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투자 확대는 만족 현실 반영은 부족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1년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3-20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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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확대는 만족 현실 반영은 부족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임페리얼 대학에서 열린 한영 창조경제 포럼에 참석했다(왼쪽). 2013년 9월 서울대에서 열린 민간 창업지원센터 ‘프라이머’ 데모 데이에 모여든 학생들.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 ‘창조경제’의 실현을 맡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탄생과 동시에 “창조경제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책은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판과 우려 속에 보낸 1년. 미래창조과학부는 그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현장에 있는 벤처 창업가 및 전문가들에게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잘한 일과 아쉬운 일에 대해 물었다.

    창업에 대한 관심 높아져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모두 “기본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사회적으로 창조경제의 가치를 알리고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현재 역대 정권과 비교해 창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국가 차원에서 창업 활성화를 위해 부처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에 따라 투자 규모도 크게 확대돼, 이제 돈 없어 창업 못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한 해 미래창조펀드(6000억 원), 성장사다리펀드(2조 원) 등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한 자금을 조성했다. 정부 차원에서 창조경제 부흥에 나서자 대학, 국가 기관, 기업 등의 지원, 관심도 늘어났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5000만 원 규모의 소규모 초기 창업자금을 구하기 쉬워졌고, 지자체 차원의 투자가 증가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벤처에 대한 정부 투자가 다양해졌다는 평도 있다. 벤처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대표는 “기존에는 주로 초기 벤처에 대해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데스밸리(창업 이후 초기 성장 과정. 재투자를 위한 회수 이전으로 대다수 벤처가 자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음)에 위치하거나 M·A(인수합병)를 앞둔 벤처에 대해서도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을 창업의 선순환 생태계로 설정하고, 벤처 창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청년창업 펀드와는 별도로 ‘데스밸리펀드’ 150억 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7월 우수 인력의 창업 활성화와 재도전 장벽 완화를 위해 제3자 연대보증 폐지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연대보증제도를 완화했다. 벤처 트리움 정성영 씨는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은 실패를 경험으로 용인하는 ‘페일 세이프(fail safe)’ 문화인데, 기존 연대보증제 때문에 재도전 기회를 잃고 실패의 뒷감당만 해야 하는 창업자가 많았다”며 “그나마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후 몇몇 연대보증제도가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평가했다.

    엔젤투자란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가능성만 믿고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 담보가 부족한 창업 초기 벤처에 엔젤투자는 귀한 ‘동아줄’이다. 최근 정부는 엔젤투자 확산을 위해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신설했다. 개인 투자자, 엔젤 클럽 등을 통해 엔젤투자를 받은 벤처에, 정부가 3억 원 한도로 투자받은 만큼의 금액을 똑같은 조건으로 지원해주는 것.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엔젤투자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40%에서 50%로, 비율은 30%에서 50%로 확대했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소득공제제도의 실요성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엔젤투자자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엔젤 지원이 필요한 곳은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전의 초기 벤처”라며 “소득공제 범위를 벤처기업 인증 이전의 기업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엔젤투자자 유인(誘因)이 못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이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외 진출 벤처 지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가 좋다. 축구로 말하면 아주 좋은 운동장을 가진 것인데 K리그 선수만 뽑으려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여전히 정부의 자금 및 인프라 지원이 게임이나 국내용 서비스 등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벤처 위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구글, 와츠앱 등 전 세계에서 범용되는 서비스는 국내용 서비스와 달리 추천, 검색 등 자동화 알고리즘을 이용한 경우가 많다. 국내 벤처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드투페이퍼 전 대표는 산업기능요원제도(병역특례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는 올해 병역특례제도 대상자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전원 배정했다. 이에 병역특례제도를 통해 벤처기업에 근무하려던 대학생 창업자들이 당장 현역으로 군대에 가거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돼 논란이 됐다.

    투자 확대는 만족 현실 반영은 부족

    2013년 9월 서울대에서 열린 민간 창업지원센터 ‘프라이머’ 데모 데이. ‘창조경제론’이 활발해지면서 벤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병역특례제도 아쉬워

    전 대표는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핵심 인재가 대부분 대학생이다. 이들이 학교 휴학하고 벤처에 참여하는 경우 병역특례제도가 큰 도움이 됐는데, 올해는 이를 이용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군입대 문제로 창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실제 병역특례제도는 창업을 계획하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기회였는데 굿닥 창업자 임진석 씨, 젤리버스 김세중 대표, VCNC 박재욱 대표는 모두 병역특례요원으로 IT회사나 벤처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독립적인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한편 일본 등 해외를 상대로 소호무역을 하는 황종명 씨는 “창조경제의 효과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창조경제 지원이 IT기반 창업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황씨는 “IT 기반뿐 아니라 무역, 소상공인 등도 창조경제에 일조할 수 있는데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대상은 IT에 국한돼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벤처 업체에 근무하는 한예송 씨는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실보다 숫자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는 ‘5년 이내 5000명의 고급인재를 육성하겠다’ ‘정보보안인력 5000명을 양성하겠다’는 식으로 성과를 미리 정해놓고 발표하는데 실현 불가능한 목표보다는 대학생에게 필수적으로 코딩 수업을 받게 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발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자 확대는 만족 현실 반영은 부족
    고영하 대표는 무엇보다 창조경제에 대한 교육과 철학의 부재를 우려한다. 그는 “현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은 갖춰졌으나 똘똘한 학생들이 창업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직 ‘창업 DNA’가 이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학교에서부터 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모방경제라는 숲에 창조경제 나무를 몇 그루 옮겨 심는 수준이라면, 숲 전체를 창조경제로 바꾸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뿐 아니라 교육부, 나아가 정부 전체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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