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열려라 중국!

  • 임은선 | 자유기고가 eunsun.imk@gmail.com

    입력2014-03-19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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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세트)이 인기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 국내에선 경기침체로 특별한 창업 아이템을 찾기 어려운 지금, 발상을 전환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현지에서 창업하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 조언을 받아 중국에서 성공할 ‘한국형’ 창업 아이템을 분석했다.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한국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다가 2010년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같은 업종의 가게를 연 조모(45) 씨. 작은 규모의 치킨가게를 시작으로 떡볶이가게 등을 거쳐 지금은 2000㎡(600여 평) 규모의 대형 고깃집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돈을 버는 게 힘들어 중국으로 왔지만, 중국 역시 영세한 자영업자가 장사를 하기에는 힘든 나라였다. 재료 구비, 현지에 맞는 조리법 연구, 종업원 교육 등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부터 낯선 행정 절차나 문화·언어 차이 등 중국이란 나라에 적응하기까지 조씨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중국에 온 것이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달만 해도 월 순수익이 6000만 원 이상일 정도로 고생한 만큼의 보답이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는 “용기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 도전하라”고 권유한다. 그에게 중국은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6가지 오해

    연평균 10% 성장률을 기록해온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같은 유교문화권에 외모가 비슷한 점 등 공통점이 많아 중국에 진출하는 데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중국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다면 말이다. 최근 중국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한 책 ‘트렌드 차이나’의 공동 저자인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우리가 중국 시장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한다”고 말한다.



    1.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다?

    중국에서 양말 하나만 팔아도 13억 켤레를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해 조금만 연구해본 사람은 “중국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 대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과 LA는 비슷한 전략으로 공략해도 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전혀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 시장 역시 도시마다 다른 전략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 교수는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시난(西南) 지역에 속해 있고 고속철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충칭과 청두는 사뭇 다르다. 충칭은 중국적 자부심이 강한 보수적인 도시고, 청두는 한류에 대한 호감이 매우 강한 개방적 도시다. 이렇듯 거리가 가깝더라도 중국은 도시마다 특징이 다르다. 그러니 도시별 진입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디코스(Dico′s)는 맥도날드나 KFC 등 다른 패스트푸드업체와 달리 제품 개발과 프로모션 등 운영 방법을 도시의 문화적·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로 차별화했다. 그 결과 지역 단골을 확보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2. 같은 연령과 성별이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두 번째로 조심해야 할 것은 같은 연령과 성별이라면 같은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번화가를 나가보면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머리 모양 등 하나의 유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번화가는 그렇지 않다. 같은 곳에 할리우드 스타일, 유럽 스타일, 한국 스타일 등 다양한 유행이 공존한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남부 지방은 연하고 가벼운 화장을 선호하는 반면 북부 지방은 진하고 눈에 띄는 색조 화장이 유행한다. 이렇듯 개인이 선호하는 화장법과 제품에 대한 요구가 다르다. 연령이 비슷하고 성별이 같더라도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특정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소비 가치가 무척 다원화해 있기 때문에 각 소비계층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3. 유행은 반드시 번져나간다?

    중국 시장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유행이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지방으로 번져나갈 것이라는 착각이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소비 취향이 시간이 지나면 2선 도시, 3선 도시로 전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락앤락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인은 중국에 대한 애국심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더 강하다. 지역적 특성이 강하고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대도시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대도시에 대해 조소하고 질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기에 1선 도시만 공략해서 다른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격전장인 1선 도시를 우회해 2·3선 도시를 직접 공략하는 트리클 업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한국식 치킨과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치맥’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4.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한국이다?

    많은 사람이 중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과거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히트했던 상품, 현재 히트하는 상품을 수출하면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00% 틀린 말은 아니다. 발전이 더딘 중국 지방 도시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 80년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우리보다 훨씬 발전한 면도 있다. 이렇듯 중국에는 여러 시대가 공존한다.

    5.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최근 불고 있는 중국의 명품 선호 열기에 편승해 중국에서는 고가 전략을 쓰면 잘 먹히고 중국 VIP 소비자들은 명품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않고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중국의 프리미엄 서비스·제품 시장은 매우 크며 적절한 프리미엄 전략은 효과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다. 이랜드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백화점에 입점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랜드를 생각하고 중국의 이랜드를 떠올려서는 안 된다. 중국 이랜드 제품은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품질이 월등하게 우수하다.

    중국 소비자는 매우 까다롭고 실용적인 성향을 보이며 VIP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면 높은 가격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의시가 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그만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6. 한류 열풍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의 착각은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한류 스타를 활용하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전 교수는 “한류의 인기가 제품 구매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류에 기대어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홍콩 제품에 대한 구매로 연결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미국의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 많지만 드라마의 영향으로 일본 과자나 미국 전자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류의 후광을 입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트렌디한 패션·미용 상품이 그것이다. 한류에 무작정 편승하기보다는 상품 자체의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비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중국에 대한 선입관에 얽매이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을 철저히 이해하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성공의 문을 쉽게 열 가능성이 높다. 다양하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급변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그 근간을 이루는 소비자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저히 현지화한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해보자.

    유망 업종 6가지

    2013년 발표된 칭화대학 창업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 세계 창업활동 순위는 2002년 11위에서 2011년 2위로 빠르게 올라섰다. 2002년 기준 중국 발전도시 인구 10만 명당 창업 기업이 24개이던 게 2011년에는 53.6개로 증가했다. 창업 시장도 예전보다 많이 성숙했다. 1980~90년대는 대부분 생계형 창업 위주였다면 2005년을 기점으로 기회형 창업이 더 많아졌다.

    급성장하는 중국 창업 시장에서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해 베이징 무역관에서 개최한 ‘중국 소자본 창업설명회’에 참가한 연사들은 성공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의류, 화장품, 식품 등 생활소비재와 IT업종, 이벤트 기획 등 서비스 분야를 꼽았다. 한류의 파급효과가 소비자의 구매행위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제 한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화장품, 식품, 의류 관련 사업이 유리하다. 또한 스마트폰 앱, 이벤트 기획, 택배물류 등 서비스 분야도 우리가 기술력과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의 분석 자료, 현지에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유망 분야를 정리해보았다.

    1. 카페 창업 붐

    커피전문점은 저렴한 원가와 꾸준한 회전율로 소자본 창업에 적당한 업종이다. 매장 운영시간, 입점 지역의 제한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요식업에 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허가를 받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커피전문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많으며, 성공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 AWESOME은 ‘중국 창업자 모임 카페’ 회원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창업한 카페다. 회원 의견을 반영해 안테나숍 방식으로 운영하며 투자액도 공동 출자한다. 경쟁 상대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대기업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항할 방법으로 공동창업을 선택했다. 이들은 창업 시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점과 분야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와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창업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였다. 유행에 따라 매출액이 좌우되기 쉬운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품 개발이나 판매 촉진 연구를 돕는 안테나숍도 많은 도움이 됐다.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차의 나라’ 중국에서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카페베네 매장.

    이들의 성공에는 철저한 시장조사가 바탕이 됐다. 사전 시장조사 결과 외국인이나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성공한 카페가 많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타깃 소비층을 외국인과 젊은 직장인 층으로 정했다. 중국은 커피가 우리나라나 선진국처럼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 따라서 커피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젊은 직장인을 소비 타깃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차츰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졌고 2010년 중국 다롄에 매장을 개설한 후 1년 만에 연매출 3억 원을 달성했다.

    베이징의 고급 한식당 아이장산(愛江山) 신자상(62) 대표가 창업한 대형 커피전문점인 ‘만(漫)카페’도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2011년 창업한 이 업체도 대형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와 달리 소자본으로 시작했고 철저하게 중국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창업 3년 만에 매장 수를 60개로 늘리며 단기간에 중견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만 카페는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에 열광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착안해 중국 문학작품 등에서 이야기를 찾고, 이를 매장 인테리어에 담았다. 베이징 전통가옥인 사합원의 대문을 구해 테이블로 만들고, 터키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램프로 매장 조명을 꾸몄다. 경쟁자가 쉽게 카피할 수 없도록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중국 커피전문점은 단순히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 곰인형 카페, 외국인 서빙 카페, 어린이를 위한 공간 마련(키즈 카페) 등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커피전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커피뿐 아니라 특징적인 메뉴와 콘셉트가 필요하다. 커피 외에 간식이나 식사 위주의 메뉴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 창업이 아니면 특징적인 서브메뉴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아직 커피를 즐겨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카페인 음료보다는 건강 음료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몸에 좋다는 과일주스나 곡물 음료가 큰 인기를 끈다. 또한 차와 함께 경단을 먹는 등 후식 문화로 말미암아 달콤한 디저트의 인기가 높다. 휘핑크림을 많이 올린 메뉴, 빵과 케이크 같은 사이드 메뉴를 잘 갖춰야 한다.

    중국 커피전문점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2000㎡(600평) 이상, 중소도시는 250㎡(76평) 정도가 적당하다. 주부를 포함한 젊은 여성 고객이 많으므로 아기들을 위한 공간적인 배려나 테이블, 의자의 배치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커피 소비는 연평균 20% 정도로 성장하지만 아직 절대적인 수요층은 외국인이다. 따라서 AWESOME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보다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외국계 기업이 밀집한 곳이나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카페베네가 이미 160여 개 점포를 여는 등 중국 시장을 가장 활발하게 개척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2. 한류와 한국 음식

    최근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날개 달린 듯 팔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치킨과 맥주, ‘치맥’이다. 상하이 코리아타운이 위치한 훙촨루의 한 치킨집 주인은 “치킨에 맥주세트를 먹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2~3시간 줄서서 기다린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중국인이 한국식 치킨집을 찾는다. 항저우(杭州)의 한 식당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치킨 맥주세트’를 일일 한정판으로 판매했는데 1000세트 넘게 팔렸다.

    치킨 외에도 인기를 끄는 한국음식 메뉴는 많다. 대표적인 게 길거리 음식, 떡볶이다. 지하 1층에만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음식점이 모인 상하이 타이캉루의 대형 쇼핑몰 르웨광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인기 식당은 한국 즉석떡볶이점 ‘떡잔치’다. 상하이TV 맛집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소개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떡잔치는 떡볶이 인기에 힘입어 4호점까지 오픈했다. 최근 6개월여 사이에 ‘핫보이즈’ ‘이코우’ ‘신당동’ ‘까오푸치’ 등 4개 브랜드가 더 생겼다.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과 한국형 피부관리숍이 인기다.



    세계 최대 시장 사로잡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 6
    2008년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에 개장한 중국 최초의 한국식 분식점 ‘장상한품(掌上韓品)’도 성공가도를 달린다. 20대 한국 유학생 2명이 2평짜리 구멍가게로 시작한 장상한품은 지난해 10호점을 냈다. 비빔밥으로 중국 내륙을 뚫은 ‘믹스·라이스’도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후베이성 우한 시에 있는 한국 비빔밥 전문점으로 현지 입맛에 맞춘 한국 비빔밥과 한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다.

    떡볶이, 비빔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지인의 정서를 고려한 전략을 세운 데 있다. 쉬자후이 광치청에 위치한 핫보이즈의 손문섭 대표는 “한국적인 맛을 유지했지만 중국인에게 익숙한 용기를 사용해 거부감을 줄였다”고 말한다. 또 중국인에게 친숙한 불고기 떡볶이를 개발해 시장을 공략한 것도 성공 비법이었다.

    중국 내에는 정통 한식이 없다. 따라서 한식의 개념을 유지하되 철저한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전 교수는 “한식과 중식을 잘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믹스·라이스는 중국인의 식감에 맞춘 묽은 고추장을 개발하고 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중국인을 위해 돌솥 메뉴를 선정하고 식사량이 많은 중국인에 맞춰 푸짐한 양을 제공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믹스·라이스는 초기의 실패를 딛고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직원 관리다. 한국어 인사와 한국식 인사예절, 고객 호출 시 신속한 반응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정직원을 한번에 뽑지 말고 수습직원을 여러 명 뽑아 승진시키는 것이 우수한 직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최대한 세부적인 회사 규정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숙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

    무엇보다 이직률이 높은 중국의 특성상 음식 맛을 주방장에게 의존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판매하는지 가게명과 메뉴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확한 포지셔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3. 고운 피부 욕망

    2006년 4월 베이징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창업 7년 만에 중국 전역 150개 매장을 연 카라카라 화장품은 한국식 서비스와 고품질 중저가 전략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로드 숍으로 시작해 광고보다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나 친구, 친척을 통한 입소문 방식으로만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1990년대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최고의 모델을 이용해 고가전략을 폈으나, 고품질 저가격의 로드 숍이 등장하면서 쇠퇴했다. 라네즈 역시 한류 스타 송혜교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성공했지만 지금은 그 인기가 많이 식었다고 한다. 반면 최근에는 중국인의 제주도 관광 열풍에 힘입어 이니스프리가 많은 인기를 끈다. 제주도의 깨끗한 원료와 저렴한 가격이 중국인에게 어필한 것이다.

    고소득 계층의 폭발적 구매력에 주목해 세계 명품 브랜드가 중국으로 몰려드는 게 사실이지만 소자본 창업자는 브랜드로 승부를 내려 하지 말고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가 제품 시장 인구가 2000만 명이라면 중저가 제품시장엔 적어도 6억 명 이상의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저가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의 구매력이 커져 고급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중국 여성이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화장을 아름다워지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인공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피부를 더 돋보이게 하는, 타고난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질 좋은 기초 제품과 더불어 피부관리숍 등이 인기를 끈다.

    2011년부터 칭다오에서 피부관리숍을 운영 중인 서모(36) 씨는 “중국 여성의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한국 여성이 피부가 좋아 한국 제품을 믿는다.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피부관리숍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람은 체험하기를 좋아한다. 피부관리숍이나 마사지숍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여성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피부를 좋게 가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4.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중국의 부모는 자녀 교육을 매우 중요시한다. 초·중등학교 9년 과정이 의무교육이지만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로 사교육 시장이 점점 커진다. 중국은 현재 사교육 시장이 오프라인 학원 위주로 운영되며, 교사가 직접 학생의 집을 방문해 1대 1 수업을 진행하는 한국형 가정방문 학습지가 인기다. 학생의 학습 요구 및 진도를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을 비롯한 영어학원도 큰 인기다.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어학당과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지난해 겨울 중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토플 강좌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 학원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한국인이 영어 강의를 하면 강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재나 교수법이 중국보다 많이 발달해 있어 많은 중국 학부형이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사교육 관련 창업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대도시에는 이미 많은 사교육 업체가 들어와 있지만 외곽 지역은 학원이 전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5.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

    과거 중국에서 반려동물은 부유층 사람들이 과시용으로 키운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자녀 가정에서 자라난 샤오황디(小皇帝)들이 유년시절 안정적인 자아 형성, 문화생활, 가족에 대한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반려동물을 선호한다. 1명뿐인 자녀가 취업이나 진학 등으로 떠난 후의 빈자리를 메우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많다. 중국의 애완동물은 2억 마리 이상으로 집계되며 매년 8% 이상씩 늘어난다. 반려견 5대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와 청두에서는 1가구 1애견 정책이 시행될 정도다.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과 더불어 애완용품 소비도 증가한다. 반려동물의 사료와 옷 등에서 액세서리, 고급용품, 미용, 의료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며, 심지어 애견 전문 스튜디오까지 생긴다. 반려견 관련 제품에 연 5000위안 이상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전체의 40%이며, 1만 위안 이상도 11%에 달하는 등 애완용품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이다.

    비싼 견종을 교배하고 분양하는 사육사를 비롯해서 반려견 전문미용사, 반려견 조련사 등 새로운 직업이 점차 일반화한다. 반려견 의류를 만드는 전문 디자이너도 등장했다. 반려견을 위한 각종 의류상품이 38~100위안에 팔리며 애견의류 전문 디자이너의 옷만 취급하는 애견의류점도 급증하는 추세다. 애견을 위한 홈메이드 과자와 케이크를 파는 애견 제과점도 등장하면서 애견 전문 요리사라는 직업도 생겼다.

    한국의 원스톱 애견숍은 분양 전부터 사후까지 반려견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 애견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스톱 애견숍은 최소 1, 2차 종합접종 및 2회 건강검진을 거친 후 분양해 반려동물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분양과 반려견 유지비용 문제를 줄였다. 검진비부터 수술비까지 모든 의료비 지원, 장기간 집을 비울 때 평생 무료 위탁 호텔 서비스 제공, 목욕·드라이 등 무료 케어 서비스 제공, 전 지역 방문·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충칭 등 공업도시는 베이징, 상하이와 달리 빈부격차가 크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이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경쟁 심리가 있어 애견숍 창업에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6. 아이디어로 승부 거는 이벤트 사업

    중국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분야가 있다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이벤트 산업이다. 홍찬표 코트라 중국사업단장은 이벤트 사업 중 웨딩 분야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식 결혼식이 유행한다”며 “이런 상황을 반영해 최근 열린 칭다오 웨딩박람회에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결혼식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이다. 매년 1000만 쌍이 식을 올릴 정도로 결혼 인구도 많다.몌ㄴ쯔(面子·체면) 문화가 발달해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고 폼에 죽고 폼에 사는 과시적 소비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적 현상 때문에 결혼 관련 산업이 호황을 이루게 됐고 ‘웨딩드레스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결혼 관련 사업 부가가치는 약 100조 원에 달하며 앞으로 스튜디오, 드레스와 웨딩 소품 대여 숍, 웨딩플래너 등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창업 시 유의점

    중국 창업 시장의 확대 및 내수시장의 급성장은 소자본 창업의 호기이지만,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는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선진국보다 창업에 대한 지원 제도가 미비하고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복잡한 법인 설립 절차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한국과 다른 법인설립 과정, 제품별 인증 및 관련 규정을 숙지해야 한다.

    중국에서 소자본 창업을 할 때 중국인 직원이나 친구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의 경우 반드시 외상투자기업으로 법인을 설립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상호등록, 출자금 납입, 지적재산권 출원 및 법원 등기 이후 인허가 문제 등은 한국과 상이한 절차가 많다. 업종별로 관련 법규와 규정을 숙지해야 예상하지 못한 금전적 손실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마트의 실패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업종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인가’다.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중국인이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마트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안전하고 깨끗한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중국인은 아무리 깨끗하고 질이 좋다고 해도 다른 곳보다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마트를 찾지 않았다. 같은 공산품이면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게 중국인의 인식이다.

    반면 중국인이 돈을 아끼지 않는 게 있다. 향유형 제품이다.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레저, 여행, 마사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는 돈을 아까지 않는다. 또한 중국은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재료의 신선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화장품도 원료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다수 중국인은 한국인이 하는 가게는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제품은 다른 서양의 제품과 기술력은 비슷하지만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살려 창업을 해야지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장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업종을 선택해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관시(관계)’의 나라다. 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은 이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 등과 같은 SNS, 블로그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인은 자기가 써본 좋은 제품을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조차 세계시장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온라인 숍을 냈을 정도다. 그리고 대성공을 거뒀다.

    ■ 도움말·전미영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 홍찬표 |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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