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희덕 시인(왼쪽)과 신경림 시인이 2월 23일 서울 정동길을 걸으면서 담소하고 있다.
1935년생.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신경림, ‘별’
신경림 시인은 2014년 1월 다음과 같이 썼다.
“늙은 지금도 나는 젊은 때나 마찬가지로 많은 꿈을 꾼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 때로는 그 꿈이 허황하게도 내 지난날의 재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은 내게 큰 축복이다. 시도 내게 이와 같은 것일까?”
신경림의 새 시집 ‘사진관집 이층’은 우주 뭇 생명의 삶과 꿈을 담았다. 오래 살다보니 깨어 있을 때의 생각도 다 꿈이더라고 시인은 말한다. ‘사진관집 이층’의 시들은 오래된 LP 음반을 글로써 읽는 듯하다.
시집을 낸다는 것
여(女)시인이 6년 만에 열한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은 노(老)시인에게 묻는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노시인은 “모르겠다”고 답한다.
“시를 왜 쓰는가? 글쎄요. 시라는 문학 형식이 있고 그것이 나와 맞으니 그냥 쓰는 것이지요. 나희덕 씨는 몇 살 때 등단했어요?”
“스물넷이요”
“나하고 비슷하네. 나는 23세 때니 똑같지 뭐.”
“30년을 반환점으로 삼으면 아직 반환점도 못 왔죠. 25년 됐거든요. 선생님은 60년 쓰셨죠?”
“59년. 오래전엔 내 나이면 시를 안 썼어요. 할 일 없으니 시를 써서….”
“이번 시집에서도 나이 드신 느낌이 전혀 안 나요. 저는 일곱 번째 시집이에요. 갈수록 시집 내기가 겁나요. 아직은 뭐랄까? 세상사의 무거움과 불순물을 되도록 시에 묻혀가면서 무거워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나희덕 시인은 1966년생이다.
“시집 낼 때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도 똑같아요. 첫 시집 낼 때의 흥분 같은 것은 물론 없지만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예요. 나희덕 씨가 새로 낸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잘 읽었어요. 첫 시집이 ‘뿌리에게’ 맞죠? 창비에서 낸 것. 그때는 젊음이 팔팔 느껴졌는데, 이번엔 뭔가 아우른다고나 할까? 인간의 약한 점을 내보여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 원숙한 느낌이 들어. 모범생을 벗어나 퇴폐와 방랑의 길로 들어갔어. 이번 시집 제일 앞에 놓은 시가 제목이 뭐더라? 상당히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나희덕 씨도 세상 보는 눈이 옛날하고는 다르게 뾰족하지만 않고 상당히 부드러워졌어요. 올바른 것만 최고로 치지 말고, 올바르지 않은 것도 보듬어야 한다는 느낌을 주데. 그렇죠? 그런 뜻이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