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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인사 경쟁 갖가지 스캔들로 잡음

‘비정상’의 사각지대 국회도서관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낯 뜨거운 인사 경쟁 갖가지 스캔들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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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이 감시의 사각(死角)에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야당몫이다보니 다른 조직과 다르게 국회의 감시가 느슨한 데다 감사원도 국회 조직을 감시하는 일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

국회 관계자는 “관장이 2년마다 바뀌다보니 그때마다 줄서기가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 퇴직 직원은 “본말이 뒤바뀐 조직이다. 인사에만 목을 매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났다” “e메일 발송 건수가 직원 업무 평가에 반영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신동아’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전직 국회 관계자, 전직 국회도서관 직원 등으로부터 국회도서관과 관련해 수집한 증언은 다음과 같다.

“아무런 감시도 없고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부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부조리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사이에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국회에 대한 입법 지원 업무는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승진에만 몰두하는 조직이 됐다.”



“큰 권력을 휘두르던 한 간부는 밤늦은 시간에도 직원을 술자리에 불러냈다.”

“잡직으로 들어와 국장으로 퇴임한 간부도 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투서

국회도서관에서는 오랫동안 인사 관련 잡음과 줄서기가 끊이지 않았다. C대 출신이 관장을 맡았을 때 노조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댓글을 읽어보자.

“C대에도 문헌정보학과가 생겼나요. D대는 문헌정보학과가 언제 생겼나요. D대는 문헌정보학과가 있는데, 왜 도서관이 C대판으로 변한 거죠?”

“최근 연못물을 흐린 몇 분 덕에 C대가 싫어진 것도 딱 1주년이 된 것 같네요. 개념 없음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비호 C대 1주년 파티는 안 하나요? 총무과는 왜 관장 1주년 파티에만 떡 돌리느라 돈 쓰는 건지? 이번 체육대회 날은 머리고기라도 돌리려고 하나? 설마 돈 없다는 소리는 못하겠죠?”

“친일파고 매국노고 C대 출신이 우선이란 말이죠. 다음 승진 때 보세요. 기대한 대로일 거예요.”

한 국회 관계자는 “C대 출신 직원 하나가 같은 학교 출신 고위 간부를 칭송하는 글을 국회 게시판에 올려 우리 같은 입법 보좌진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노조 게시판의 익명 댓글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왜 있잖아요. 지난번 그 사건의 중심이었던. 사고 쳐도 예쁨 받는 OO의 최측근들. 오늘 탬버린 들고 나타나려나?”

“오늘밤도 두세 시까지 탬버린 흔들까? 회식이라던데.”

“혹시 그녀랑만 몰래몰래 소통?”

“사랑한다는 연서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날리니까 시끄럽잖니. 살짝 보여주지 그랬어.”

“OO님 나가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넌.”

지성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 직원이 작성한 글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황창화 관장은 “도서관 직원이 아닌 사람도 댓글을 쓴 것 같다고 하더라. 정화됐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있어서 스스로 다 내렸다”고 말했다.

수년 전 국회도서관 직원들은 거북한 투서를 읽어야 했다. 누군가 남성 간부 E씨와 여직원 F씨가 주고받은 e메일이라면서 투서를 뿌린 것. 사실이라고 여기게끔 하기 위해선지 수신자, 발신자, 전송시간도 적혀 있었다.

“항상 당신이 그리워요. 많이 바쁘다니 앙탈도 못 부리겠네요” “강아지 길 잃어버릴까봐 집까지 데려다주던 당신을 상상하면 너무 귀여워 문득문득 웃음이 나곤 해요” “당신 손, 당신 얼굴, 당신과 함께한 그 시간들, 보고 싶어요. 잘 자요. 안녕” 등과 같은 낯 뜨거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투서는 작성자가 목격했다는 사실을 적으면서 마무리됐다.

“그날도 도서관 개관 시간이 끝난 5시쯤 만나서 한 시간 넘게 ○○○의 사무실에서 애정행각을 벌였습니다. ‘쪽쪽’ ‘으읍’ ‘아아’ 등의 신음소리가 사무실 밖까지 흘러나왔습니다. 책상 아래서 ○○○의 발뒤꿈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누군가 인사 문제 등에서 E씨를 공격하고자 질 낮은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E씨는 “황당한 일이었다. 직원들이 정황상 아닌 것을 알기에 별 일은 없었다. 동료들이 도와주고 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살다보면 이런 조직, 저런 조직에서 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CTV 화면이 흐릿해 유포자를 찾지 못했고, 도서관 측에서 설득해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창화 관장은 앞선 책임자들과는 다르게 인사를 상대적으로 무리 없이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사 전횡이 심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안다. 사실 D대 출신에 유능한 직원이 많다. C대에는 문헌정보학과가 없다. 내가 D대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D대 친구들이 손해를 봤다. D대 출신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람만 승진을 시켜줬다.”

역차별 또한 온전한 인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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