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일 취임 50일을 맞은 권선주 행장과 만났다. 권 행장은 그 전주에 취임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기업은행이 중국 베이징에 분행(分行)을 연 것이다.
▼ 중국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시진핑 주석은 금융산업 제도나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전략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의 중국 진출은 전보다 용이할 것으로 예상해요. 하지만 중국은 외자은행에 대한 현지화 전략이 확고하기 때문에, 규제도 많고 1년 후에는 독립시켜야 하니 어려움이 있지요. 또한 중국은 예대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해, 예금한도의 75%만 대출이 가능해요. 대신 그로 인한 마진은 적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예금만 들어오면 기본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기업은행의 중국 진출 현황은 어떤가요.
“현재까지 중국에 총 15개 영업망이 구축됐는데, 기업은행은 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통해 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당장 점포 개설이 어려운 지역은 양해각서(MOU)를 맺은 다른 은행 영업망을 통해 지원하고요. 내년에는 상하이 지점도 열 계획입니다. 고객 만족도는 높습니다. 2년 전 개발한 천진공단 지역에서는 벌써 일본계 기업들도 거래하자고 합니다. 우리나라 금융 전체가 굉장히 빠르고 선진 금융기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창조금융 지원 늘릴 것
▼ 취임 후 지속적으로 “창조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창조금융이란 뭔가요?
“창조형 중소기업이 창업한 후 대기업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창업 기업은 중소기업이 되도록,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도록 지원하는 건데, 기업은행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투자·융자 등 자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컨설팅 지원도 할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올 한 해 신사업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16조 원의 여신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 과거 벤처기업 대출제도와 다른가요?
“과거처럼 담보만 봐서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업종, 수많은 기술에 대해 평가하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지원할 겁니다. 또한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역량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을 할 겁니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다음 행장 임기 때 꽃이 피더라도 좋지 않겠어요?”
▼ 벤처기업 지원은 아무래도 리스크 부담이 큰데, 수익을 추구해야 할 은행으로서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은행이 중소기업에 얼마나 지원할지, 포트폴리오 구성에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엄선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업은행은 그간 문화콘텐츠사업에 투자해 성공함으로써 투자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키워왔습니다. 2012년 국내 은행 최초로 문화콘텐츠투자 전담부서를 만들어 2013년 말까지 총 5400억 원을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2.2%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특히 영화 ‘베를린’의 경우 29%의 수익률을 얻었어요. 사실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자들은 담보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대출을 받기 어렵고 수익이 단기간에 나오지 않지만, 문화 융성을 위해 기업은행이 투자에 나섰고, 결국 ‘윈-윈’한 겁니다. 저는 창조금융 역시 이와 같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침밥 손수 차려
▼ 조준희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승진입니다. 내부승진의 장점이 뭘까요?
“무엇보다 행원들의 자세가 달라질 것 같아요. 전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승진이 있다보니, 행원들도 ‘나도 언젠가 행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됐잖아요. 또한 업무를 잘 알기 때문에 별다른 공백 없이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어요. 저는 영업 현장에 오래 있다보니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진급한 후 모든 주요 사안을 파악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대부분 가정을 등한시할 거란 인식이 있는데, 권 행장께서는 요즘도 가족에게 아침상을 차려주신다면서요?
“네, 오늘 아침에는 오믈렛을 차렸어요. 물론 은행장이 되면서 반찬 가짓수는 줄었지만 저녁에 늦는 날이 많은 만큼 아침 식사만큼은 차려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