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에도 여직원이 많은데, 워킹맘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가족이든 동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땐 받아야 해요. 여성 혼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또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가족은 내 상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제가 매일 저녁 늦는 이유를 소상히 말하지 않으면 가족은 섭섭할 수도 있어요. 우리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고객에게 하는 만큼 가족에게 늘 하라는 거예요. 고객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요. 가족에게 그렇게 하면 아마 가족 모두 내 우군이 될 거예요.”
고객 다루듯 가족을 대하라
▼ 권 행장님은 둘째를 출산할 때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에 낳으셨다고 하던데, 아래 직원들이 육아휴직 들어갈 때 눈치 보겠어요.
“안 그래도 제가 부행장 시절 사내 강연에서 매일 아침에 밥 차린다는 얘기를 했더니 남직원들은 박수를 치는데 여직원들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많이 달라요. 30년 동안 우리나라 제도가 많이 발전해왔으므로 현재 누릴 수 있는 제도는 다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후배들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테니 지금 힘들어도 버텨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 행장 취임 후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등 여성 부행장 취임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은행가에는 ‘권선주 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여성끼리 모여야 합니다. 서로 관계를 맺다보면 업무 처리에도 도움이 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져요. 특히 사회 고위층뿐 아니라 중간관리자급도 주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야 해요.”
▼ 여러 모임에 참가해오셨죠?
“네.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해온 지 10년이 넘었고, 기업은행 내 여성 모임인 ‘주춧돌회’ 역시 제가 대리이던 1983년부터 지금까지 참가하고 있어요. 여성 모임뿐 아니라 여러 모임이 있어요. 부행장 시절에는 1주일에 2~3번, 지금은 거의 매일 저녁 약속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린인(Lean in)’이라는 책에 보면 ‘왕관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어요. 여성은 자기 맡은 일만 잘하면 누군가 왕관을 씌워줄 거라 착각한다는 건데, 아니에요. 여성은 사람들에게 본인을 오픈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자기에 대한 이해 폭도 넓어지고 성공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일만 잘하는 여성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여성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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