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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송곳질문’ 즐기는 한국의 래리 킹 뚜렷한 논문 표절 의혹엔 침묵

‘영향력 1위 언론인’ 손석희 JTBC 사장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송곳질문’ 즐기는 한국의 래리 킹 뚜렷한 논문 표절 의혹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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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하이에나 같은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로 나폴레옹의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프랑스 신문은 나폴레옹이 엘바 섬에서 탈출했을 때 괴수로, 파리에 근접했을 때 보나파르트로, 파리에 입성할 때 황제 폐하로 칭했다. 우리 언론계에선 5공화국 시절 전두환을 ‘각하’로 부르다 민주화 이후 ‘전씨’로 부르는 언론인이 큰 존경을 받는다. 정동영은 전두환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후 소위 ‘전비어천가’를 읊조리던 기자 시절의 영상이 2007년 대선 때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물론 이들 MBC의 스타 언론인은 1987년 이후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폄하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관성 없는 인물 평가다. 적어도 1980년대만 놓고 본다면 권력비판에 가장 적극적인 언론인은 손석희나 정동영이 아니라 조갑제였다. 1987년 언론 검열의 와중에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해 민주화의 불씨를 댕긴 건 MBC가 아니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였다. 어떤 대상을 총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부분만을 침소봉대해 낙인찍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손석희가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이유를 단지 능력이나 도덕성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이 대중은 능력, 도덕성 외에 상징자본까지 갖춘 인물을 동경한다. 손석희는 세련미와 진보성향을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자신의 상징자본을 완성했다.

상징자본과 노조

1988년 MBC에서 노조가 결성되면서 방송의 성격도 급변한다. 1990년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이 전파를 탔다. 수의(囚衣)를 입은 손석희 사진은 이 시기 MBC 노조의 희생과 투쟁의 상징처럼 인용됐다. 하지만 손석희는 정작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인정한다. 그의 희생이 유달리 커서 대중의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니라 인지도 높은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2006년 손석희가 MBC를 퇴사하고 성신여대 교수로 적을 옮길 때 MBC는 그에게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맡겼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프리랜서로 전향한 같은 방송사 김성주 아나운서는 상당 기간 MBC에 출연하지 못했다. 노사 대립이 심한 MBC에서 손석희가 양쪽으로부터 견제받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상품성과 더불어 노조와의 매끄러운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손석희를 좋아하지만 일부는 손석희가 특정 세력에 편향된 방송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가 ‘100분 토론’ 같은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기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기와 겹친다.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였다. 그런데 그의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은 보수진영 패널들이 ‘떡실신’했다는 평가로 도배되곤 했다.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한쪽에 유리하게 패널을 선정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급기야 2007년 치러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역대 최대 표차로 패배했다. 이는 ‘100분 토론’의 시청자 반응이 객관적 민심을 반영하기보다는 다음의 아고라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송곳질문’ 즐기는 한국의 래리 킹 뚜렷한 논문 표절 의혹엔 침묵
당시 ‘100분 토론’은 시청자 의견을 조작해 비난을 샀다. 2009년 1월 제작진은 ‘용산참사 무엇이 문제인가?’ 편에서 “더 얻기 위해 농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거라도 얻어야 하는 절박함이다”라는 의견을 소개했지만 시청자 게시판엔 원문이 없었다. 또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참여와 남북관계’ 편에서 “대량살상무기 차단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경색만 초래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PSI 전면참여로 만약 국지전이 불거진다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는 의견을 소개했지만 원문은 “우리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평화이다. 평화로운 생활 터전이다. PSI 전면적 참여는 그런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였다.

이에 대해 일부는 “제작진이 고의로 없는 의견을 창작하거나 온건한 문장을 선동적 문장으로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손석희는 2009년 시청자 의견 전달 과정에 왜곡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는 그해 9월 ‘100분 토론’에서 하차했다.

그는 ‘시선집중’에서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질문의 집요함을 놓고 보면 CNN의 ‘래리 킹 쇼’를 진행한 래리 킹을 연상시킨다. 언론인으로서 그런 태도는 미덕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질문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구설에 오른 사람은 주로 보수성향 인사들 이었다.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그의 질문에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라고 되물은 것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와 비교되는 인물이 신동호 아나운서다. 신동호는 손석희가 진행하던 두 개의 프로그램을 모두 물려받았다. 2012년 통합진보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100분 토론’에서 한 여성 방청객이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상규 의원은 답을 회피해 종북 논란이 일었다. 이전까지 ‘100분 토론’에서 진보 진영이 수세에 몰린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2월엔 ‘시선집중’에서 김재연 통진당 의원과 통화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신동호가 “이석기 의원이 사용한 ‘좌경맹동주의’가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단어가 아니냐”고 묻자 김재연은 “사회자의 추측일 뿐이며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장성택 처형에 관한 의견을 묻자 “오늘 논제와 관련 없는 질문”이라고 답을 피했다. 이후 ‘통진당은 북한에 대한 의견만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두 번에 걸친 통진당과의 악연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신동호의 편파성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손석희의 진행엔 편파성이 없었을까? 통진당 계열의 종북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진행자 교체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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