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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능력 우선 세상 활짝 열다”

고졸자 200명 정규직 채용 LH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학벌보다 능력 우선 세상 활짝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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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우대’ 파격 채용

LH는 마을형 사회적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지원해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있다. 마을형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은 LH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입주민과 인근 지역주민에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2010년부터 이뤄진 LH의 마을형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은 시흥 능곡 자연마을사람들, 전북 익산 행복나루터 등 총 8개가 지원 대상이다. 특히 LH는 2012년에만 5개의 신규 마을형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해 15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지송 사장은 130조 원에 달하는 LH의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고위 직급자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인적 쇄신을 통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그의 뜻에 따라 대규모 젊은 인재 발탁 인사 및 현장 중심 조직개편이 이뤄진 바 있다.

LH는 2010년 초 고위간부인 1, 2급 직원 80명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특히 최고위급인 1급의 사퇴인원은 28명으로 직급 정원의 37%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이 외에도 전체 428개 직위 중 322개 직위의 팀장 및 사업단장이 자리를 바꿔 보직 전보율이 무려 75%에 달했다. LH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1, 2급 직원 75%를 물갈이하는 등 총 1035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본사와 지원 인력의 57%인 3750명을 현장으로 재배치했다.

당시 LH는 특히 직급에 관계없이 하위직이 실제 상위직 업무를 수행하는 보직승진을 통해 역량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에 따라 1급 부서장 직위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5개 직위가 같은 1급이 아닌 2급 출신으로 채워졌다. 3급이 된 지 6년 밖에 안 된 차장이 2급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한 사례도 있었다. 통상 LH에서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려면 12, 13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장은 이런 ‘젊은 피 우대’ 인사를 통해 총 139개 팀장급 직위를 해당 직급보다 낮은 하위직급자로 채웠다. 굼뜨고 느리다는 이미지가 강한 LH를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파격 인사는 2011년 초에도 계속됐다. LH는 이때 김선미 부장(52)을 주택디자인처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김 처장은 LH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틀어 첫 여성 부서장인 데다 공채 출신 공기업 여직원 가운데 처음으로 1급 자리에 올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 사장은 “능력만 있으면 출신과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우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탁 인사를 단행했다”며 “여성 직원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LH는 이 사장 취임 후 출산장려 지원책을 강화하고 여직원 전용 휴게공간 설치, 사내 보육시설 개선 등 다양한 여성직원 대상 복지후생 대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장의 다양한 인사혁신은 소외계층 배려, 사회안전망 확대 등의 성과 외에도 조직 내에 성과우선주의 문화를 정착하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직원 간의 통합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내부 직원들에게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LH 전신인 주공과 토공은 한 직급 승진에 10년씩 걸리는 극심한 인사 적체에 시달렸다. 하지만 능력 있는 하위직급자의 공평무사한 발탁을 통해 직원들의 승진 기대감 및 근로의욕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투명한 인사로 인사 신뢰도가 높아진 것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 파벌주의 희석, LH 경영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대적이고 파격적인 인사혁신이 조직 내 피로감을 확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적다. 전 직원이 인사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를 받아들였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체제도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직원 간 선의의 경쟁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주공 출신’ ‘토공 출신’ 운운하며 기존 공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사혁신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LH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는 것이며 직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감동 사연의 주인공, LH 고졸 사원 만나보니

“집 없는 설움 잘 알아요 서민 돕는 데 최선 다할 것”


“학벌보다 능력 우선 세상 활짝 열다”
“보육원 생활, 신체장애, 부모님 이혼 등 시련을 거치며 또래 친구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덕에 LH 고졸 공채에 합격했어요. ‘따뜻한 집’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집 없어 고생하는 서민들 도와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창사 후 최초로 고졸 정규직 사원을 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합격자 200명 중에는 보육원 출신의 소년가장, 왼발 장애학생, 편부모 가정 출신 학생 등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여럿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LH 본사에서 만난 홍준섭(18) 군, 김민석(18) 군, 김찬누리(17) 군, 정기주(19) 양은 “‘고졸을 괜히 뽑았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앞으로 더 많은 고졸 직원들이 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상주공고 출신으로 토목 분야에 합격한 홍준섭 군은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상주보육원에서 약 80명의 보육원생과 지냈다. 양봉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홍 군과 누나, 형 3남매를 모두 보육원에 맡겼기 때문이다. 그는 또래 친구보다 부족할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얻기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는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은 덕에 LH 공채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홍 군은 “과외를 받아본 적도, 사고 싶은 물건을 사본 적도 없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많은 형과 동생들 사이에서 또래 친구들이 배우기 어려운 예의범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번도 내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집이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공간인지를 잘 안다”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사 포부를 밝혔다.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김민석 군도 마찬가지다. 전산회계를 전공한 김 군은 LH보다 급여가 더 많은 금융회사 입사도 가능했지만 LH를 택했다. 김 군은 “2년마다 전셋집을 옮겨 다니며 전전긍긍하며 살아왔기에 집 없는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LH에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건축 분야에 합격한 김찬누리 군은 태어날 때부터 왼쪽 발이 안쪽으로 휜 장애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13년간 병원을 다니면서 교정신발을 신고 치료를 받아왔다. 오랫동안의 치료를 통해 남다른 인내력을 얻었다는 김 군은 “발이 불편할 때도 일부러 친구들 사이에서 농구를 하고, 공부 모임을 주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며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점을 이번 LH 입사를 통해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정기주 양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 남동생에게 엄마 노릇까지 해가며 학교를 다녀야했다. 수도공고 출신인 정 양은 여자로서는 드물게 전기에너지를 전공했고, 남자들이 대부분인 반에서 기죽지 않고 역량을 닦았다. 고2 때 한국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고등학생들의 실습활동을 돕는 등 두각을 나타내며 당당히 LH 직원이 됐다.

정 양은 “여자 전기기술자는 남자보다 더 꼼꼼하고 섬세하게 작업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고졸은 물론 성별에 대한 편견을 지닌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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