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 선생님께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선물한 것 같은 ‘동경대전’이 헌책방을 통해 나에게로 왔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격도 없고 예의도 없구나.”
그는 도올(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서명과 ‘홍준표 의원님께’라는 글이 적힌 사진도 첨부했다. 다수의 이용자가 이 트윗을 리트윗했다. 홍 지사는 순식간에 트위터에서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버렸다고 할 것” “도지사라는 사람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나” “도올 선생은 왜 그런 사람에게 책을 선물했을까?” 등의 트윗이 꼬리를 물었다.
홍 지사는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해명 글을 올렸다.
“국회의원을 그만두게 되거나 연말에 직원들이 책 정리를 할 때 쌓인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헌책으로 버리게 된다. 도올 선생의 책은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회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지난해 초 이렇게 말했다.
“국회도서관에는 사회의 상식은 도서관의 비상식, 도서관의 상식은 사회의 비상식이라는 말이 있다. 부조리가 수없이 많았지만 사건화한 적이 거의 없다. 도서관 직원이 수년 동안 의원실로부터 수집하는 책을 몰래 팔아먹다가 발각된 일도 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 사무실이 입주한 의원회관에 도서함을 비치해 국회의원실에서 더는 보관할 필요가 없는 책, 문건을 기증받아왔다. 이렇게 확보한 도서 중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국회도서관 소장자료로 등록했다. 소장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한 도서는 외부에 기증했다.
국회도서관 직원 B씨가 국회의원들이 기증한 책들을 탐냈다. 국회의원실에서 기증한 도서 1952권을 소장자료로 등록하거나 외부에 기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내다팔아 2219만 원을 챙긴 것. B씨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B씨 외에 3급(부이사관) 2명과 서기관 1명도 징계를 받았다.
“최고의 지성을 초빙하자”
올해 초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야당 몫인 국회도서관장 직을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최고의 지성을 초빙하는 방법으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자신의 제안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국회도서관 관장은 차관급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관례적으로 야당 몫이었다. 18대 국회 전반기에는 유종필 현 관악구청장, 후반기엔 유재일 전 민주정책연구원 이사가 관장을 맡았다. 유 전 관장은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깝다. 황창화 현 관장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한명숙 전 총리 측근.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도 사정은 같았다.
원혜영 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회도서관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고의 지성을 초빙하자. 2년마다 국회 제1야당이 추천하고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국회의장이 임명하다보니 국회도서관장의 권위와 상징성은 사라지고 정치적 편향성과 당파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1952년 개관한 후 19명의 관장이 평균 2.8년간 재임하다보니 짧은 임기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단기 계획에 의한 도서관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국회도서관장 개방은 우리 민주당의 결심만으로 손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기득권 포기이자 국회도서관의 권위와 상징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황창화 국회도서관장의 견해는 달랐다.
“대법원 대법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의 야당 추천권처럼 민주화가 진전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분산된 것이다. 야당 추천 없이 국회의장이 임명하게끔 하는 것은 추천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인사 추천을 잘하면 해결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