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에 한 번 리마인드 허니문을 즐기는 이상훈·서영미 커플.
박씨 부부는 뜻밖의 행운으로 잊지 못할 리마인드 허니문을 다녀왔다. 출국 때 인도네시아항공을 이용했는데 탑승 직전 부부의 좌석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박씨는 “예기치 못한 행운에 아내가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여행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갤 탭’으로 영화를 보며 오붓하게 와인도 한잔 했는데 마치 신혼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또 “발리에 도착해서는 바닷가를 거닐고 스쿠버다이빙 같은 해양스포츠를 맘껏 즐겼다. 래프팅을 하면서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결혼 후 처음 봤다. 새삼 아내가 예쁘게 보였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둘만의 여행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결혼 8년차 부부 이상훈, 서영미 씨는 1~2년에 한 번씩 결혼기념일에 맞춰 리마인드 허니문을 즐긴다. 그동안 여행한 곳은 태국 코사무이와 코창, 필리핀 팔라완과 보라카이 등이다. 부부에게 가장 인상적인 추억을 남긴 곳은 5년 전 단둘이 다녀온 몰디브다. 서씨는 “여행 첫날 내가 늑장을 부려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여행가방 열쇠를 잃어버려 망치를 빌려 부수고, 빌린 스노클링 장비를 잃어버려 돈을 물어주는 등 자잘한 사건이 많았지만 다음에 아이들과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다른 때보다 좀 무리를 해서 허니문 장소로 유명한 고급 리조트에 묵었어요. 아침에 눈 뜨니까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말 그대로 ‘환상’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더욱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평소 싸우는 부부도 그런 곳에서라면 사랑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 같았어요.”
단체 리마인드 허니문도 인기
몇 해 전부터 중년층에 유행처럼 번진 ‘리마인드 웨딩’이 리마인드 허니문으로 확산됐다. 동문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을 통해 부부가 단체로 리마인드 허니문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영미 내일투어 대리는 “우리 회사 허니문 브랜드 이용 고객 중 40대 이상 부부가 10쌍 중 1쌍 꼴”이라며 “리마인드 허니문을 떠나는 중장년층 고객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자사 허니문 상품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40세 이상 고객이 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부부 또는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리마인드 허니문이 유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니문 전문여행사 진투어 이상혜 대리는 “우리 회사에서 리마인드 허니문을 보내는 고객이 연간 100쌍에 달한다. 그중 부부만 리마인드 허니문을 떠나는 경우가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의 성격을 겸한다”고 했다. 가족을 동반하는 리마인드 허니문의 사례가 많은 이유는 한때 중장년층 사이에 불어닥친 ‘늦둥이 낳기’ 붐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리마인드 허니문 여행지로 인기 높은 곳은 가족 단위의 휴양 리조트가 많은 사이판이나 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부가 아이를 떼놓고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지만, 아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휴양 리조트를 이용하면 부부가 둘만의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행업계는 리마인드 허니문을 떠나는 중장년층이 실제 드러난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배낭여행 1세대이자 해외출장 경험이 많은 40~50대의 경우 획일적인 허니문패키지 상품보다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 에어텔, 맞춤여행 방식으로 리마인드 허니문을 즐기기 때문.
자영업을 하는 이영재(가명) 씨는 리마인드 허니문을 맞춤여행으로 세 차례 다녀왔다. 이씨는 “여행사 직원과 상담할 때 원하는 여행지와 여행 일수, 하루 숙박비, 예상 경비를 밝히면 그에 맞는 리마인드 허니문 프로그램을 짜준다. 여행할 때마다 우리 부부만 담당할 현지 가이드를 붙여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기존 허니문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호젓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4050세대가 대상인 단체배낭여행 상품을 이용해 지난해 15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온 장기욱(가명) 씨는 “‘꽃보다 할배’에 나왔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인근 작은 마을인 콜마르가 인상적이었다. 서유럽의 예쁜 도시들을 돌며 박물관도 구경하고 유람선도 탔는데 늘 꿈꾸던 부부여행이어서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