표지시설(DVOR), 거리측정장비(DME), 계기착륙장치(ILS) 등 9종은 개발을 완료했고,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 차세대 항행감시 시스템(ADS-B), 지상보강 시스템(G-BAS) 등 차세대 항행안전 시스템이 대기 중이다. 2020년까지는 모두 18건의 신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항행안전장비 개발은 국방에 긴밀한 항공 분야의 장비를 수입이 아닌 국산으로 대체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우리나라 항공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수준에 이른 것도 성과다. 공항공사는 터키공항에 자체 개발한 국산 항행안전장비를 설치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이번에 수출한 품목은 계기착륙시설, 거리측정시설, 지상점검장비 등이었다. 글로벌 항공 기업들과 경쟁에서 한국공항공사가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증표와도 같다. 공사는 2010년 이스탄불공항에 설치한 항행안전장비가 안정적으로 운용되어 터키 측의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공항공사는 “32년간의 공항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더, 위성항행장비 등 차세대 첨단 항행안전장비도 자체 개발해 세계 항행안전장비 시장에서 3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행안전장비 개발, 복합문화시설 운영과 함께 공항공사가 주요 신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해외투자 및 해외공항운영 분야다. 출발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7월 1일 항공공사가 한화무역, 한화S·C 등과 공동으로 꾸린 ‘네모컨소시엄’이 리비아 공항 청사 건축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것이다. ‘벵가지’와 ‘미스라타’ 두 개 공항의 청사를 짓는 데 약 550억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번 국제 입찰에는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 온 유명 기업들도 참여했으나 공항공사가 참여한 ‘네모컨소시엄’이 이들을 제치고 수주했다. 공항공사는 컨소시엄에서 국가 간 항공 협력체계와 서비스 운영 및 교육, 관리 분야를 맡게 된다.

    경영평가·청렴도 최우수

    공항공사는 현재까지의 성과를 인정받아 기획재정부 주관 2011년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탁월(S등급)’을 기록했다. 평가 대상기관인 10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유일한 것이어서 사실상 1위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공기업 경영평가의 기준은 크게 리더십·책임경영, 경영효율, 주요 사업의 세 가지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수송, 서비스, R·D 해외사업추진, 노사관계, 청렴도, 재무성과 등 전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경영 면에서 부채가 없는 흑자 공기업으로,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공항공사는 그동안 사업만 잘한 것이 아니다. 청렴도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월 국가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청렴선도클럽(Clean Champion Club)을 창립했다. 청렴도에 기여하는 우수 조직이나 시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인데, 공항공사가 공공기관 최초로 ‘청렴선도기관’에 단독 선정되었다. 공항공사는 2009년 부패 취약분야에 대한 예방·통제시스템인 ‘청렴CCS(Clean Clinic System)’를 도입해 강력한 반부패활동을 전개해왔다. 이어 2010년에는 기관 내부의 청렴활동을 측정·관리·피드백하는 맞춤형 ‘청렴문화지수’를 자체 개발해 적용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는 공항공사에 청렴도 ‘최고 등급’과 부패방지시책 평가 ‘매우 우수’를 3년 연속으로 부여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대해 평가할 때 성시철 사장의 리더십을 상찬하는 사람이 많다. 성 사장은 교통부 장관 비서관을 지내다 국제공항관리공단이 설립된 1980년 11월 공단에 입사한 항공 전문 CEO다. 25년 동안 지사장, 항공기술훈련원장, 기획·운영·관리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후 2008년 최초의 내부 승진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내부 사정에 밝고 항공업계를 깊이 이해하는 사장의 취임으로 당시부터 안팎의 기대가 높았고, 4년 동안의 경영 평가와 수상 실적이 성 사장의 리더십을 입증해주었다. 3년 임기를 마친 지난해 첫 번째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재차 연임이 확정되었다. 공기업 CEO가 5년 임기를 채우는 것은 드문 일이라 장수 CEO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공항공사의 비전 2020이 막 이륙한 2012년 현재, 앞으로의 비행은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성시철 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들어 우리 공사가 효율성, 서비스, 청렴도의 모든 면에서 인정을 받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조직역량을 더욱 키워 2020년에는 도전적인 마인드와 창조적인 기술로 재무장한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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